15일 대법원이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현대차 로비' 사건은 심급마다 재판부의 판단이 모두 달라 '역전'의 연속이었다.
현대차 계열사 채무탕감 로비를 위해 변 전 국장과 박상배 전 한국산업은행 부총재 등 6명이 실제로 돈을 받았느냐가 쟁점이었던 이 사건에서는 객관적인 물증이 없어 돈을 전달했다는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였다.
김 전 대표는 현대차 측에서 41억 원을 로비자금으로 받았고 이 중 35억 원을 실제 로비에 사용했다고 진술하면서 변 전 국장 등에게 준 돈이 총 20여억 원이라고 주장했지만 '수수자'로 지목된 이들은 모두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결국 김 전 대표의 진술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느냐에 무게가 실렸지만 김 전 대표도 현대차에서 받은 41억 원은 개인적으로 쓰고 집에 현금으로 쌓아뒀던 25억 원을 로비자금으로 활용했다고 진술하는 등 쉽게 믿기 어려운 주장을 펼쳤다.
돈을 줬다는 김 전 대표와 돈을 받지 않았다는 변 전 국장 등 6명의 진술이 팽팽하게 엇갈린데다 나란히 법정에 선 피고인들이 고위 경제관료와 회계법인 대표 등 쟁쟁한 인물들이어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가장 엽기적인 뇌물 사건'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돈을 줬다고 진술한 6명 중 변 전 국장에 대해서는 뇌물을 받았다는 날 PDA(개인용단말기)에 다른 일정이 기록돼 있는 등 알리바이가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박 전 부총재 등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김 전 대표의 진술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있고 PDA 일정을 완전히 믿기는 어려운 점 등을 들어 1심 판결을 뒤집고 변 전 국장에게도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로 변 전 국장과 박 전 부총재 등 6명이 징역 5년 등 중형을 선고받고 줄줄이 법정구속됐지만 대법원은 김 전 대표 진술의 신빙성을 엄격하게 봐야 한다며 변 전 국장 등에 대해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해 또 한번 판단을 뒤집었다.
다만 연원영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에 대해서는 항소심의 유죄 판단이 맞다고 봤다.
변 전 국장의 경우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매각했다는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지난해말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어서 변 전 국장은 대검 중수부가 적용했던 혐의를 일단 모두 벗게 됐다.
변 전 국장의 변호인인 노영보 변호사는 "이 사건이 기존의 뇌물죄에 대한 수사와 재판의 관행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