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수입 패션브랜드와 명품 브랜드가 들어오기 전, 고급 여성의류 브랜드로 황금기를 누리던 백화점의 '디자이너 부띠끄' 브랜드들이 최근 시장 환경의 변화와 불황의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근래 몇 년 사이 매출신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더니 최근 경기 침체가 심해지면서 급기야 일부 브랜드는 부도를 내고 말았다.
16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름난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걸고 직접 디자인한 상품들을 제작·판매하는 '디자이너 부띠끄' 브랜드들은 2003년부터 매출이 주춤하기 시작해 2004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2~4%씩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한때 고급 원단 소재와 유명 디자이너들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중산층 이상의 40~50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2002년까지만 해도 롯데백화점에서 전년 동기 대비 두자릿수 이상의 매출신장률을 보이며 호황을 누렸다.
현대백화점에서도 한때 효자상품군이었던 이 브랜드들은 2006년부터 1%대의 낮은 연간 매출신장률을 보이다가 올 들어 4월 0.7%(작년 동기 대비), 9월 0.5%를 기록했고, 10월에는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5% 감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브랜드들 중 3~4위 수준으로 전국에 3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던 '이원재'(원재패션)가 13일 당좌거래가 정지돼 부도를 맞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른 브랜드들도 상황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변화한 시장 환경에 이들 브랜드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자이너 부띠끄 브랜드들의 고정 고객들은 주로 40~60대 여성들인데, 기존 고객들은 나이가 들어 구매력이 점점 떨어지는 반면 새롭게 이 연령대에 편입된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더욱 민감해 수입브랜드나 명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새로운 고객 창출은 이뤄지지 않고 기존 고객들의 눈에 맞춰 제품 디자인이 이뤄지다 보니 브랜드가 더욱 유행에 뒤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 제품의 원자재인 이탈리아산 고급 원단이 최근 환율 급등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극심한 경기 침체로 기존 고객들의 구매력도 줄어들어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도 여러 가지 자구책을 마련해 매출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4층에 있는 디자이너 부띠끄 매장에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2005년부터 란제리 매장을 이들 옆으로 이동시켰고 지난 8월에는 여성 구두 매장도 이동시켜 유동 인구를 늘렸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도 지난해 12월 말 리뉴얼을 진행한 3층 여성의류 매장에 디자이너 부띠끄 브랜드와 수입의류 브랜드 '마이클 코어스', '버버리' 등을 마주보게 배치해 고객 유입 효과를 노렸다.
백화점 관계자는 "디자이너 부띠끄 브랜드별로 브랜드 정체성을 살리고 40대 후반에서 50대 고객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상품기획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불황으로 의류 매출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이들 브랜드들이 얼마나 이 위기를 잘 견뎌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