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소부터 막무가내로 조르기, 하염없이 기다리기까지 전쟁이 따로 없어요."
5일부터 여야가 참여한 가운데 본격적으로 시작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는 정부가 제출한 284조원의 예산에 '칼질'과 '풀질'을 가해 예산안을 사실상 확정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정부 기관으로서는 한해 살림의 규모가 계수조정소위 결과에 전적으로 좌우되기 때문에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통상 토·일요일도 없이 자정 무렵까지 진행되는 소위장 주변에는 각 정부 부처.산하기관 관계자가 진을 치고 흘러나오는 정보에 촉각을 세운다. 소위 소속 의원이나 보좌관과 눈이라도 맞추려 애쓰는 것도 소위 주변의 풍속도다.
회의장 밖의 로비전도 치열하다.
소위 의원이나 보좌관과 접촉하기 위한 뜨거운 `구애작전'은 다반사이고 해당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은 민원인들의 잦은 방문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한나라당 A 의원은 7일 "장·차관을 포함, 하루 30여개 팀이 의원실을 찾아와 `단 5분 만이라도 만나달라'고 애원한다"며 "만나주지 않으면 친구의 친구, 동향 사람, 동문 등의 인맥을 총동원해 악착같은 공세를 편다"고 혀를 내둘렀다.
B 보좌관은 "공무원부터 각종 이익단체, 시민단체 관계자까지 온갖 사람들이 찾아오거나 전화를 해오는 통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한 도지사는 아예 여의도에 방을 잡고 국회의사당에 출근하다시피 한다"고 전했다.
민원인 뿐 아니라 지역구의 현안 사업에 관한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계수조정소위 위원에게 직접 부탁을 하는 것도 예사다.
동료 의원의 부탁이라지만 민원을 한번 들어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민주당 C의원은 계수조정 기간 중 전화기를 수시로 꺼놓고 지낸다고 한다.
초선으로 계수조정소위에 처음 참가하는 D의원은 "피곤할 때도 있지만 한푼이라도 더 예산을 따보겠다는 노력이 가상할 때도 있다"면서 "절박한 설명을 듣다 보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마음이 움직이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