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와 원화 약세의 여파로 일본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로 몰려오고 있지만, 이들이 '알뜰 쇼핑'만을 즐겨 상인들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생필품 가게나 중저가 식당들은 사상 최고의 특수를 누리는 반면 고가품을 파는 업소들은 별 재미를 보지 못해 울상이다.
7일 서울 중구 명동과 남대문시장 일대 상인들에 따르면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이곳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요식업체와 숙박업체는 엄청난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서울프라자호텔 프런트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원래 호텔업에서 12월과 1월은 비수기에 속하지만, 지금은 주중·주말을 막론하고 항상 90% 이상 방이 차 있고 손님의 60% 이상이 일본인이다"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13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심모(58) 씨는 "올해가 일본인 손님이 가장 많다"며 "지금은 일본인들이 최고의 고객"이라고 전했다.
그는 "일본인이 없으면 명동 주변의 상권은 다 죽는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명동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심모(24.여) 씨는 "하루 500명 내외인 손님 가운데 3분의 2 가량이 일본인이고, 이들의 연령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떡볶이 등을 파는 분식점과 전통 찻집, 노점들도 '잔돈'을 쓰는 일본인 관광객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게 상인들의 말이다.
그러나 과거 엔고 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특수를 누리곤 했던 고가 사치품 판매점이나 한류 연예인 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고급상점, 강남 등지의 피부과·성형외과 의원들은 시큰둥한 표정이다.
매출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명동 외에 일본인 관광객들의 필수코스인 남대문 시장 등에서도 느껴진다.
남대문시장에서 식품점을 운영하는 이모(29.여) 씨는 "엔고라지만 매출이 그다지 늘지는 않았다"며 "주로 팔리는 물건은 김치와 고추장, 유자차, 김 등 식료품이고 홍삼 같은 고가품은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식품점 주인 이모(34) 씨도 "일본인 손님이 늘긴 했지만, 씀씀이가 확 준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6일 이 씨의 식품점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두 명은 "라면을 박스 단위로 사면 얼마냐"고 물어봤을 뿐 비교적 고가인 다른 물건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이들은 결국 아무 것도 사지 않고 자리를 떴다.
엔고 특수를 기대했던 의류 가게들도 중저가 의류 브랜드를 파는 곳 외에는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일본에도 큰 영향을 끼치면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데 지갑을 여는 것을 꺼리는 탓으로 풀이된다.
자신의 이름을 '수지'라고만 밝힌 40대 일본인 여성은 "이번 서울 관광에서 고가품을 살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도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아껴쓰며 살고 있다"며 "엔화가치 상승으로 싸진 생필품을 사러 서울에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