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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가시밭길…가계·기업 숨막혀

회사·은행채 내년 1분기 25조원 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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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가 경기 악화로 번지면서 기업들이 경영난으로 도산 위기에 몰리고 가계는 소득 감소로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기관이 부실화돼 신용경색을 심화시키고 경제에 다시 충격을 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자금시장은 얼어붙고 시중금리는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가계 대출과 회사채 등의 만기가 어김없이 돌아오면서 가계와 기업은 벌써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안으로 한국의 금융시장이 안정여부를 되찾을 수 있는지 여부가 판가름난다고 밝히고 있다.

◇ 빚 상환 허덕..금융불안 키우나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채의 상장 잔액은 지난 27일 현재 182조9천억 원이다. 만기 도래액은 내년 1분기 21조2천 억원으로 올해 1분기 18조4천억 원, 4분기 20조7천억 원보다 많다.

월별로는 11월 7조2천억 원에서 12월 6조1천억 원으로 감소하다가 내년 1월에는 9조7천억 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기업들이 발행한 상장 회사채의 만기 도래액은 내년 1분기 3조9천억 원으로 올해 1분기 3조7천억 원, 4분기 3조 원을 웃돌고 있다.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고 있지만 채권 금리가 급등하고 거래도 위축되면서 이를 차환 발행하기가 쉽지 않다. 회사채 AA-등급(무보증 3년 만기)의 금리는 작년 말 6.73%에서 올해 11월 말 8.56%로 뛰었다. 회사채 BBB-등급(무보증 3년 만기)의 금리 역시 같은 기간 9.16%에서 11.98%로 급등했다.

지난 10월 은행채 발행액은 4조2천억 원으로 전달보다 23%, 회사채 발행액은 1조4천억 원으로 27.7% 급감했다. 중소기업은 10월에 회사채를 단 한 건도 발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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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고 한국은행도 지원할 계획이지만 자금시장 경색을 푸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도 금융시장의 복병이다. 지난 9월 말 현재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383조6천억 원으로 이중 주택담보대출이 234조6천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일시 상환 대출의 만기가 보통 3년이고 2005~2006년 대출이 급증한 점을 감안할 때 내년에 만기 금액이 40조~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 거치기간이 끝나 원금을 나눠 갚아야 하는 대출은 올해 17조4천억 원에서 내년 33조5천억 원으로 급증한다.

일시 상환 대출은 대부분 만기 연장이 되는 추세이지만 문제는 원금이나 이자의 상환 부담이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최근 일부 떨어졌지만 연 6~7%로 2006년 말 5~6%보다 높은 수준이다. 3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물가 상승을 감안한 월 평균 실질소득 증가율은 0%로 2005년 3분기 -0.2% 이후 가장 낮았다.

앞으로 경기가 악화해 소득이 줄어들고 금리가 안정되지 않으면 대출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 연구원은 "연말과 내년으로 가면서 경기가 나빠지고 내수도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일 것 같다"며 "부동산가격마저 계속 하락하면 가계가 주택담보대출금을 못 갚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 돈 빌리기 더 어려워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연말 결산까지 맞은 것은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에 악재다.

은행들은 12월 말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1~12%로 끌어올리기 위해 신규 대출을 억제하며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기업 구조조정이 점차 임박하는 것도 자금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신성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C&중공업과 C&우방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각각 신청한 상태다. 이들 기업에 대한 채무 재조정이 이뤄지면 채권 금융기관은 자산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여신 관리를 강화하게 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이 특정 기업에 대한 대출을 정상 여신으로 분류했는데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원리금 감면 등으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이런 위험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았다면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겠지만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할수록 건전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계기업들의 도산이나 부실화가 표면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푸르덴셜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기업이 외상 매출금이 있으면 연말까지 정산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대로 회수하지 못해 자금난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환율 고공행진도 악재

외환시장 역시 불안하다. 한국 증시에 투자했던 외국 기업이나 펀드 등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대규모 환매에 나설 경우 달러 수요를 촉발해 원.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더 오르게 된다.

지난 7월 말 1,000원 선에 있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몰락 이후 빠른 속도로 오르기 시작해 현재 1,500원에 육박해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의 만기가 내년 4월 말이라는 점도 잠재적 불안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이 협정의 만기가 연장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달러 부족에 대한 우려를 키우며 금융시장 전반을 다시 큰 불안에 빠뜨릴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김재은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미 국채를 매각하면 미 국채 금리와 달러화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기존 협정 내용을 승계하며 만기를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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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협정이 연장되지 않으면 환율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에 한.중.일 통화스와프 확대와 같은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한.미 통화스와프 규모가 300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협정이 연장되지 않으면 금융위기 와중에 미국의 지원 망에서 제외됐다는 상실감이 생기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외국 자본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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