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영난에 직면한 쌍용차를 살리기 위해 회사 뿐 아니라 최대주주인 상하이차,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각자 입장 차이로 좀처럼 타결책이 나오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쌍용차 파산시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를 우려해 쌍용차 살리기 방안을 놓고 고심하면서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 및 상하이차측과 협의를 진행중이다.
또 쌍용차 노사는 최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에 도의적 차원에서 유동성 지원을 강하게 요청하고 나선 반면 상하이차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버티기에 들어가 쌍용차의 위기 상황이 자칫하면 한.중 양국간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여기에 상하이차의 쌍용차 기술 유출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수사 결과가 쌍용차 경영난과 상하이차의 자금 지원 뿐 아니라 향후 한.중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쌍용차 파산시 파급효과 '메가톤급' = 쌍용차가 국내 완성차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그다지 크지 않다.
쌍용차의 작년 경영실적은 매출 3조1천193억원, 영업이익 441억원이며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미미한 수준이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 쌍용차의 경영난은 그다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 특성상 쌍용차가 무너질 경우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쌍용차 자체를 비롯해 협력업체들까지 포함하면 대략 10만명이 쌍용차의 자동차 사업과 연관돼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일 쌍용차가 문을 닫게 된다면 당장 이들이 생계가 곤란해질 뿐 아니라 쌍용차 생산 공장이 위치하고 있는 평택의 경우 지역경제가 붕괴될 위기에 휩싸일 수도 있다.
아울러 국내 자동차업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업체가 무너질 경우 위기감이 증폭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 수요도 급속도로 얻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정부도 이달치 월급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쌍용차의 경영난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대책 마련에 착수했고 산은 및 상하이차와의 협의에 나선 것이다.
◇ "상하이차, 쌍용차 회생 지원 가능성 희박" = 쌍용차 노사 뿐 아니라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은 최대주주인 상하이차의 지원을 우선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일단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기 위해서는 주인이 책임을 지고 나서야 한다는 상식적 판단에서다.
물론 상하이차도 올해 상황이 좋지는 않다.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올해 1-9월까지 순익이 작년 동기 대비 42.7%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경영 환경이 밝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움직임을 보면 글로벌 경기 침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듯 활발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 18일 GM과의 합작 공장을 선양에 설립, 내년 부터 시보레 크루즈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지난달 25일에는 20억 위안을 친환경차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9월말 현재 동원 가능한 현금이 155억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상하이차는 그러나 유독 쌍용차 살리기에는 인색하기 그지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차는 지난 2004년 10월 쌍용차 채권단과 지분 48.9%를 인수하기로 본계약을 체결하고 인수대금 5천900억원을 지불해 최대 주주가 됐고 이후 지분율을 51.3%까지 늘렸다.
상하이차는 이후 매년 3천억원씩 1조2천억원을 쌍용차 연구개발(R&D) 등을 위해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올해 들어 SUV판매 급감으로 인해 쌍용차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지만 좀처럼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상하이차가 당초 쌍용차 인수 당시 공언한 바와는 달리 회사 발전은 물론 회생을 위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SUV 기반 기술 확보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남아있지만 쌍용차 인수를 통해 상하이차는 SUV 뿐 아니라 디젤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기반 기술을 상당 부분 빼내서 축적했다는게 자동차 업계의 정설이다.
통상 신차를 개발하는데 드는 투자 비용이 3천억원이라고 치면 상하이차는 대략 2대 개발비를 쌍용차 인수에 투입해서 훨씬 더 가치가 있는 기반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쌍용차가 파산해 투자비를 모두 날리더라도 결국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따라서 상하이차로서는 실리적인 면을 따졌을 때 직원들에게 이달치 월급을 못줄 정도로 '오늘 내일'하고 있는 쌍용차 살리기에 나설 이유가 전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전문가는 "경기 침체로 인해 중소형차가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SUV와 대형차 일색인 쌍용차에 일시적인 지원책을 시행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쌍용차가 회생할 가능성이 커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하이차가 회생에 필요한 자금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술력이 뒤처진 중국 기업에 지분을 넘길 때 부터 쌍용차의 장기 발전 방안 시행 및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도처에서 제기됐었다"며 "상하이차는 쌍용차 인수를 통해 한국 메이커와의 기술 격차를 1년 가량 줄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술 유출' 검찰 수사, 지렛대 역할할 듯 = 이처럼 쌍용차 살리기에 등을 돌리고 있는 상하이차로서도 겁을 내고 있는 대목이 하나 있다. 바로 검찰의 핵심 기술 유출 사건 수사다.
검찰은 지난 지난 7월 쌍용차 중앙연구소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이 회사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기술이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차로 유출됐다는 의혹을 반년째 수사 중이다.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SUV 기술 뿐 아니라 국고 지원까지 받아 연구 개발을 진행한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을 빼내 축적했다는게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상하이차는 수사 결과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혐의 사실이 인정될 경우 져야할 법적 책임도 부담스럽지만 그보다는 기술 유출 사실 확인이 앞으로 성장 전략 실행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 선진국에 비해 기술력이 뒤처진 중국 메이커인 상하이차는 쌍용차 인수를 통해 SUV 기술을 확보했으며 앞으로도 기술력 확대를 위해 다른 국가의 메이커 인수에 계속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반에 볼보 인수설이 나돈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쌍용차 인수를 통해 기술을 유출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향후 각국의 정부들로 부터 경계 대상으로 낙인 찍혀 완성차 메이커 추가 인수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상하이차는 검찰의 기술 유출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며 최근 장쯔웨이 부회장이 지경부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도 검찰 수사 발표와 쌍용차 회생 방안을 연계해 입장을 전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상하이차로서는 실리적인 차원에서 현재 쌍용차를 지원할 이유가 없지만 검찰 수사 발표가 굉장히 신경쓰일 수 밖에 없으며 정부도 이같은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는 쌍용차에 대한 자금 지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