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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 사립고① 로또보다 입시 지옥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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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교육과학기술부가 자율형 사립고의 최종안을 확정하고 관련 법령에 대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 개혁안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이고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만큼 교과부가 대단히 심사숙고해 내놓은 안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장고 끝에 악수라고 말할 수 밖에 없군요.

교육 개혁안의 뜨거운 감자, '자율형 사립고'

지난 8월쯤 교과부가 자율형 사립고 방안을 놓고 공청회를 가졌습니다. 대단히 많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정책이라 교과부가 얼마나 이를 최소화하고 그나마의 의미를 극대화하는 묘수를 내놓을지 기대하며 취재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 교과부측은 4가지 안을 내놨는데 관건은 재단전입금 수준을 얼마나 책정할 지였습니다. 재단전입금, 즉 사립재단이 학교에 매년 지출해야하는 돈의 수준을 너무 높여놓으면 아무도 자율형 사립고를 하지 않으려 할테지만 기준을 지나치게 낮추면 재단이 학교를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없고 수업료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어 적절한 황금율이 필요했습니다. 여기에 문제를 2차 방정식으로 만들어 난이도를 한층 높이는 요소가 학생 선발 방식이었습니다. 학교들은 당연히 좋은 학생을 마음대로 선발하고 싶어하지만 이는 새로운 사교육 수요를 촉발할 위험이 있는 만큼 제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다만 이 또한 제한의 정도가 심하면 자율형 사립고를 하려는 의지를 꺾을 것입니다.

사립 재단을 제외하고 교육 전문가나 시민들은 재단 전입금 수준을 최대한 높이고 사교육 억제를 위한 학생 선발 방식 제한은 가장 엄하게 하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린대로 그러면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려는 학교가 없어 정책 자체가 무의미해지 때문에 두가지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했고 그래서 교과부는 4개안으로 내놨던 것입니다. 제가 당시 공청회장에서 느낀 분위기는 우리 사립 고교의 재단 형편을 고려할 때 재단전입금 수준을 많이 높이기 어렵고 그보다는 자율형 사립고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관점에서 네번째 안, 즉 재단전입금은 3% 수준으로 최대한 낮춰주되 학생 선발은 선지원 후추첨으로 가자는 안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다른 글에서 상술하겠지만 자율형 사립고들이 우수 학생들을 싹쓸이할 경우 일반계 고교와의 학력 격차 문제, 사교육 유발 문제, 대학 입시 위주로의 획일화 문제 등이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제(29일) 교과부가 내놓은 안은 4안의 대단히 낮은 수준의 재단전입금 기준만 유지한 채 선발 방식은 지필고사를 금지하는 것 외에는 시·도 교육청이 알아서 결정하라며 슬쩍 지역 교육청에 미뤘습니다. 그러면서 '예시'라는 이름 아래 내신, 면접 등으로 3~5배수를 뽑아놓고 마지막은 추첨으로 결정하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지역 교육청에 의견을 물어보니 많은 곳에서 전형에 '추첨' 형태를 넣겠다고 했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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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는 안되고 입시 지옥은 괜찮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런 '예시'안은 최악의 선택이라고 지적합니다. 어차피 1단계나 2단계 선발에서 중학교 내신 성적과 경시대회 입상 경력, 영어 인증 시험 성적 등으로 당락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관련 사교육 수요는 부추길대로 부추겨놓고는 마지막의 추첨 전형에서 잔뜩 입시를 준비한 학생들이 억울하게 떨어지는 비합리적인 상황만 양산시킨다는 비판입니다. 교과부는 어정쩡한 방법으로 선발의 합리성과 사교육 억제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잃자고 강요하는 셈입니다.

교과부가 마지막 순간에 포기한 완전추첨제의 교육적 득실을 한번 따져보죠. 자율형 사립고에 들어가고 싶은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운으로 입학 여부가 결정되니 불합리하다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 하나 빼면 우리 교육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얻는 것이 많습니다. 우선 실력 있는 학생이 특정 학교로만 몰려서 자율형 사립고 안에서도 서열화가 이뤄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 추첨에서 떨어진 상위권 학생들이 일반계 고교를 선택해서 갈테니 일반계 고교의 지나친 학력 저하도 방지됩니다. 설사 중학교 때 약간 성적이 모자라는 학생도 자신의 비전에 맞는 자율형 고교에 들어가 열심히 생활함으로써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무엇보다 중학교 내신과 경시대회, 영어 공인 시험을 잘보기 위해 쏟아붓는 사교육비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효과가 어디 있습니까?

로또는 안되고 중학교에 입시 지옥을 들여오는 것은 된다는 논리를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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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보도국의 신사'로 불리는 우상욱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 정치,경제부를 두루 거치며 지금은 사회1부의 교육담당 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성실한 취재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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