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내년도 경제운용계획 보고대회에서는 참석한 경제인과 경제학자들이 작심한 듯 전대미문의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갖가지 건의를 쏟아냈다.
"비정규직법이 오히려 일자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거나 "금융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원자력 발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제기했다.
일자리유지 방안, 구조조정, 녹색성장 등 3가지 주제를 놓고 진행된 이날 자유토론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됐으며, 일부 참석자들은 정부에 대해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우선 일자리유지 방안에 대해서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주로 주요 경제단체장들의 건의가 이어졌다.
손 회장은 "비정규직 기한을 2년으로 규정한 현행 법이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이는 고령자와 장애인들의 고용기회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중소기업 인력난에 언급, "연령별, 지역별 최저임금제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정부가 자금을 풀어도 한국은행에 다시 귀속된다"면서 "정부와 은행에서 여신을 많이 늘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은 "경제가 어렵지만 기회적 요인이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고,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우리나라의 고비용 구조의 문제점은 고용관련 법률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제난에 따른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최명주 GK파트너스 사장은 "기준금리가 내려도 시중금리가 안 떨어지고 회사채 발행이 안되는 등의 현상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퇴출되는 금융기업이 없다는 점이 큰 이유"라고 진단했다.
특히 손경식 회장은 "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상설화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신상민 한국경제신문 사장은 "최근 최저임금제 문제가 불거진 것은 과거 포퓰리즘 정책에 따라 임금을 계속 올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녹색성장 문제와 관련,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하반기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유가가 올라갈 수 있는데 에너지청을 만들어 여러 사업을 진행하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이 대통령은 토론중 "이번 경제난국이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기회"라면서 "오는 23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보고에서는 각 부처가 파워 포인트를 통해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최근의 경제위기를 반영한 듯 '강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자다', '역사적 권력이동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 위기를 선진일류국가 도약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직관과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등의 슬로건을 제시해 분위기가 고조됐다고 이동관 대변인은 전했다.
다음은 이동관 대변인이 전한 주요 토론 내용이다.
◇일자리유지 방안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 최근 중소기업 인력난이 심각한데 연령별, 지역별 최저임금제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 비정규직 기한을 2년으로 규정한 현행법이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 일자리창출에 중요하므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 = 고환율 탓에 외화부채가 많이 잡혀 연말 결산에 애로가 많으므로 환차손 처리를 임시로 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 달라.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 = 내년 선진국은 0.3%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나 개발도상국은 5%대로 성장한다. 우리 무역구조상 개도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70%인 만큼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올해 6대 에너지 수입액이 당초 1천780억달러로 예상됐으나 1천34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 같고 내년에는 1천160억달러 정도로 더 떨어질 전망이어서 경상수지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마무리단계에 있는 EU, 미국, 인도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조기에 체결해야 한다.
▲이수영 경총 회장 = 우리 기업의 고비용구조 문제점은 고용 관련 법률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노동법 등을 손질하는 것이 지금 당장 유용한 대책이다. 국민들도 위기가 닥쳤을 때 자기 나름의 경제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효수 영남대 총장 = 일본이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때 사용한 주요 전략이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의 U턴이었으므로 우리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 = 한계기업은 지불능력이 없어 최저임금으로도 힘들어 하고 있다. 국가가 세제지원을 통해 한계기업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 다만 지역별 최저임금제 차등은 현실적으로 시행할 수 없는 안이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 노동문제는 노동법 개정만으로 해결하려면 파열음 많이 생기고 정치적 부담만 가중한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제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구조조정
▲윤경희 맥쿼리증권 회장 = 경제운용 방향과 관련하여 SOC사업이 많은데 민간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국인투자 촉진을 위해서는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최명주 GK파트너즈 사장 = 기준금리가 내려도 시중금리는 안 떨어지고 회사채 발행도 안되는 등의 현상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퇴출되는 금융기업이 없다는 점이 큰 이유다. 따라서 구조조정을 통해 부도 리스크 부담을 줄여야 한다.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 미분양펀드가 미분양아파트 살 때는 세금감면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과 미분양펀드 투자자에 대한 세제지원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을 잘 홍보할 필요도 있다. 4대강 권역개발도 대운하 사업으로 이해하는 국민이 많다.
▲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 은행들이 시중에 돈을 돌려야 하는데 엔진이 부족하다. 국책은행에 정부출연을 확대해 지방은행이나 제2금융권에 우선 지원하여 지방에 돈이 풀릴 수 있도록 하겠다.
◇녹색성장 문제
▲박양호 국토연구원 원장 = 2010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경기회복기에 대비해 선제적 투자 있어야 한다. 새만금, 광양만, 울산, 포항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박우규 SK경제연구소장 = 에너지문제 해결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가업승계 기업에 세제지원을 확대하고 인수합병(M&A)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지원도 필요하다.
▲이윤호 지경부 장관 = 그린에너지 관련 15개 대상 사업을 선정해 15개 분과 위원회를 구성했다. 로드맵도 마련되었으며 내년 초에는 착수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