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계는 28일 법원의 존엄사 인정 판결에 대해 소송의 배경과 원고의 상황 등을 자세히 파악해 태도를 정하겠다는 신중한 입장 속에 인간 생명을 '집착적으로 연명하는' 경우라면 존엄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의 이동익 총무 신부(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은 "아직 판결의 세세한 부분을 파악하지 못했고, 존엄사를 인정해 달라고 한 가족의 상황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라 내용을 들여다봐야겠다"면서 "상황을 파악한 후 가톨릭의 견해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그러나 "현실에서는 환자의 고통을 무시하고,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는 죽음의 시간만을 연장하고자 하는 '집착적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가톨릭 교회의 여러 문헌에는 '집착적 행위'라면 (생명을) 포기하는 게 오히려 윤리적일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신부는 "환자의 소생 가능성이나 (호흡의) 자연적 회복 가능성이 있다면 당연히 산소 호흡기 등 생명 연장 장치를 제거해서는 안 된다"며 "존엄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을 엄격히 구분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윤리분야 전문가인 진교훈 서울대 명예교수는 "비슷한 사례가 생길 때마다 신중하고 꼼꼼히 살펴봐야 하며, 이번 1심 판결을 일반화해서 유사한 사례에 일률적이고 도식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진 명예교수는 "죽음에는 시대에 따라 나름대로 문화적, 사회적 정서가 있는 만큼 해외 사례를 그대로 적용해서도 안 된다"며 "앞으로 나타날 비슷한 사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와 토론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신교와 불교 쪽에서는 내부에서 입장이 갈려 있다.
개신교 보수 교단 측은 생명 연장 장치 제거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장기기증 운동을 펴는 교단에서는 존엄사를 옹호하고 있다. 불교계 역시 어느 한 쪽을 편들지 않는 상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