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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박 반장] 국회 전쟁…후진 정치의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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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박병일 기자입니다.

최근 국회를 보면서 '정말 한심하다'라고 생각하시는 분 많으실 겁니다. 18대 국회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했던 분들이 계셨다면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며 또 한 번 실망하셨을 겁니다. 지금 국회는 전쟁 중입니다. 전쟁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게 마련이고, 그 승리를 따내기 위한 전략과 전술이 있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그 승리를 따내기 위한 여야의 전략과 전술이 뭔지를 놓고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그것이 이처럼 몰염치한 국회 전쟁이 왜 일어나게 됐는지를 이해할 단서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먼저 도대체 이런 여야의 극한 대치가 왜 발생했는지부터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한나라당은 이번 12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경제관련 법안과 쟁점 법안들을 모두 처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경제 회생 여부가 내년도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율을 결정하는 중대 변수가 될 것인 만큼 지금 정부여당은 경기부양에 필요한 모든 정책과 조치들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예산안 강행처리도 그래서 했던 것이고, 예산안 부수법안과 각종 경제규제완화 법안 처리도 그래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와 관련이 없는 쟁점 법안들, 이를테면, 이른바 떼법 방지법, 사이버 모욕죄 도입, 국정원법 개정 등 이른바 이념 법안들까지 모두 처리하려는 이유가 뭘까요? 내년에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미리 이념적 기반을 선점하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주장들을 억제할 틀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지난번 예산안 처리 때 여당의 강행처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사실상 묵인 한 것은 경제회생에 대한 국민의 강한 욕구를 의식한 때문일 겁니다. 여당이 예산안을 밀어 붙인 이유도 국민 여론을 감안할 때 절대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했던 때문입니다. 단지 의석수가 월등히 많아서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여기서 여당의 전략 전술적 측면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여당이 이른바 쟁점 법안의 강행처리 1순위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택했습니다. 지난 18일 국회에 해머와 소화기, 빠루 등 각종 장비가 총동원 됐고 몸싸움도 격했던 현장을 모두 언론을 통해서 보셨을 겁니다. 당시 기자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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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여당이 왜 첫 강행처리의 수순을 경제회생과 직접 관련이 없는 FTA를 택했을까? 그리고 FTA에 대한 국민의 찬반 여론도 여전히 양분돼 있는데, 굳이 FTA를 첫 카드로 꺼내 든 이유가 뭘까? 여론의 동조를 받으려면 오히려 국민 민생과 관련된 사안을 꺼내들어 강행처리를 시도하고 야당이 반발할 경우 여론전을 활용해 야당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쓰는 게 상식일텐데 왜 그랬을까?

그 해답을 그 뒤에 벌어지는 국회상황을 보면서 구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정부여당은 이번에 모든 쟁점 법안을 강행처리를 해서라도 연내에 통과시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박희태 대표가 연일 '속도전'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우선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국민 여론이 나빠집니다. 야당과의 협상론이 대두되게 되면 통과를 목표로 한 전체 법안 가운데 일부는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따라서, 여당은 최대한 빨리 강행처리를 통해 쟁점 법안을 처리함으로써 야당에게 양보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 동시에 어차피 국민 여론으로부터 매를 맞게 될 것 빨리 그리고 짧게 맞겠다는 생각입니다. 1월에는 국회가 없는데다 1월 말쯤이면 개각론이 대두되면서 국정 쇄신으로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겁니다. 쟁점 법안과 더불어 통과될 예산부수법안과 경제관련 법안을 통해 어느정도 경기부양에 성공할 수만 있다면 비난 여론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고려도 했을 겁니다.

자.. 그렇다면 왜 첫 수순으로 한미 FTA를 꺼내 들었을까? 한나라당은 "지금 처리하지 않으면 내년 3월부터는 춘투와 맞물려 물 건너 갈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 합니다. 오바마 행정부보다 먼저 비준을 해놔야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표면적 이유도 여전히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왜 지난 18일 국회로 전쟁터로 만들면서까지 첫 수순으로 택했는지에 대한 해답은 되지 않을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 추론해 볼 만한 것은 '고의적 도발론'입니다. 지난 18일 여당은 통외통위 회의장에 질서 유지권을 발동시켜놓고 내부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바리케이드를 쳐 놨습니다. 야당을 강하게 자극한 겁니다. FTA에 대한 반대 여론도 있는 만큼 야당이 머뭇거릴 이유없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도록 만들 수 있는 사안입니다. 여당이 그런 전략을 가지고 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성공한 듯 합니다. 문 안쪽에는 여당 의원들이 있었고 문 밖에는 여당 보좌진과 당직자, 그리고 경위들만 있었습니다. 문 밖에서 야당 의원들은 흥분해 문을 해머로 부수고 할 때 이를 막고 몸 싸움을 벌인 것은 여당 의원이 아닌 당직자나 경위들입니다. 국회가 난장이 되는 모습이 연출될 때 당연히 부수는 쪽은 야당이 됩니다.

게다가, 야당이 이 사태이후 회의 개의가 예정된 상임위마다 회의장 안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문을 걸어 잠근 채 봉쇄에 나섰습니다. 국회를 장기간 점거하는 모습은 그다지 좋은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을 겁니다. 이 또한 여당이 생각한 전술일수 있습니다. 여당은 매일같이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려 하겠지만 야당이 했던 것처럼 망치나 해머 등  장비는 쓰지 않을 겁니다. 야당이 외통위 회의실에서 했던 것과 달리 가벼운 몸싸움이나 힘 겨루기 정도만 할 겁니다. 국민 여론을 의식한 처사이기도 하겠지만, 일종의 지구전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오는 월요일(22일) 전 상임위의 동시 개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야당도 이런 여당의 추진 전술을 알고 있습니다. 결국 야당은 모든 상임위를 점거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겁니다. 야당은 모든 상임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막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우선 체력 저하가 올 겁니다. 매우 지칠 겁니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매일 몇 번씩 진입을 시도하겠지만 중간 중간 쉴 겁니다. 필요한 업무도 볼 수 있습니다.

전쟁에서 적의 진지를 장악하려면 공격하는 쪽이 방어하는 쪽 보다 3배가 넘는 화기와 병력을 동원해야 하고 그 만큼 희생도 크게 마련입니다. 한나라당은 숫자상으로도 야당보다 많습니다. 그리고 유혈 투쟁을 벌이면서까지 진지를 장악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야당은 쟁점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상임위를 점거하고 있지만 그 때문에 경제법안과 민생법안도 상정을 막게 됩니다. 어찌 보면, 이것이 야당의 최대 부담입니다. 야당이 국회를 점거하고 정상적인 법 처리 절차를 막으면서 민생 법안도 실종될 수 있다는 것은 여론의 악화를 불러올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알면서도 막을 수밖에 없는 게 야당의 현실입니다.

야당이 여당의 폭주에도 불구하고 평화시위를 하거나 하는 방법을 씀으로써 종국적으로 여당을 여론으로부터 고립시키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지만, 야당 내 강경파들이 그런 전술을 쓰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여야 대치국면에서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실리보다도 명분이 전쟁의 주요한 동기가 되게 마련입니다. 결국 여야 양비론 속에 여야가 함께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극도의 실망과 혐오증을 향해 치달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다음 주 한주동안은 여야 간에 지루한 지구전이 펼쳐지면서 여야 모두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될 겁니다.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느냐가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으로 갈수 있느냐, 그리고 직권상정을 해서 통과시키더라도 그 후 폭풍의 규모가 얼마나 될지를 결정할 중대 변수가 될 겁니다.

우리 국회는 해외 토픽에서 보던 대만의 난투극보다도 더 볼썽사나운 전쟁을 연출했습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그와 같은 전쟁은 또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해외토픽을 한번 더 장식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지금 전쟁 중입니다. 갖은 전략과 전술을 써 가면서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국민의 따가운 눈총과 실망도 뒷전입니다. "총선 때면 모두 잊혀지겠지, 선거로 여야를 평가하지는 않겠지"하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2008년 말미, 대한민국 국회는 가장 후진적인 전쟁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치루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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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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