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들의 '귀족계'로 알려지면서 파장을 낳았던 다복회에 대한 경찰수사가 5일 사실상 마무리됐다.
다복회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큰 수익을 내주겠다"고 속여 계원 수백명으로부터 370억원 대의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구속된 박모(52)씨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계금의 행방과 계의 총규모, 정치인과 고위공무원 등의 참여설 등 이 사건을 둘러싼 숱한 의혹들은 영원히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계원 리스트' 미궁속으로 = 다복회가 큰 사회적 파장을 낳았던 것은 우선 "계의 규모가 2천200억 원대에 이른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게다가 "정치인과 고위공무원들이 '큰손'으로 참여했다"는 일부 계원들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은 사건의 파장을 일파만파 확대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계주 윤모(52.여.구소기소) 씨가 강도 높은 경찰조사를 거쳐 검찰에 의해 구속기소됐지만 관련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계원들의 모든 납입금을 입금받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공동계주 박씨의 '입'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달 초에는 2개월 간의 잠행 끝에 박씨가 자진출두 형태로 경찰에 모습을 드러내자 관련 소문들의 실체가 어느정도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경찰은 송치시한이 임박해 별도의 계좌추적을 벌일만한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고, 주변에서는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검찰이 어느 정도의 열의로 수사에 임할지는 알 수 없지만 경찰 주변에서는 보충수사없이 기소절차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검찰은 기본적으로 다복회 사건을 규모만 클 뿐 다른 사기사건들에 비해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정치인과 고위공무원들이 계원으로 참여했는지 여부는 사건의 본질과는 별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윤씨 사건을 송치받은 뒤에도 별다른 수사없이 곧바로 기소했고, 박씨에 대해서는 윤씨와의 공범관계를 입증하는 데에 주력했다는 전언이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검찰도 이미 박씨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한 상태인데 (소문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계좌추적까지 벌이겠느냐"며 사실상 다복회 수사는 종결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수백억 손실..피해자들만 억울 = 다복회 피해자들은 결국 수백억원 대에 이르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당국이 계주들의 은닉재산을 찾아내기 위한 계좌추적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현실적으로 모든 은닉재산을 찾아내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피해자들에게 남은 마지막 수단은 별도의 민사소송이다.
그러나 민사소송에서 이기더라도 피의자들이 "돈이 없다"고 버틸 경우 피해자들은 대부분의 경제 관련 사기사건처럼 막막한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다복회 소액 피해자 148명의 소송 대리인인 임윤태 변호사에 따르면 실제로 피해구제를 위해 재산목록을 점검한 결과 현재 압류가능한 계주들의 재산은 전무했다.
임 변호사는 "(법적인 절차를 밟으면) 압류가능한 재산이 있을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피의자들이 기존재산을 가족이나 타인 명의로 돌려놔 압류가능한 재산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다복회 사건은 피의자들의 철저히 계산된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결국 피해자들만 억울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