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이 한장 남았습니다.
가는 해를 아쉬워하며, 오는 해를 반기며... 술을 '벗' 삼아 지낼 날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딱 한잔 더!'
사람마다 '기분좋게 취할 만큼'의 기준이 달라서, '딱 한잔 더' 때문에 곤혹스러운 일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요.
기원전에 살았다는 한 철학자는 술에 대해 "최초의 한 잔은 건강을 위해서, 두 번째 잔은 기쁨 때문에, 석 잔 째는 치욕 때문에, 네 번째 잔은 광기 때문이다(아나칼시스)"라고도 했죠.
김영승 시인은 '반성16(1995)'이란 시에서 술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둘 다 결국 '과음은 금물'이란 말인데요. 과음하기 쉬운 연말, 술김에 호객꾼들 잘 못 따라갔다간 낭패를 볼 지도 모릅니다.
최근 남대문경찰서에서 취객들에게 '한잔만 더' 호객행위를 했다 바가지에, 폭행까지 일삼은 일당을 검거했습니다. 주로 서울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우리은행 근처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취재과정에서 만났던 피해자 23살 이 모 씨 얘기입니다.
"난..술을 싸게 먹게 해주고 예쁜 '언니'들도 나온다는 말에 아무 의심없이 삐끼(호객꾼)을 따라갔을 뿐이고..."
이 씨는 호객꾼들의 말만 듣고 승합차를 타고 회현동에서 서초구 잠원동까지 갔습니다. 갔더니 분명 처음에는 양주 한병에 맥주 열댓병이 있었는데, '눈 한번 감고 나니' 테이블 위에 양주 4병이 올라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술집에서는 3백만 원짜리 계산서를 내놓았고, 비싸다고 항의하자, 업주와 종원원들은 주먹을 휘두르며 신용카드를 빼앗아 179만 원을 결제했습니다. 그리고는 이 씨를 가둬놓은 채 현금서비스로 120만 원을 더 뺐습니다. 내놓은 양주는 마시다 남은 저가 양주를 섞어 만든 것이었습니다.
이들 삐끼들은 애초부터 바가지 술값을 씌울 생각으로 단속이 나오면 달아나는데 쓸 비밀통로를 만들었습니다. 피해 손님들이 휴대전화로 신고해도 전파가 통하지 못하게 방마다 이중삼중 철제문까지 달았습니다. 이 씨는 "신고하려고 화장실에 갔더니 휴대전화 전파 차단기까지 있더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이씨는 "'딱 한잔만 더' 하려다 경찰서 신세까지 지고 난감했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연말을 앞두고 비슷한 범죄 예방을 위해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딱한잔만 더'의 유혹, 조심하세요. ^^
[편집자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