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측의 대답대로 '고교 평준화의 보완'으로 이해하려면 큰 틀에서의 고교 평준화는 유지되면서 수월성의 보완을 위해 일부 소수의 학교들이 색다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모습이 유지돼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100곳의 자율형 사립고가 도입되고 나면 우리 중등교육의 틀이 여전히 평준화 원칙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교육관련 통계를 참조했더니 2007년 현재 전국의 고등학교는 2천157개입니다. 그중 전문계고 702곳을 빼면 일반계 고교는 1천455곳입니다. 이 가운데 과학고 20개, 외고 29개, 예술고 27개, 체육고 15개의 특목고 81곳과 자립형 사립고 6곳, 특성화고 18곳을 제외하면 순수한 일반계 고교는 1천340곳입니다. 또 이중 비평준화 지역에 있는 학교가 546곳이니까 결국 평준화를 하는 학교는 현재도 전국 2천157개 가운데 794개로 약 37%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그나마 794곳중 100곳을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면 이른바 평준화 고교는 694개에 불과하니까 32%로 줄어듭니다. 아니, 전문계고나 예술고, 체육고, 특성화고 등은 빼고 순수하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일반 고교 가운데 평준화 고교는 절반에도 못미치게 됩니다. 그나마 나머지 평준화 학교들 역시 대부분이 학교 선택제의 실시로 실질적인 차등화가 이뤄질 운명입니다. 이러고도 '평준화'를 주장할 수 있나요?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이제 '평준화'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죠. 내신성적과 각종 외부 시험을 우수하게 본 학생들을 골라 뽑을 수 있는 학교가 절반이 넘고 특히 우수한 학생들만 선발하는 특목고와 자율형 고교가 15%에 달하는 상황에서 어느 대학이 모든 고교를 '평준화'한 상태로 인정해 신입생 선발 전형에 반영하겠습니까? 그렇게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상황이고 따라서 '3불 정책' 가운데 적어도 고교 등급제 금지는 대학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폐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교과부는 학부모와 학생을 호도하지 말고 '평준화는 이제 더이상 없어졌고 고등학교부터는 1, 2, 3류로 차등이 주어지니 그에 대해 대비하시라'고 안내를 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입니다.
게다가 '학생들을 배정받지 않고 선발'하는 고등학교가 대폭 늘어나면서 이제 이들 사이에도 확실한 서열화가 이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외고 내에서, 과학고 내에서 일종의 서열화가 이뤄지는 현실속에 이제 자립형과 특목고, 자율형 고교들 사이에 서열화와 각 유형별 고교 안에서 서열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최우수 학생들은 민사고 등 유명 자립형 사립고와 최상위권 과학고와 외고, 아참 영재학교도 있군요, 이런 곳에 가고 그 다음의 우수한 학생들은 여타 과학고, 외고, 그리고 입시 준비를 잘 시켜줄 것 같은 자율형 사립고로, 다음 학생들은 그 아래 학교로…. 나머지 85%의 학생들은 지역 비평준화 지역의 유력 학교나 전통적으로 유명한 강남 지역 학교를 선택하면서 성적대로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혹시 마음에 드는 학교에 갈 수 없는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재수를 하겠군요. 마치 현재 우리가 대학 입시에서 보는 정밀하고 엄정한 서열화가 이제 고등학교 때 나타나고 이때 결정된 서열은 대학교로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모습이 이명박 정부가 바라는 교육의 유토피아인가요?
[편집자주] '보도국의 신사'로 불리는 우상욱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 정치,경제부를 두루 거치며 지금은 사회1부의 교육담당 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성실한 취재로 전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