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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박 반장] 끝나지 않은 입법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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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박병일 기자입니다. 대치와 충돌로 점철됐던 연말 임시국회가 어제로 종료되고 오늘부터 1월 임시국회가 시작됐습니다. 여야 원내대표가 서로 이견이 없는 법안들을 1월까지 모두 처리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국회는 어제 본회의에서 비쟁점 법안 56건과 2건의 결의안등을 처리한데 이어, 오는 13일 본회의가 열릴 때까지 비쟁점 법안들을 심의하고 처리할 겁니다.

이미 여러 보도를 통해서 보셨듯이, 1월 임시국회는 2월 국회 때부터 벌어지게 될 2차 입법 전쟁을 앞둔 전초전적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2차 입법전쟁의 많은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야 모두, 지난 연말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벌였던 치열한 전쟁에서 겪었던 경험들을 토대로 2월 입법전쟁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한나라당의 움직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한나라당은 지난 1차 입법전쟁에서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 거부로 쟁점법안 처리에 실패했습니다. 어쩌면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안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지나치게 밀어 붙였던 것이 1차 패인입니다. 대부분의 쟁점법안들이 12월에 제출됐는데 그것을 연말까지 처리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무모했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올 사안들을 사회적 공론화 과정은 고사하고 국회 심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기간 안에 처리하겠다는 것은 다수 여당의 지나친 자만심이라고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야당이 상임위 상정조차 거부하는 마당에 국정을 책임진 여당으로서 어쩔 수 없다고들 항변하지만, 그것이 심의도 하지 않은 법안들을 직권상정해서 강행처리할 명분으로는 아무리 봐도 옹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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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5개나 되는 법안들을 직권상정해서 강행 처리하려던 것 또한 여권의 무모함을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국회의장에게 85개를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제대로 논의나 심의조차 되지 않은 법안들을 그것도 85개나 무더기 처리해달라는 것은 어떤 명분을 들어서도 정당화되기 어렵거니와 여당이 친정인 국회의장이라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런 점을 한나라당은 잘 알 겁니다. 따라서, 1월 국회에서 한나라당은 그런 경험을 기반으로 크게 세 가지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쟁점 법안들을 남기고 비쟁점 법안들을 모두 처리하는 겁니다. 이미 여야가 합의한 대로 어제 본회의에서 여야 간에 이견이 없는 법안 56개와 결의안 2건을 처리했습니다. 한나라당이 처리하겠다는 중점법안 85개 가운데 이미 53개가 처리됐습니다. 오는 13일 본회의까지 미 쟁점법안을 처리하고 나면 쟁점법안 10여건이 남게 될 겁니다. 여야 간에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해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할 경우 처리법안수가 적으면 국회의장으로서도 훨씬 부담이 줄 것이라는 계산도 했을 겁니다.

또 하나는, 야당이 그동안 상정을 거부함으로써 법안 자체를 논의하지 못했던 만큼 이번 1월 국회 내내 야당측에게 쟁점 법안 상정을 요구할 겁니다. 야당은 당연히 상정을 거부할 겁니다. 국회는 법안을 논의하는 곳인데, 논의의 전 단계인 상정조차 야당이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겁니다. 그래야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직권상정의 명분도 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대여론 홍보전에 치중할 겁니다. 지난 1차 입법전쟁에서 여당은 여론전에서도 불리한 싸움이었습니다. '속도전'을 강조하며 논의나 심의도 제대로 하지 않은 법안들을 마냥 밀어 붙인다는 반대 여론이야 말로 여당으로서는 강행처리 시도의 최대 걸림돌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 지도부는 벌써부터 당보 30만부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쟁점법안에 대한 홍보전에 착수했습니다.

아울러, 야당의 국회 의사당 점거와 폭력사태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개하면서 2차 입법전쟁에서 야당이 점거나 폭력을 재시도할 경우 부담이 되도록 할 겁니다. 의사당 점거를 막기 위한 철문 보강장치 등 대책 마련도 국회에 요청도 해 놨습니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어떨까요?

수적으로 밀리는 야당으로서는 저항이나 반발의 수단이 마땅치 않을 겁니다. 지난 1차 입법 전쟁 때는 야당이 폭력과 점거라는 불법적 수단을 사용했더라도 여당이 워낙 명분 없이 밀어 붙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회적 용인의 범위에 들 수 있었겠지만, 앞서 말한 대로 여당이 계속 심의를 요구해 올 때 이를 거부할 명분이 마땅치 않을 겁니다. 최대한 상정을 늦추겠다는 게 야당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만, 그다지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국회는 법안을 심의하는 곳인데 심의 자체를 거부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명분을 잃어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야당이 이른바 'MB악법'임을 부각시킴으로써 1차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만큼 2차전에 대비해 역시 같은 방법을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다음 주 월요일부터 MB악법 저지 결의대회를 열 계획을 세웠다가 오늘 다시 이를 추진할지 여부를 고민해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야당이 전략을 세워나가는데 있어 최대 걸림돌은 경제난입니다.

여당이 쟁점법안들을 경제현안과 연계시키려다 실패했지만, 이미 민생법안과 경제 법안은 모두 처리된 만큼 앞으로 그런 전략을 취하진 않을 겁니다. 다만,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제 상황 속에서 여야의 대치가 국민들의 호응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 부담이 될 겁니다. 1차 전쟁 때와 달리 여론의 관심도가 떨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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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때 명분축적에 실패했던 여당이 1월 내내 여론 설득과 명분 축적에 주력할 것인 만큼 이를 상쇄시킬 방안을 마련하는것이 야당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민주당이 1차전을 통해 지지층을 늘렸다며 승리를 마냥 자축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 MB세력을 다소 결집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해도 그 이상을 뛰어넘기는 어려울 겁니다. 더욱이 현 정부가 경제난 해소에 어느 정도 성공하게 된다면 야당의 국회에서의 불법적 저항은 1차전 때와 달리 역풍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2월 국회는 청문회 국회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1월 말쯤 개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새 정부 각료의 인사청문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여야 간에 인사 청문 공방이 치열할 겁니다. 쟁점 법안 처리 문제가 청문회에 묻혀 덜 부각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여당에게 유리할지 아니면 야당에게 유리할지는 미리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쟁점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여당과, 어떻게든 결사 저지하겠다는 야당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2차 입법 전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1월 임시국회가 지난 연말국회에 비해 상당히 조용하게 움직이겠지만 2차 입법전쟁을 앞두고 소리 없는 냉전이 1월 내내 계속될 겁니다. 2차 세계대전이후 세계적 냉전사태를 보더라도, 어느 한 체제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한 냉전속에 국지적 분쟁이 늘어나게 됩니다. 국회에서 1월이 바로 그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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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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