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3일 오전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 총지출(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을 정부가 제출한 283조8천억원 보다 7천억원 증가한 284조5천억원으로 의결했다.
이날 표결에는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의원들이 참여했고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여야 합의처리 원칙을 깨고 예산안 처리를 강행했다고 비난하며 불참했다.
민주당은 이날 한나라당 등의 예산안 파행처리와 관련, "12.12 쿠데타와 같은 예산안 폭거"라고 맹비난했고 종부세법 개정안 등 각종 감세법안의 국회의장 직권상정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출, 연말 정국이 급랭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야는 당초 1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협상에 끝내 진전을 보지 못했고, 한나라당은 12일 밤부터 강행처리 절차를 밟아 종합부동산세 등 13개 예산부수법안을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정, 본회의에서 처리한 데 이어 차수를 변경, 13일 정오가 다 돼서야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여야가 합의없이 예산안을 강행처리한 경우는 2005년 제1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 파문으로 등원하지 않은 채 새해 예산안 심의를 거부한 이후 3년만에 처음이다.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맞은편 예결특위 회의장 앞 농성을 풀고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면서 일순 전운이 감돌았다.
원혜영 원내대표와 송영길 최고위원 등 민주당 의원 30여명은 단상 주변에 빙 둘러서서 `일자리.서민 예산 증액', `형님.대운하 예산 삭감'이라고 쓰여진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항의농성을 벌였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오전 9시54분 속개 선언과 함께 "국회법상 의사진행에 방해되는 물품은 반입할 수 없다"며 교통정리에 나서자 민주당 의원들이 "반성하고 사퇴하라", 국회법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맞서면서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곧이어 이한구 예결특위 위원장이 예산안과 기금운영 계획안 심의 결과 보고를 위해 단상에 오르자 "무효다", "그만 지껄여라", "위원장 자격 없다"는 민주당의 야유와 "잘했어"라는 한나라당의 격려가 엇갈렸다.
이어 한나라당 5명, 민주당 5명, 선진당 1명 등 무려 11명의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예산안 찬반토론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도 야유와 고성은 이어졌다.
민주당은 "12.12 쿠데타를 연상하는 예산 쿠데타", "의회 민주주의를 유린한 군사작전", "날치기" 등의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4대강 정비사업 및 포항 관련 예산의 원안 통과를 문제 삼았다.
또한 예산안 처리의 키를 쥔 이한구 위원장을 향해서도 "어디로 잠적했었느냐", "날치기의 주역", "독단적 위원회 운영으로 야당을 협박했다"는 성토가 집중됐다.
반면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은 "8년만에 국회에 다시 들어왔는데 떼쓰고 단상 점거하는 것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이런 행태 때문에 정권도 잃은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호남 출신의 이정현 의원은 "민주당이 호남인의 오랜 소망인 호남고속철 예산 삭감안을 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비꼬았다.
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밀실 야합한 결과가 이 난장판이냐. 국민 보기 창피하다"고 지적한 뒤 "선진당을 협상당사자로 인정하지 않은 민주당 원내대표는 창피한 줄 알아야 하며, 4대강 사업 예산 삭감 약속을 지키지 않은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예결특위원장도 분명히 해명하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구호 제창과 함께 퇴장한 뒤 속전속결로 이뤄진 예산안은 11시17분 재석 188명, 찬성 184명, 반대 3명, 기권 1명으로 처리됐으며 1분 뒤에 기금운영계획안도 반대 2명, 기권 2명을 제외한 184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2개월 이상 여야간 정쟁으로 끌어온 새해 예산안이 파행 속에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오전 5시57분 계수조정소위가 시작된 뒤 불과 4시간21분만이다.
김 의장은 "이런 식으로 헌법이 지켜지지 않고 국회법이 무용지물이 된다면 국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면서 "선진국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얼굴을 들 수 없다. 뼈를 깎는 노력과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마무리 발언으로 본회의를 마무리했다.
한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이날 새벽 4시까지 의원회관에서 대기하다 귀가했으며 오전 9시30분께 본회의장에 모습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