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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L 학교 신축, 40조원 건설경기 부양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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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북쪽 끝에 있는 신상계 초등학교는 요즘 학교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공사 현장입니다. 기존 학교 건물의 반 이상을 헐어내고 새로 교사를 신축하는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학교의 딱 반은 새로 건물이 올라가는 공사 벌어지고 있고요, 나머지 반 남은 운동장에도 조립식 가건물 5개동이 들어서 있습니다.

1학년과 4학년은 이 임시 건물에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교무실과 교장실도 가건물에 마련돼 있습니다. 이런 생활을 한 지 벌써 1년째랍니다. 그래도 올 2학기부터는 새로 지은 멋진 건물에 들어가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교사와 학생들은 불편을 참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깨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한 달 전부터 신교사 건축 공사가 전면 중단돼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취재하러 현장에 갔더니 방학을 맞아 골조공사를 마무리하기에 바빠야할 현장은 '횡하니' 비어 있고 몇몇 근로자들만 서성이고 있더군요. 이들은 3개월째 밀린 노임을 받기 위해 시공사 관계자가 오기만을 기약없이 기다리며 현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공사가 언제 재개될 지도 모르겠다고 전했습니다. 담당 건설사가 자금난에 빠져 더 이상 공사를 진행시키기 어려운 처지라는 말만 들었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신상계 초등학교의 신교사 건축은 BTL, 즉 민간투자유치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원래 학교와 같은 공공건물은 정부가 재정 사업으로 건설비를 들여 지어왔죠. 그런데 2~3년전부터 한꺼번에 대규모 예산을 책정하기 어려워진 정부가 BTL 방식을 부쩍 많이 쓰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민간 업자가 금융기관 등 민간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먼저 학교 건물을 지은 뒤 교육 당국에 임대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교육 당국은 20년 정도에 걸쳐 임대료의 형식으로 건물값을 나눠서 갚아나가는 방식입니다. 정부로서는 목돈을 들이는 대신 분할 상환을 하면서도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최근 매우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금융 경색과 함께 찾아온 건설 경기 불황이 이 BTL 사업에 직격탄이 됐습니다.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들의 돈줄이 막히면서 여러 교육 기관 건립 공사에 차질을 빚게 된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신상계 초등학교 뿐 아니라 같은 건설사가 맡고 있던 상계초등학교 교사 재건립 사업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그뿐인가요, 경기 용인시 포곡읍 순전리의 순전제일초, 영덕동의 흥덕초, 석현초, 흥덕중도 똑같은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경북 구미에, 전북에, 전국적으로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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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답답한 노릇은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정부 재정 사업 같으면 예산을 조기 집행해서라도 건설사를 독려하면 되지만 BTL사업의 경우 건설사가 알아서 돈을 구해오는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예 시공사가 부도를 냈으면 연대보증사에 공사를 넘기거나 그도 안되면 새로 시공업체를 구하면 되지만 이렇게 시간을 끌게 되면 속수무책인 것이죠.

게다가 이번 사태는 전세계적인 불경기가 원인입니다. 언제 상황이 호전될 지, 숨통이 트일 지 아무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 공사 중단이 얼마나 오래갈 지 교육 당국으로서는 단정해 말하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해당 건설사에 하루 빨리 공사를 재개해 공기를 맞춰달라고 '호소'하는 수 밖에 달리 할 일이 없습니다.

진행되던 공사가 멈춘 것도 문제지만 올해 새로 BTL 방식으로 학교를 신축하려했던 88개 사업도 큰일입니다. 올해 안에 시공업체를 선정해 계약을 맺고 공사에 들어가야 목표했던 2010년 개교가 가능한데 어떤 건설사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당장 내일 일도 알 수 없는 작금의 경제 상황에서 20년에 이르는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버거운 것이죠. 잘못하면 88개 신설 학교에 다니려던 수만명의 학생이 멀리 있는 다른 고장의 학교로 원정 통학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88개 학교의 BTL 계약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재정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4천억원의 특별예산을 편성해놨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정도 돈이면 40개 사업장에서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체 사업비의 반도 안되는 셈이네요. 나머지 48개 학교는 언제 착공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도 없겠군요. 또 40개 학교도 재정사업으로 전환을 결정하고 예산을 투입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만큼 당초 계획했던 공사와 개교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올해 정부가 4대강 유역 정비 사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벌이는 건설 공사 예산만 40조 원이 넘습니다. 일부 사업은 경제적 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고 무조건 시행하려한다고 언론들이 비난하더군요.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교육에 대한, 학생들에 대한 투자보다 더 타당성과 명분을 갖춘 사업이 있습니까?

가건물에서 생활하는 학생이나 멀리 옆 동네까지 통학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하루빨리 새 학교를 지어주는 일보다 더 시급한 게 있나요? 건설 경기 침체가 얼마나 갈 지 누구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BTL 사업에 참여할 업체를 구하기가 앞으로도 어려워보입니다. 멈춰있는 공사 현장들이 언제 다시 돌아갈지 아무도 기약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괜한 토목공사에 돈을 뿌려대기보다는 당장 급한 이들 학교 건물 신축 공사부터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예산을 집행해야 합니다. 이보다 더 효과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사업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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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보도국의 신사'로 불리는 우상욱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 정치,경제부를 두루 거치며 지금은 사회1부의 교육담당 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성실한 취재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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