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앞으로 50일 후면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
오바마 당선인은 대선승리 후 대통령 취임까지 주어진 77일 가운데 벌써 한 달 정도를 소화하면서 정권인수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대선승리 직후 `정중동' 행보를 보여온 오바마 당선인은 3주째인 지난주부터 잦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상 대통령에 준하는 언행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정권인수 작업의 초점은 경제와 안보에 맞춰져 있다. 미국이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불리는 경제위기에 처해 있고,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나라안팎의 최대 도전과제에 새 정부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오바마가 23일부터 사흘연속 경제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차기 행정부의 경제팀을 잇따라 발표한 것은 경제살리기 문제가 최우선 국정어젠다로 다뤄지게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팀도 위기관리에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로 채워놓음으로써 `오바마노믹스'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한단계씩 다져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차기정부의 신설기구인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의장에 내정된 폴 볼커 전 연방제도이사회(FRB) 의장, 재무장관 내정자인 티머시 가이트너 뉴욕연방은행 총재, 백악관 직속기구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내정자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등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조합할 수 있는 최상.최적의 팀으로 꼽힌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추수감사절을 제외하고 닷새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것은 일단 오바마 경제팀이 시장에서 `합격점'을 받았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개성과 보스기질이 강한 오바마 경제팀의 구성원들이 서로 자기 주장만 내세울 경우, 자칫 불협화음을 빚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신설기구를 포함해 5개로 나뉘게 될 경제팀 조직이 원만한 팀워크를 발휘하면서 경제정책에 대한 이견을 조율해 나갈지도 관심거리로 등장한 상태다.
따라서 초선 상원의원 출신으로 리더십에 대한 완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오바마 당선인이 `경제드림팀'을 어떻게 조화롭게 관리하고 이끌어나갈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번주에는 외교.안보팀 인선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주 인도 뭄바이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한 직후 이뤄지는 인선이어서 각별히 주목을 끈다.
일단 국무장관에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기용될 것이 확실시된다. 오바마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라이벌이었던 힐러리를 입각시키는 것은 `포용정치' `화합정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차기 국방장관에는 로버트 게이츠 현 국방장관이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부시맨'으로 분류되는 게이츠 장관의 유임은 거국내각이라는 대전제에 충실한 인선으로 볼 수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에는 4성 장군 출신의 제임스 존스 전 나토군 사령관이 사실상 내정된 상태다.
오바마 당선인은 경제 및 외교.안보팀의 구성을 마치면 나머지 각료에 대해서는 늦어도 성탄절 이전까지는 인선을 매듭짓겠다는 방침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인선과정에서 성적, 인종적, 이념적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를 통해 내각과 백악관에 인종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성적, 이념적 균형을 맞추는데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위기 속에서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내편 네편"으로 갈라치기를 하는 것보다 구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적구성이 필요하다는게 오바마의 상황인식인 듯 하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당선인은 차기 정부의 조각을 완성하면 취임일 당일부터 경제관련 법안에 서명을 할 자세와 각오로 경제문제 챙기기에 발벗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바마 당선인이 취임후 제1호 법안에 서명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입법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경기부양 법안 패키지 마련에 의회가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할 전망이다.
그가 기회 있을 때마다 `초당적인 정치'를 주장하면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입법처방'에 공화당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여전히 "아직까지 대통령은 한 사람을 뿐이며, 그는 부시 대통령"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미 대통령직 수행에 들어갔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따라서 오바마 당선인이 취임하기까지 남은 50일의 기간은 대통령직 수행을 위한 `예습'의 기간이라기보다는 `실전'의 기간에 가깝다.
오바마 당선인이 사실상 덤으로 얻은 50일을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할 것인지는 오바마 정권이 예상보다 산뜻한 출발을 끊느냐, 아니면 경제난과 국제적 테러리즘에 발목이 잡혀 경황없이 출발하느냐를 결정하는 중대한 기간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