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구분'이라는 한자 성어가 있습니다. 얼핏 보면 '옥석을 가린다'는 뜻으로 보기 쉬운데 사실 정반대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한자로 玉石俱焚이라고 쓰는데 서경(書經)에 나오는 말로 “불이 붙으면 옥과 돌이 함께 불타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착한 사람이나 나쁜 사람 모두 구별되지 않고 함께 해를 당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우리 단어로 '구분'이라는 말이 '가리기'라는 뜻과 같으니 헷갈리기 쉬워 입사시험 문제로 예전에 출제가 많이 됐습니다.
아무튼 경제 얘기에서 왜 이 성어를 언급하냐하면 요즘 건설업체나 조선업체 일부 금융사 들에 대해 '옥석 가리기'를 두고 논란이 많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게 제가 이런 말을 했죠 "옥석 가리기가 안되면 '옥석구분' 됩니다" 결국 살릴 기업과 부실이 커서 정리해야 하는 기업을 두고 선별작업을 제대로, 조속히 하지 못할 경우 건강하고 능력있는 기업들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쁜사람, 나쁜 정부, 나쁜 공무원 소리 들어가면서 특정 기업들을 솎아내기란 웬만한 강심장 아니면 그리고 비상상황 아니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IMF가 달러 좀 내줬다고 우리나라에 들어와 점령군 행세를 할 때인 만큼 기업 구조조정이 쉬웠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죠. 그래서 더 어렵기는 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호황이랍시고 마구 생겨났던 건설사와 조선사 들 가운데 경쟁력이 없는 업체들을 계속 끌어안고 가기에는 우리 은행들의 건강상태가 너무 허약하고 우리 경제가 그리 튼튼하지 못합니다.
미국에서도 국회에 와서 돈 달라고 손내민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들의 CEO들,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더욱이 미국 의원한테 타고 온 자가용 비행기 처분할 의사가 있냐는 질책을 당하면서 묵묵부답하던 모습은 요즘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암울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실물경제에 대한 위기론은 겁많은 사람들의 기우가 아닙니다. 이럴 때일수록 허리 졸라 가뿐한 몸으로 운신해야 합니다.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기업 억울하겠죠. 그 회사 직원과 가족들은 어떻게 합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대출 연장해주고 끌고 가다가는 수십배 수백배의 많은 기업과 노동자들이 함께 고통을 받게 됩니다.
금융당국은 지지부진한 모습에서 이제는 좀 단호한 모습으로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비록 은행권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볼 수 있지만 단순한 공갈 협박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은행들이 느껴야 합니다.
말도 어려운 '대주단'이라는 게 화제가 됐었죠. 은행 채권단 협의체인데 이 곳에 가입을 하느냐 아니냐를 두고
정부는 가입을 압박하고 건설사들은 눈치를 보고 있죠. 자칫 퇴출되는 것 아닌가 경영권을 빼앗기는 것 아닌가 걱정들이 많습니다. 조선업체들은 우리는 건설사들과 다르다며 또 다른 항변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 입장이 있고 또 유리한 입장을 관철시키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에 질질 끌려가다가는 옥석구분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편집자주] SBS 보도국의 '마당발' 강선우 기자는 1994년 공채로 입사한 이후 주로 경제분야 취재 현장에서 발군의 취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폭넓은 인맥과 '두주불사'의 넉넉함으로 선.후배 동료들에게 인기가 많은 강 기자는 현재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을 출입하며 금융팀 1진 기자로 활약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