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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박 반장] 여권의 FTA 전술…돌파구인가? 자충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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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치권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인 한미 FTA에 대한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조기비준을 주장하는 여당과 선 보완대책을 비준안 처리의 전제조건으로 내거는 야당 사이의 공방은 그동안 뉴스를 통해 지겨우리만치 많이 보셨을 겁니다. 오늘은 여권이 최근 꾀하고 있는 전술적 변화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정치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여야가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는 광경을 종종 보게 됩니다. 아마도 이런 수 싸움은 협상과 대치의 상대가 있는 정치에서는 불가피한 일일 겁니다. 명분과 실리는 수 싸움의 주요 변수가 됩니다. 자 그럼, 먼저 여야의 수 싸움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보기 위해 여권이 최근 전술적 변화를 꾀한 속내를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미국 대선이후 환경 변화와 여야 대치로 인해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위해 초 강수를 꺼내 듭니다. "오는 12일 FTA 공청회가 열리고 난 직후에 비준안을 상임위에 상정하겠다"는 발언이 그것입니다. 예상대로 야당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12일 예정된 공청회는 물론이고 17일 예정된 외교통상통일위의 방미단 참여를 보이콧 하겠다면서 강하게 반발했고 여야가 급속도로 그리고 강도높게 대치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인 11일, 홍 원내대표는 '12일 상정 방침'을 불과 하루 만에 철회하고 '야당과의 합의처리'로 돌아섰습니다. 초강수에서 한발 빼기 시작한 겁니다. 왜 하루 만에 바뀔 초강수를 꺼내들었던 것일까? 그리고 왜 갑자기 여야 합의 쪽으로 선회한 것일까?  SBS 보도를 통해서 보셨다시피, 예산안이 이런 선회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됐습니다. 여야가 격하게 대치하게 되면 예산안 심의가 어려워질 것이고, 그러다 보면 FTA를 잡으려다 예산안을 놓치게 될 겁니다. '장기'로 얘기하자면 상대방의 '포'를 잡으려다 내 '차'나 '왕'을 잃게 될 것을 우려한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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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SBS가 취재해본 결과 변화의 핵심에 예산안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로부터 "청와대와 여당이 조율을 거쳤는데, 예산안을 처리한 뒤에 FTA를 처리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리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자의 다음 질문은 당연히 "통상 예산안 처리가 연말까지 질질 끌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FTA를 처리하기 어렵겠네요?" 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 부분은 야당이 따라올 수밖에 없게끔 만들면 되겠지.. 즉, 야당은 그동안 보완대책을 마련한 뒤에 FTA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했으니 그 보완대책이 만들어지면 비준안을 처리해줘야 할 것이고 그러면 야당도 반대할 명분이 없어지지 않겠는가?"라고 답했습니다. 기자의 질문이 이어집니다. "야당이 정부 여당이 마련해온 보완대책을 계속 반대하면 결국 비준안 처리도 계속 밀리는 거잖아요?" 듣고 있던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야당보고 보완대책을 마련해 오라고 하면 되지.."  아니나 다를까, 이 관계자의 말대로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부터 야당에게 '보완대책을 마련해 오라'는 압박 수를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청와대는 '연내 처리하는게 국익에 부합된다'는 원칙만 던진채 '구체적인 시가와 방법은 당이 알아서 하라'는 점을 밝힙니다. 이처럼 처리의 방법과 수순을 당에 일임함으로써 여야 정치 공방의 직접 타겟이 되는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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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여기서 여권이 야당과의 수 싸움에서 던지려는 '수'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예산안은 처리해야만 하니 FTA 비준안 처리를 예산안 처리보다는 후순위에 둔다.  

2. FTA 비준안은 연내에 처리한다.

3. 연내 처리를 위해 야당을 압박한다.

4. 압박의 방법은 야당이 처리의 전제조건을 내세우는 '보완대책'을 마련한다.

5. 정부여당의 보완대책을 계속 반대할 테니 야당이 보완대책을 만들어오라고 압박한다

대강 이런 순입니다.

자..그렇다면 이에 대한 야당의 다음 '대응 수'는 뭐가 될까요? 누구나 예상 가능한 수가 나왔습니다. "정부 여당이 해야 할 보완대책을 야당보고 만들라는 것은 책임 전가다..정부 여당은 빨리 보완대책을 마련해 오고 국회에 특위를 만들어서 보완대책을 논의하자"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야당의 다음 수가 능히 예상 가능한 것이니 여당은 이미 그 다음의 수를 짜 놨을 겁니다. 몇일 동안 야당에게 보완대책을 마련해 오라고 압박을 할 겁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야당은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면서 국익을 위한 FTA를 무조건 가로막으려만 한다"고 공격할 겁니다.

계속 시간은 흐를 겁니다. 그 사이 새해 예산안과 각종 법안 심의가 진행이 됩니다. 이 부분이 바로 여권이 노리는 수라고 보여집니다. 만일 지난 10일 홍 원내대표가 공언했던 대로 12일 상임위에 여당 단독으로 비준안을 상정했다면, 야당은 실력저지에 나서게 될 것이고 몸싸움도 벌어질 것이고, 정국이 급랭하면서 예산안이나 법안 심의는 정체된 상태로 서 있게 될 겁니다. FTA 비준안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는데 따른 부담도 작용하게 될 것이고, 더욱이, 자칫 야당이 국회를 보이콧 할 경우 여당 혼자서 예산안을 심의하고 처리해야 하는 엄청난 부담을 떠 안아야 합니다. 과반을 훨씬 넘는 거대 여당으로서 강행처리하겠따고 맘 먹으면 못할 일도 없으련만 여당이 계속 여야 합의 처리를 강조하면서 야당을 예산안과 법안 심의로부터 떨어져 나가지 않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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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이런 전술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야당이 FTA의 조기비준에 반대할 뿐이지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점'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야당으로서도 참여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FTA를 원천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위치에 있습니다. 당시에 FTA 자체를 거부했던 천정배 의원등 일부만이 지금도 원천적 거부가 가능할 뿐입니다. 원천적 반대 의원 36명은 이른바 '비상시국회의'를 발족시키면서 세확산을 꾀해 나갑니다. 바로 이 시점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등장하게 됩니다. FTA를 주도했던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에 "지금 미국 대선 이후 환경이 변했으니 FTA에 대해 재협상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야당에게 길을 터줍니다. 여당은 즉각 "궤변"이라고 반박합니다. 동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하더니 이제 미 대선을 핑계삼아 다른 소리를 한다"고 공격합니다. 아울러 "FTA를 위해 올 초에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국론 분열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가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지켰던 만큼 미국도 반대할수 없다"는 논리로 맞서게 됩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미래의 수 싸움을 한번 예상해 보겠습니다.

여권이 계산하는대로 이뤄지게 된다면 '여야 합의 정신'을 강조해 나가면서 여당은 야당과 함께 예산안과 법안 심의를 해 나갈 겁니다. 동시에 야당이 보완대책을 마련해 오지도 않고, 정부 여당이 제시한 보완대책을 무조건 반대만 한다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야당'이라고 몰아붙여 나갈 겁니다. 계속 이런 지지부진한 여야 공방이 계속되는 동안 미국의 동향을 살피면서 처리 시기를 조절해 나갈 겁니다. "더 이상 늦을 경우 미국의 재협상론에 말려들거나 비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압박해 나갈 명분을 찾아나갈 겁니다. 자칫하면 FTA 자체가 무산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의 경제 전반에 엄청난 손실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여론의 동조를 이끌어 내려 할 겁니다.

여권의 이런 계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선, 현재 조기비준에만 반대할 뿐 원천적 반대를 주장하지는 않고 있는 민주당내에서 재협상론이 점점 커져 나가게 될 경웁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이나 국내 여론의 향방이 이에 대한 변수가 될 겁니다. 그럴 경우 야당은 정부여당이 마련해 온 보완대책을 가지고는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국내 농가등에 엄청난 피해가 있을 것이라며 명분을 축적해 갈 겁니다. 그렇게 되면 여야 대치가 더욱 심해질 겁니다. 예산안과 법안 심의과정도 삐걱거릴 겁니다. 여당이 수의 힘으로 밀어 붙여야 하는게 아니냐 하는 유혹에 빠져들게 될 겁니다. 그러나 예산안까지 단독 처리할수는 없을 만큼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될 겁니다. 현재 야당에게 짊어지게 하려는 정치적 부담이 증폭되서 다시 여당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깁니다. 물론 야당은 입장을 선회하는데 따른 정치적 부담과 예산안 처리에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 여론을 부담으로 짊어져야만 합니다. 여든 야든 상처가 불가피해집니다.

여권이 계산한대로만 이뤄질수 있다면 <예산안>과 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겁니다. 반대로 여권이 계산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국 급랭>과 <정치적 부담>을 동시에 떠안아야 하는 '자충수'가 될 겁니다. 여권이 계산한 대로 이뤄지느냐 아니냐의 최고 변수는 역시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과 'FTA에 대한 국민 여론'이 될 겁니다.

여야 간에 교착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여권은 계속해서 '여론조사'를 통해서 국민 여론의 추이를 살펴볼 겁니다. 그리고 그 여론 추이에 따라 다음 수순을 이어나갈 겁니다. 계속해서 '연내 처리'를 고집해 나갈 것이냐 아니면 해를 넘길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냐를 결정해야 할 순간이 올 겁니다.

여권이 연내 처리 방침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현 경제상황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경제가 무척 어려운 만큼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경제회생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야당 측에 비난 여론이 쏠리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야당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도 아마 했을 겁니다.

자... 지금까지 여권의 전술상의 변화가 과연 돌파구가 될지, 아니면 자충수가 될 지를 놓고 나름대로의 시나리오를 구성해 봤습니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가 정치를 지나치게 게임의 논리로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얘기 가운데 하나는 여권이 어떤 수를 놓을지, 그리고 이에 맞선 야당의 수가 무엇일지를 결정지을 변수가 바로 '국민'이라는 점입니다. 우리 국민이 한미 FTA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로 인한 국가적 이익과 손실이 뭔지를 꼼꼼하게 들여다 보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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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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