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이 법정에 나와 28년 전 폭행, 협박 등 가혹 행위로 간첩 혐의자로부터 허위 자백을 받아냈는지 여부를 증언한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한양석 부장판사)에 따르면 간첩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재심 결정이 내려진 석달윤(77) 씨의 재판에서 검찰이 당시 중정 수사관 김모 씨 등 5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석 씨는 1980년 함께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았던 박공심·장제영 씨와 함께 재심 재판을 받고 있으며 검찰은 이들을 조사했던 당시의 중정 수사관을 증인으로 불러 조사 경위를 물을 예정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폭행과 협박 때문에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당시 중정 수사관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 피고인들과 개별적으로 대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기본적으로 증인 신문을 하는 것에는 이의가 없지만 중정의 불법감금에 대해서는 기록상 의문의 여지가 없는데 5명이나 신문할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에 중정 수사관 5명을 불러 증언을 듣기로 했으며 검찰은 증인을 모두 출석시키겠다고 밝혔다.
수사관들은 검찰 측 증인인 만큼 고문에 못 이겨 허위 자백을 했다는 석 씨 등의 주장을 반박할 가능성이 크지만 재판부가 증인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수사관들과 석 씨 등이 약 30년 만에 재심 법정에서 마주하게 됐다.
석 씨는 1980년 중정의 조사를 거쳐 간첩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김정인 씨는 사형이 집행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중정이 석 씨 등을 강제 연행한 뒤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40~55일을 불법 감금해 간첩이라는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고 보고 재심을 권고했으며 올해 5월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