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법원의 임시이사 선임 이후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던 육영재단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4일 오후 9시 40분께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회관에 있는 육영재단 사무실에 용역직원 50여명이 유리창을 깨고 난입한 뒤 이 중 일부가 사무실에 있던 서류와 컴퓨터 본체 등을 가져갔다고 재단 사무국이 밝혔다.
나머지 용역직원들은 이후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근 채 사무국 직원 30여명과 5일 오전 7시까지 9시간여 동안 대치하다 자진 해산했다.
경찰과 재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일단 이번 사태는 신임 사무국장 옥모씨가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옥씨는 지난해 11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50)씨의 추천으로 법원이 선임한 육영재단 임시이사 9명에 의해 사무국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기존 사무국 직원들은 옥 씨가 재단 소유 부동산 재개발에만 관심있을 뿐 재단 정상화 문제에는 뒷전일 것이라며 그를 새 사무국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이런 와중에 사무국 직원들이 지난달 이사회의 진행을 '방해'했고, 그것이 결국 이번 사태로 연결됐다는 것이 이원우(66) 신임 이사장의 주장이다.
이 신임 이사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23일 재단 사무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던 중 (사무국) 직원 20여명이 들이닥쳐 폭언을 퍼붓고 이사들을 바깥으로 끌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사무국장에게 사무실 질서유지를 당부한 것이 그만 오늘의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며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충돌보다는 대화가 우선이라고 판단해 일단 사무실에서 철수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사회 진행 방해에 관한 사무국의 말은 다르다. 직원들이 옥 사무국장 인선에 대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임시이사들이 스스로 자리를 떴을 뿐 물리력을 동원해 이사들을 끌어낸 적은 없다는 것.
앞서 서울동부지법은 작년 11월 지만씨 등의 임시이사 선임요청에 따라 이 신임 이사장 등 9명의 이사를 선임했다.
같은해 5월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의 차녀 근령씨의 이사장 취임 승인을 취소하는 성동교육청의 조치를 최종 확정한지 6개월 만이었다.
성동 교육청은 근령씨 체제하의 육영재단이 법령과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했다며 그같은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근령씨는 동생 지만씨 측 인사들이 임시이사로 선임된 것과 때를 맞춰 지난해 11월부터 '사무국장' 직함을 내걸고 수시로 재단에 출근, 일종의 '출근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육영재단의 운영권을 둘러싼 이같은 마찰은 결국 '돈'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4만평(13만2천㎡) 규모의 어린이회관을 재개발할 경우 수조원대의 개발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주변 부동산 업자들은 최근의 불경기를 감안해도 어린이회관의 땅값이 평당 최소 4천만원에서 8천만원에 이르는 만큼 재개발시 1조 6천억 원에서 최대 3조 2천억 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