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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12=(빈칸)+3'... 수능로또 과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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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능시험에서는 또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먼저 퀴즈 하나! 우리나라 수험생들이 수능에서 가장 응시를 많이 하는 제2 외국어는 무엇일까요? 상식적으로라면 중국어, 또는 일본어, 아니면 세계 3위의 사용 인구를 자랑하는 스페인어, 아니면 전통의 프랑스어나 독일어? 그런데 해답은 놀랍게도 아랍어입니다. 일본어 응시자 수가 2만7천여 명, 중국어는 1만3천여 명, 프랑스어가 약4천3백 명, 독일어가 3천8백여 명, 스페인어는 2천5백여 명, 그런데 아랍어는 무려 2만9천여 명이 수능 시험을 봐서 단연 응시자수 1위를 기록했습니다.

'수능 로또' 아랍어 열풍

그럼 우리나라 고등학교에 아랍어 열풍이 불어서 많은 학교가 아랍어를 가르치고 있느냐 하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현재 고등학교 가운데 아랍어를 교육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전국 2천2백개 가까운 고등학교 중에 아랍어 선생님이 수업하는 곳이 전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저 중동에서 근무한 아버지를 따라 아랍어를 익힌 몇몇 학생들에게 시험을 볼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수능 과목에 포함됐다고 보면 됩니다.

얼핏 우리나라 수험생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곧 닥칠 에너지 자원의 위기에 대비해 여전히 세계 1위의 석유 부존량을 자랑하는 중동에 진출해서 활약하기 위해 준비해두나 보다. 그래서 학교에서 배울 수도 없어 독학으로, 또는 사교육 기관에서 공부해야 하는데도 이렇게 벌떼까지 응시생이 모이나 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본질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아랍어를 응시한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수능 점수 '로또'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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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빈칸)+3 <----  이게 수능 문제?

올 수능 아랍어 4번 문제를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빈칸에 들어갈 아랍 숫자로 알맞은 것은? 12=(빈칸)+3, 그리고 보기로는 아랍어로 ①사 ②오 ③육 ④팔 ⑤구(※아랍어 폰트 지원이 안되는 관계로 한글로 썼습니다)입니다. 이 문제가 만약 영어였으면 어떠했을까요? 뭐 이런 유치원 수준의 문제를 내냐며 수험생들의 비웃음을 사고 언론들은 마구 비난했겠죠? 하지만 아랍어는 워낙 교육 실태가 미미해 이런 쉬운 문제가 버젓이 출제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조금만 공부를 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겠다고 수험생들은 생각하게 됩니다.

게다가 응시생들이 워낙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고 시험을 치르다보니 평균이 어마어마하게 낮고 그래서 표준점수로 변환한 아랍어 최고점은 무려 1백점에 이릅니다. 언·수·외를 제외한 선택과목들 가운데 1백점의 최고점이 나오는 과목은 아랍어가 유일합니다.

다른 제2외국어 표준점수 최고점과 비교해볼까요? 러시아어 80점, 스페인어 75점, 중국어 74점, 독일어 72점, 일본어 70점, 프랑스어 69점 등입니다. 2등과 비교해도 20점, 가장 낮은 프랑스와 비교하면 무려 31점의 차이가 납니다. 잘하면 수능 성적에서 30점을 더 먹고 들어갈 수 있으니 '로또'라고 부를만 하지 않습니까?

앞서 말한 너무나 쉬운 문제를 맞추고 찍은 것 가운데 운 좋아서 많이 맞으면 가위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아랍어에 실력 없는 학생들이 몰리고, 그러니까 표준점수 최고점은 더 올라가고, 이런 식의 순환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4년전 아랍어가 수능에 처음 등장한 2004년의 6월 모의 수능 평가에만 해도 응시자수는 1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그해 2005학년도 본 수능은 5백31명,  2006학년도 2천1백84명, 2007학년도 5천72명, 2008학년도 1만3천5백88명, 그리고 올해 2만9천2백78명으로 응시자수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교육과정평가원도 이만저만 골치가 아픈 것이 아닙니다. 아랍어 때문에 매번 선택과목별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며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앞서 말한 이유로 도대체 정상적인 성적 분포를 유도하기는 어렵고, 과거에는 응시자수가 적다는 이유를 들어 면피했는데 이제 제2외국어 가운데 1위 선택 과목이 됐으니 그런 변명도 통하지 않고.

아랍어 문제는 우리나라 교육이 배움 그 자체의 목적보다는 '좋은 간판'을 따기 위한 수단으로 어느 수준까지 전락했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우리 교육 이래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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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보도국의 신사'로 불리는 우상욱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 정치,경제부를 두루 거치며 지금은 사회1부의 교육담당 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성실한 취재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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