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미네르바'의 체포를 둘러싸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에 올린 글 하나에 우리 경제가 흔들리고, 정부와 사법기관이 총출동해 진화에 나선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저나 여러분이나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다." 지난 8일 SBS 8시뉴스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상황을 이해하려 하기 전에 먼저 팩트, 곧 사실부터 끌어 모아야 합니다.
SBS 8시뉴스는 8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체포 소식을 머리기사로 보도하고 관련기사를 3꼭지나 내보냈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다음 아고라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렸다고 하여 검찰에 체포된 박 모씨는 전기통신 기본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허위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입니다. 검찰은 정부가 긴급 업무 명령으로 7대 금융기관에 공문을 보내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고 했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12월 29일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았습니다. 뉴스는 여기서 중요한 논점을 놓쳤습니다. 이 법 적용의 주요 조건인 '공익을 해칠 목적'이 미네르바의 글에 있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지난해 5월 17일 촛불시위 때 전국의 학교가 휴교한다는 문자를 보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된 한 수험생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게다가 미네르바의 문제의 글을 과연 허위사실 유포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이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그의 글이 나오자 기획재정부는 긴급 공문을 보낸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언론보도들에 따르면 정부가 협조 요청을 한 사실은 있지만 공문을 보내 달러화 매수를 직접적으로 금지한 적은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이고 정부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지난 연말 외환보유액을 풀어 환율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렸고 사전에 주요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환율 안정을 위한 협조를 구한 일은 있었다는 것입니다.
국회보도에서 나타나는 피상적인 태도는 SBS 뉴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보입니다. 여야가 쟁점법안 처리문제를 극적으로 타결한 지난 6일 뉴스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이날 SBS 8시뉴스는 여야는 접점을 찾기 어려운 쟁점들은 모두 뒤로 미뤄놓았다면서 여야 논란의 불씨를 남긴 미봉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여야 타협의 의미자체가 당장 결론을 내기 어려운 쟁점법안들을 뒤로 미루자는데 있다는 점을 간과했습니다. 당장 시급하고, 여야 이견이 적은 민생경제 관련 법안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쟁점법안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는 것은 국회 상황을 보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과 긴장을 뒤로 늦춘 것일 뿐입니다. 6일 SBS 뉴스는 최대쟁점인 방송법과 사이버모욕죄 등 언론관련 6개 법안에 대해 처리 시기는 물론 상정시점조차 정하지 못했으며, "합의처리 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도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노력한다'는 말은 협의처리를 주장했던 여당과 합의처리를 주장했던 야당이 불가피하게 끼워 넣은, 타협의 정신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이날 뉴스는 또 국회가 정상화의 물꼬를 텄지만, 지난 12일 동안의 여야 극한 충돌과 대치는 18대 국회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평가했습니다. 국회에서 야야가 대립하면 국회가 일은 하지 않고 싸우기만 한다고 비판하고, 정치적 타협을 하면 미봉책이라고 비판하는 국회보도의 관행은 이제 바꿔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은 의안심의를 통해서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싸움, 곧 국회의 공전을 통해서도 일을 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이 싸우고 있는 모습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무엇 때문에 싸우는가 하는 쟁점을 열심히 보도하고, 끊임없이 의제를 설정함으로써 국회의원들의 싸움을 의미 있는 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언론의 역할입니다.
올 초부터 시작한 '가족이 희망이다'라는 SBS 연중 기획보도는 주제자체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합니다. 특히 직장인 가장들의 올해 화두가 '생존'이라는 이야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쇼핑을 자제하겠다는 뉴스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민생문제와 관련된 뉴스도 주목을 끕니다. 올해는 만원의 사과상자, 3만원의 굴비셋트 등 낮은 가격대의 설 선물셋트가 많아졌고, 경로우대 무료승차권을 이용하여 경기도에서 지하철로 서울 종로의 노인복지센터에까지 출근하다시피 하는 노인들의 이야기,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면서 유머의 힘을 전해주는 뉴스,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적인 대출방식 등도 우리들의 마음에 온기를 넣어줍니다.
사람들은 흔히 언론에 대해 밝은 이야기를 많이 전해달라고 주문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밝은 기사들은 선행이나 성공담 등 상투적인 주제와 상투적인 서술로 전달되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그냥 밝은 이야기라기보다는 따뜻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것은 기자들의 주제 선택과 서술능력이 향상되었기도 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요즘의 시대적인 요구와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