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 동의라는 핫이슈를 관장할 무역대표부(USTR)의 대표에 론 커크 전 댈러스 시장을 지명했다.
한때 USTR 대표 자리에 강력한 후보로 부상했던 하비에르 베세라 하원의원은 본인의 고사로 의회에 남게 됐으며, 또 다른 유력 후보였던 대니얼 타룰로 조지타운대 교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에 내정됐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베세라 의원에 비해 커크 전 시장이 USTR 대표에 기용된 것이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베세라 의원은 미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미국 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강력하게 주창해왔다는 점에서 한미FTA의 원안 비준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반면, 커크 내정자는 자유무역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커크 내정자는 흑인 최초로 댈러스 시장에 당선된 후 댈러스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을 정도로 자유무역을 통한 경제활성화에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커크 내정자는 그러나 로버트 졸릭 전 USTR 대표 만큼 국제적 지명도는 없으며 워싱턴 정가에도 이렇다 할 인맥도 없는 편이어서 한미FTA의 원안 통과에 부정적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는데 있어서 상대적으로 힘이 달린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내 8번째로 큰 도시인 댈러스에서 두 차례나 선출직 시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의회 의원들의 반응은 일단 호의적인 편이다.
미국 수출업체들의 권익단체인 전미무역비상위원회의 칼 코언 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의회 의원들은 선출직으로 공직생활을 한 USTR 대표와 함께 일하는데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댈러스 시장 시절 NAFTA를 적극 옹호했다는 점 때문에 그가 한미FTA의 비준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이런 성향의 인물을 오바마 당선인이 USTR 대표로 임명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펼쳐나갈 통상정책의 방향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오바마 당선인은 후보 시절 기회 있을 때마다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간 심각한 무역역조 현상을 지적하면서 한미FTA 내용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차기 행정부의 각료 인선과정에서는 자유무역을 주창하는 인물들을 대거 경제팀에 발탁해 주목을 끌었다.
경제팀 가운데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로런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 신설 경제회복자문위의 사무국장에 내정된 오스탄 굴스비 교수 등은 모두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의 인맥으로 자유무역을 신봉하는 중도노선의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막대한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회복이라는 시장 개입주의를 표방한 오바마 행정부가 다소 왼편으로 치우칠 것이라는 관측과는 달리 경제팀 인선은 중도성향의 인물들 일색이다.
특히 굴스비 교수의 중용은 압권이다. 굴스비는 올해 초 시카고 주재 캐나다 영사관 관계자를 만나 "오바마가 FTA를 비판하는 것은 정책적인 것이 아니라 표를 의식한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돼 곤욕을 치렀지만 오바마는 이런 굴스비에게 요직을 맡겼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보호무역주의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는 문자 그대로 기우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인이 각료인선 발표 일정에서 USTR 대표를 가장 후순위에 뒀고 국제사회의 지명도는 물론 워싱턴 정가에도 인맥이 없는 인물을 내정했다는 점에서 통상문제가 정책과제에서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려나 있음을 시사했다는 것도 유의할 대목이다.
이런 해석이 유효하다면 오바마 행정부에서 한미FTA의 비준동의는 시급한 과제로 다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