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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연가 - 어느 가을 날 낙엽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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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어느새 시원함이 싹 가신 차가운 바람이 나에게 가을이 왔음을 알려준다. 마로니에 공원 벤치에 앉는 순간, 내 몸에 전해지는 벤치의 싸늘함이 또한 내게 가을이 왔음을 전해준다. 강렬했던 여름의 햇살은 잘 익은 누런 벼처럼 빛깔이 바랬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은 언제나처럼 반짝이지만 여름의 따갑고 매서움을 잃은 채 오히려 따사롭고 온화한 햇살로 변했다. 촘촘했던 은행나무 가지도 여름보다는 훨씬 듬성듬성해졌다. 은행나무 아래 벤치에는 여름 때처럼 몇몇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는 모습이 왠지 더 휑하게 느껴진다. 차가운 바람이 은행나무 가지를 흔들고 지나간다. 은행 나무에 걸친 누런 가을 햇살이 바람에 찰랑거린다. 은행잎이 나풀거리며 떨어진다. 한 낮의 마로니에 공원에는 어느새 여름이 물러나고 그새 가을이 들어 차 있었다. 공원 마당에는 낙엽들이 가끔씩 바람에 들썩거린다.

낙엽. 낙엽만큼 가을이 확실히 왔음을 증명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잎이 나고, 그 잎이 짙어지고, 그리고 그 잎이 바래고 마침내 떨어지는 나뭇잎으로 본 계절의 순환에서 낙엽은 가을의 상징이다. 사람들은 낙엽이라는 기표에 가을이라는 계절적 의미 외에 또 하나의 의미를 부여했다. 바로 낭만이다. 가을은 그래서 가을의 상징이자 쓸쓸함과 외로움과 처연함 등등의 서정성을 내포하고 있는 낭만의 상징이다.

단풍과 낙엽에 대한 한 일본인의 책은 단풍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단풍. 그것은 나그네길 마지막 순간을 장식하는 영광의 모습. 낙엽수의 잎은 봄부터 가을까지 묵묵히 자기 일을 다한 뒤 마지막 길을 떠난다. 화려한 색동옷을 차려입고 몸을 날려 땅 위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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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될 수 밖에 없는 단풍은 낭만이기만 한 것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낙엽이 갖는 쓸쓸함, 외로움, 처연함은 어쩌면 낙엽이 갖는 낙엽의 숙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비주류의 쓸쓸함, 주변인의 외로움 그리고 언젠가는 버려질 수밖에 없는 운명에 대한 처연함이 어쩌면 낙엽이 갖는 운명일지 모른다. 사실 사람들이 갖는 낙엽에 대한 서정적 감상은 생존을 위한 나무의 잔인한 운명에서 비롯된다.

나무는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생명체 가운데 가장 오랜 세월 지구와 함께해 온 생물 중 하나다. 당연히 그 긴 세월동안 나무는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방식을 터득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서서히 겨울이 다가오면 나무는 스스로 겨울을 준비한다. 땅이 얼어붙어 땅으로부터 영양분을 섭취하기 어려운 상황을 대비해 나무는 미리부터 불필요한 부분을 몸에서 떼어낸다. 마치 경기가 어려워지면 기업이 살아 남기위해서 직원들을 해고하고 불필요한 부문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하듯 나무도 그렇게 한다. 여름 내내 잎사귀는 나무를 위해 태양으로부터 햇빛을 받아 광합성 작용을 하며 나무의 생장을 위해 애쓰지만 겨울이 되면 나무는 서서히 잎사귀에게 주는 양분을 줄인다. 그렇게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서서히 빨갛고 노랗게 변하는 단풍역시 사실은 나무의 생존방식이다. 하지만 나무는 마침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애썼던 잎사귀를 버린다. 그것이 낙엽이다. 회사로부터 버림받는 직원들에게는 구조조정이 몰인정한 잔인한 행위이듯 어쩌면 나뭇잎들에게도 낙엽은 나무의 잔인함일 것이다.

가을이 되면 나무로부터 버려지는 낙엽은 결코 주류가 아니다. 언제든지 때가 되면 버려지는 낙엽은 항상 변경에 사는 주변인이다. 반대로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낙엽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쓸쓸함, 처연함, 외로움은 그래서 낙엽 본연의 운명에서 비롯된 낭만성일지 모른다. 쓸쓸함과 처연함과 외로움 등의 그런 감성은 결코 주류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무는 혹독한 겨울을 잘 버티고 나면 또 다시 앙상한 가지마다 새로운 잎사귀를 틔울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잎사귀는 나무를 위해 앞선 잎사귀들이 그랬던 것처럼 가을이 오기 전까지 나무를 위해 열심히 광합성을 하고 그리고 서서히 색이 바래지며 결국 버려질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존재했는지도 모른 채. 바람에 들썩이던 낙엽들이 마로니에 공원 마당을 쓸며 휘 쓸려간다. 가을바람이 더 차갑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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