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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들, '용돈 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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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요즘 예산안 심의로 바쁘다. 지난 1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가동된 뒤 사흘동안 종합정책질의를 한데 이어 오는 25일부터는 경제부처와 비경제부처로 나눠 각각 이틀동안 부처별 심사를 벌인다. 경제위기 속에 열리는 예산국회인 만큼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사업은 뒤로 돌려 한푼이라도 경기회복과 서민지원에 써야한다는 목소리가 연일 예결위장을 메운다.

하지만 이런 부산스러움을 한꺼풀만 벗겨보면 민심과는 동떨어진 정치권의 안이함이 그대로 속살을 드러낸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를 거쳐 예결특위에서 종합심사를 거친 뒤 본회의에 상정돼 심의·확정된다. 그러니까 예결특위의 종합심사가 진행중인 지금은 대부분 상임위 심사가 끝난 상태다. 상임위가 심의·의결한 예산들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먼저 국회 농림수산식품위가 예결특위로 넘긴 내년도 예산안을 살펴봤다. 한미 FTA 체결에 따른 농가 피해를 보전해주기 위해 책정된 '피해보전직불 및 폐업지원' 예산 1,800억원 가운데 무려 절반인 900억원이 삭감됐다. 한미FTA로 실제 피해가 발생해야 집행되는 예비비 성격의 돈이어서 당장 예산집행이 급한 쪽으로 재원을 돌렸다는 게 위원회측의 설명이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취약계층의 인터넷 교육 등에 들어가는 '정보격차해소지원' 예산 가운데 15억원을 삭감했다. 각급 행정관서들이 각자 강사를 초빙해 교육하면 돈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인터넷으로 온라인 교육을 실시해 비용을 줄이자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정보격차해소지원' 대상자는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는 '노인'과 글자를 모르는 '문맹자'다. 컴퓨터를 켤 줄도 모르는 사람에게 컴퓨터를 활용해 인터넷 교육을 받으라는 소리다. 본말이 전도된 발상에 말문이 막혔다.

이렇게 서민 예산에 난도질이 벌어지는 사이, 한쪽에서는 의원들의 활동비를 높이는 예산안이 예결특위로 넘어갔다. 국회 운영위는 상임위원회와 상설특별위원회를 합쳐 모두 18개 위원회의 간사 활동비를 월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두 배 늘렸고, 간사가 임의로 쓸 수 있게 사용제한도 풀어놨다.

또 소위원회에서 회의를 열 때 식대나 간식비 등으로 쓸 수 있는 활동지원비도 1년전보다 20만원을 올려 1회당 50만원씩 지급하도록 고쳤다.

정부에 대한 선심도 잊지 않았다. 외교부의 외교활동비와 대통령실의 특수활동비는 오히려 정부가 제출했던 예산보다 각각 6억원과 20억원을 증액해줬다. 정부로서는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쌈짓돈이 늘어난 셈이다.

사실 일반의원들보다 업무부담이 훨씬 많은 간사나 소위 위원들에게 차비나 식대를 챙겨주는 정도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또 국익과 직결된 일 가운데 상당수가 비공개 활동을 통해 이뤄지는 외교가의 특성을 감안할 때 외교활동비를 마련해줘야하는 것도 국회가 해야할 일 중 하나다.

하지만 경제위기로 모두가 힘들어하는 이 때, 정치권과 정부가 먼저 뼈깎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누가 고통분담에 동참하겠는가. '용돈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한 일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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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예리한 시각과 꼼꼼한 취재가 돋보이는 남승모 기자는 2000년 SBS 공채 8기로 입사해 사회부,경제부를 거쳐 정치부 정당 출입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특유의 적극성으로 활발한 현장취재를 통해 복잡한 정치 현장의 맥을 짚어주는 기사들을 전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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