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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연가 - 뮤지컬 전성시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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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가 선명하면 선명할수록 음지도 그만큼 더 찐해지는 법. 뮤지컬이 급속도로 발전해 가는 사이, 대학로의 그늘은 더 짙게 드리워져 갔다. 대학로는 이제 연극 1번지라는 간판을 내려놓아야할 지경까지 몰렸다. 연극하는 사람들끼리, 자조적인 말처럼 내뱉는,  '건국 이래 최대불황'은 지겹도록 대학로 연극인들을 따라다녔다. 아주 지겹도록.

과학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널리 퍼질 즈음, 극을 중심으로 하는 공연의 기초예술격인 '연극'의 불씨 또한, 우리나라 기초과학이 처한 상황처럼 간당간당했다. 하지만 처한 상황은 비교될 수 있었지만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처는 결코 비슷하지 않았다. 대학로는 스스로 일어설 수 밖에 없었다.

2008년, 드디어 또 한 번의 연극열전이 기획됐다. 2004년 3억원이 넘는 적자를 보고 접었던 '연극 열전'이 4년 만에 다시 대학로에 올라간 것이다. '생연극 시리즈'와 '연극 열전'을 기획했던 홍기유 대표는 이번에는 탤런트 조재현 씨와 손을 잡았다.

"2003년 동숭아트센터 씨어터컴퍼니가 기획한 '생연극 시리즈'를 봤습니다. 극단 차이무의 작품들을 1년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관객들이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이듬해 '연극 열전'에선 저도 '에쿠우스'에 출연했는데요, 그때 이런 기획이 대학로 정서는 아니지만 침체일로인 우리 연극계에 하나의 돌파구가 되겠다고 생각 했죠"   <2007년 10월 30일자, 국민일보 기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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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동숭아트센터 홍기유 대표를 만나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다가 이런 생각을 털어놨다.

조재현: "연극 열전 좋았는데, 왜 안 하는 거야?"
홍기유: "몇 년 전에 그거 해서 3억5천만원 빚진 거 아직도 다 못 갚았어요"
조재현: "그래? 그럼 욕심 안 내고 소극장 위주로 가면 되잖아. 내가 도와줄게 하자!"

조재현 씨는 계속 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1억원의 자본금을 출자해 '주식회사 연극열전'이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조재현 씨가 프로그래머로 전면에 나서고 홍기유 대표가 배후에 서기로 했다. 물론 2003년, 2004년보다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연극을 좋아했던 관객들은 이제 더 이상 대학로를 오지 않는 중년의 관객이 됐고, 대학로를 자주 오는 젊은 관객들은 주로 뮤지컬을 봤다. 하지만 '연극 열전 2'라는 타이틀을 다시 세워서 멀어져간 관객들에게 던졌다.

2008 '연극 열전 2' 스타트 !!!

먼저, 다시 돌아온 장진 감독이 '서툰 사람들'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장진 감독 연출에 영화배우 한채영 장영남의 출연. 출발은 상쾌했다. 이어 영화 '화려한 휴가'를 만든 김지훈 감독이 '늘근 도둑 이야기'를 연출해 관객들에게 첫 연극 연출 신고식을 치뤘다. '화려한 휴가'에서 함께 일했던 입담 좋은 배우 박철민씨가 늘근 도둑을 맡았다. '쉭쉭 - 입에서 나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였지만, 결코 그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고 우겼다' 관객들은 숨도 쉬지 않는 그의 애드리브와 입담에 자빠졌다. 두 영화 감독의 연극 연출은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또 멀어졌던 연극 관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도 역시 충분했다.

불황 중 최대 불황의 한 복판에 서 있는 대학로에서는 눈과 귀가 모두 연극열전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재미난 작품과 흥행성 있는 연출가와 배우로 관심을 끌어도 너무 끌어서였을까. 스타마케팅 논란이 붙었다. 연극에 왜 스타를 사용해서 일반 연극 배우들을 더 배고프게 하느냐는 지적이 나왔고, 연극 열전 때문에 다른 연극들이 죽을 쑤고 있다는 비난도 나왔고, 연극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스타를 살리는 것이라는 비평도 나왔다. 추상미씨를 내세운 '블랙 버드'라는 작품은 애초 대학로 안팎에서 그 연출력을 인정받는 김광보 연출이었지만 김광보 연출은 그런 이유에서 신나게 달리기 시작하는 '연극 열전' 열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군대에서 제대한 탤런트 '고수'를 무대에 올렸다. '고수' 보기를 학수고대했을 젊은 관객들이 뮤지컬 극장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렸다. 돌아온 최화정을 내세워 '리타 길들이기'를 올렸다. 길들여질대로 길들여진 리타 최화정의 공연은 그 뒤 앵콜로 이어졌다. 막힘이 없었다. 이번에는 TV 시트콤의 명콤비 탤런트 이순재, 나문희씨가 각각 출연하는 연극을 올렸다. 대박이었다. 자살하려는 딸과 나누는 마지막 날 밤의 엄마와 딸의 이야기인 '잘자요 엄마'는 중년의 아줌마 관객들을 끌어들였다. 역시 아줌마였다.

히트 치려면 젊은이들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 드라마도 시청율 30%의 벽을 넘으려면 아줌마들이 필요하고, 뮤지컬 '맘마 미아'의 성공 뒤에도 아줌마들이 있었다. 간간히 젊은 여성 관객들과 연인 들을 위한 상큼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 연극도 양념처럼 넣었다. 관객들은 좋아했다. 이 연극도 좋았고 저 연극도 좋았다. 이 연극을 보고 또 저 연극을 보고, 그래서 '늘근 도둑 이야기' '리타 길들이기' '잘자요 엄마' 같은 작품들은 '어디 관객들이 안 올 때 까지 해볼까' 하는 흐뭇한 마음으로 앵콜에 앵콜 공연에 들어갔다.

그저 오늘만 생각하면서 숨 가쁘게 달렸더니 벌써 끝이 보였다. 일본의 하이 코미디를 맛 볼 수 있는 '웃음의 대학'을 올렸다. 그리고 거기에 영화 배우 황정민과 배우 송영창을 묶었다. 관객들도 웃고 제작진도 웃었다. 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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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곧 마무리다. 뭔가 감동이 있어야 한다. 웃고만 끝나서는 안된다. 눈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미도 있어야 한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려고 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평가는 항상 무겁게 귀전에서 울렸다. 가볍고 경쾌한 작품들, 스타 마켕팅, 인기가 검증된 작품들만 한다는 비판에 당당할 수 있는 작품을 올리고 싶었다. 그래 창작 작품 ! 그것도 신예 작가의 창작 작품을 올리자. 좋다. 프로그래머 조재현이 드디어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탤러트 이한위를 가세시켰다. 그동안 '연극열전 2'의 프로그래머로만 언론과 관객들에게 알려졌던 그가 무대에 섰다. 아줌마 아저씨들이 몰려들었다. 아····! 예전에 그 관객들이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훌쩍, 훌쩍,...............훌쩍 거린다. 관객들이 그리고 극장이 훌쩍 거린다. 관객도 울고 제작진도 울었다. 그러면서 웃음이 번졌다.

누적 관객 20만명, 매출 40억, 100석 200석짜리 소극장으로 이뤄낸 수치였다. 관객 점유율도 95%로 2004년도 보다 일단 결과는 좋았다. 그러나 홍기유 대표는 아직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았다. 어쩌면 2004년도에도 겉보기에는 좋았지만 실제로는 적자를 본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2008년 '연극 열전2'의 잔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건, '연극 열전2'의 기획이 스타 마케팅을 내세웠건, 코미디류의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작품만을 선정했건, 멀어졌던 관객들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금을 한 푼 받지 않고서도 연극만으로 승부해서 성공한 것이다.

대학로에 모처럼 서광이 비췄다. 대학로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관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잔치가 분명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쩌면 관객들은 대학로를 떠난 것이 아니라 언제나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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