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법원이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한 가운데 가족의 요청에 못이겨 중환자의 퇴원을 허용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는 죄가 있을까.
대법원은 2004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 김 모씨를 퇴원시켜 달라는 가족의 반복된 요구에 응했다가 김 씨가 숨진 뒤 살인죄로 기소된 의사 2명에게 살인방조죄를 인정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씩을 선고했었다.
이 '보라매병원 사건'은 의사의 치료중단 행위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김 씨는 1997년말 술에 취해 넘어지면서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크게 다쳤고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다행히 김 씨는 의식이 회복되고 있었지만 스스로 호흡은 할 수 없어서 보조장치를 달고 치료를 받고 있었다.
김 씨의 아내는 치료비가 없다면서 남편을 퇴원시켜 달라고 졸랐고 의사들은 "남편을 퇴원시키면 호흡이 어려워서 사망하게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설명하고 만류했으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결국 의사들은 김 씨의 퇴원을 지시했고 집으로 돌아간 김 씨는 병원 측이 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해 간 뒤 호흡정지로 숨졌다.
1심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 씨 아내와 의사들에 대해 살인죄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살인방조죄로 낮춰 집행유예 판결을 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에서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행위를 중지하는 것은 환자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말기 상태에서 자기 결정권에 따라 단지 생명을 연장하는 의미밖에 없는 치료를 그만하자고 진지하게 요구하고 이에 응해 의사가 양심에 따라 결정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그 허용 여부와 범위 등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진지한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보라매병원 사건의 경우는 치료중단 행위와 관련된 중환자의 사망 사건이지만 환자인 김 씨의 의사 표현이 없는 상황에서 아내가 경제적 이유로 퇴원을 요구했고 김 씨의 상태도 처음보다 나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존엄사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는 게 법원 측의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