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중심가에 있는 한 패스트 푸드점.
새벽 3시 반이 다 되어 가는데도 매장 안에는 10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습니다.
구겨진 음료수 잔 하나를 앞에 놓고 혼자서 졸고 있는 사람들이 쉽게 눈에 띕니다.
아무것도 시키지 않은 빈 테이블로 창가 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 한 50대 여성.
다가가 말을 걸어봤습니다.
[새벽 패스트푸드점 가게 손님 : (첫차 기다리시는 거세요?) 응, 지하철. 추워서 죽겠다. 추워서.]
이처럼 패스트 푸드점에서 밤을 새우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부터입니다.
[패스트푸드점 가게 점원 : 저런 분들 새벽에 많아요. 저런 분들은 갈 데 없어서.그러니까 노숙자 분들도 많이 계시고.]
PC방에서 밤새울 돈도 없어 값싼 음료수만 주문하거나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추위를 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이들이 노숙자와 다른 것은 무작정 밤을 새우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첫차가 시작될 때까지 잠시 몸을 피한다는 점입니다.
[패스트푸드점 가게 점원 : (밤새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네, 오래는 아니시고요. 첫차 기다리시는 분들, 고정적으로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지난 2007년 일본 도쿄에 이러한 사람들이 등장했고 이들을 '햄버거 난민'이라고 불렀습니다.
햄버거 난민이 서울에도 나타난 것입니다.
이들이 유독 24시간 패스트 푸드점을 찾는 것은 음식 주문을 하지 않아도 점원들이 문제 삼지 않고, 위험하지 않은 개방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우현구/노숙자지원센터 사회복지사 : 추운 겨울이다보니까 낮이나 밤이나 노숙인들이 갈 곳이 없으신 분들이 많은데, 24시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휴식을 많이 취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 밤 일을 마치고 첫 차를 기다리는 피곤한 우리 이웃, 햄버거 난민.
경기침체의 길고 험한 터널을 지나는 우리시대의 일그러진 자화상임에 틀림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