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대(對) 한반도 정책을 담당할 외교안보팀은 일단 변화보다는 경륜을 바탕으로 한 안정에 초점을 맞춘 형태로 짜여지고 있다.
공식적인 발표는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난 뒤인 12월1일 공식 발표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제임스 존스 전 나토군사령관이 내정됐고, 국무장관에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국방장관에는 로버트 게이츠 장관의 유임이 확실시된다. 국가정보국(DNI) 국장에는 데니스 블레어 전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내정된 상태이다.
오바마 외교안보팀은 전반적으로 이념보다는 실용, 진보보다는 중도 온건파가 다수를 이루는 형태로 짜여지고 있는 셈이다.
인선에 대해 전직 클린턴 행정부 관리로서 국가안보회의(NSC)의 역사에 관한 책을 저술한 데이비드 로스코프는 "왼손으로 권력을 쥐고, 오른손으로 연주하는 전형적인 바이올린 모델"이라면서 "오바마는 정치판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를 바라는 동시에 미국의 대외정책은 중도적 견지에서 이끌어 나가겠다는 포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주목되는 점은 외교안보팀에 거물급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이들간 관계 및 역할분담이 어떻게 이뤄질지가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당장 뉴욕 타임스(NYT)가 29일 4성장군 출신인 제임스 존스 전 나토군 사령관의 NSC 보좌관 기용에 대해 국방부내 독자적인 권력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게이츠 장관과 NSC 보좌관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 독대권을 요청한 힐러리 국무장관 내정자 등 거물급 인사들간의 거중조정을 위한 카드라고 분석한 것은 단적인 예.
특히 정치적 라이벌에 대한 담대한 포용 차원에서 힐러리를 국무장관으로 기용하는 파격적인 `적과의 동침'을 시도했지만 국제적 스타인 힐러리가 `오버'할 경우 존스 보좌관은 물론 외교안보 전문가인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를 통해 적절히 제어해 나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반도 정책의 입안 및 집행에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할 NSC와 국무 및 국방부의 고위관리 인선은 아직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선 및 대선과정에서의 역할 등을 토대로 하마평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이중 오바마 당선자 진영의 핵심인사로는 아시아지역 전체 책임자인 제프 베이더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과 한국팀장인 프랭크 자누지를 꼽을 수 있다. 베이더 선임연구원은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와 NSC 아시아담당 국장, 나미비아 대사 등을 역임했고, 자누지는 부통령으로 당선된 조 바이든 상원 외교위원장의 보좌관 출신으로 두 사람 모두 NSC의 아시아담당 보좌관이나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미대사가 이끄는 보스턴팀의 핵심멤버인 한반도 전문가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도 NSC에서 아시아 담당 데스크로 활약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연구원, 조너선 폴락 해군대학 교수 등 다른 보스턴팀 전문가도 국무부의 동아태 라인 참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활약했던 웬디 셔먼 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도 최근 국무부 공동인수팀장에 임명됨으로써 국무부 고위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정책을 주도할 차기 외교안보팀의 면면에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대(對) 한반도 정책에 있어서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오바마 당선자는 대선 후보 시절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악의 축' 국가의 지도자들과 만나 조건 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오바마 정권인수팀이 국정운영 청사진인 `국정어젠다'를 통해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 터프(tough)하고 직접적인 양자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선거과정에 오바마 당선인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미국진보센터(CAP)는 최근 발간한 `미국을 위한 변화:제44대 대통령을 위한 진보청사진' 정책제안서에서 취임 100일이내 대북특사 파견을 제안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여기에 북한은 오바마 당선을 계기로 남북간 육로통행 제한.차단 등 대남압박을 가속화 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 소위 `통미봉남' 전략을 구사하고 나서 앞으로 북미 관계의 진전 여하에 따라서는 오바마와 김정일 위원장이 서로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외교안보팀이 중도 온건파가 주류를 이루고 특히 경륜이 많은 인사들 중심으로 채워지고 있는 점에서 볼 때 한반도 정책의 변화는 급격하고 요란하기 보다는 신중하고 조율된 가운데 진행될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애틀랜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