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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박 반장] 설화(舌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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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재 접촉' 발언을 놓고 여야의 공방이 치열합니다. 오는 11일부터는 여야 합의에 따라 진상조사위가 구성돼 국회차원의 조사도 진행됩니다. 여당은 강 장관의 발언은 실수에 불과한 만큼 진상조사를 하더라도 법에 어긋난 일이 드러날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민주당은 단순한 말 실수로 보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있다며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방침입니다. 여하튼 야당으로서는 여권을 공격할 호재를 만난 셈이며, 여당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설화(舌禍)를 "연설이나 강연 따위의 내용이 법률에 저촉되거나 타인을 노하게 하여 받는 재난"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분명 여권에게 있어서 강 장관의 발언은 설화임에 분명합니다. 지금 여당 내에서는 "장관들 때문에 못 살겠다"며 푸념하는 목소리가 적잖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얼마 전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국회 카메라 기자에게 "찍지마.. XX"라며 격한 발언들을 쏟아내 물의를 일으켰고 결국 이틀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 사과한바 있습니다. 그 당시 여당은 문방위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2차장의 언론대책회의 참석으로 야당의 파상공격을 받던 중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이른바 '이명박 졸개' 발언으로 인해 역공을 취할 호기를 잡았지만, 유인촌 장관의 "찍지마 XX" 발언으로 고스란히 그 기회를 날렸다며 유 장관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난으로 야당의 공세에 몰렸던 여권은 최근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로 경제적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데 일조한 만큼 "강 장관이 그래도 한건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건만, 이번에 '헌재 접촉' 발언이 터지면서 그나마 조금 복원되는 듯 했던 강 장관에 대한 미세한 신뢰마저도 한마디로 '도루묵'이 돼 버린 겁니다.

말과 관련한 격언 가운데 "이야기하기에 앞서 말을 저울에 달아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그 말을 함으로써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생각해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 마디로 강 장관은 국회에서 헌재 접촉 발언을 하기에 앞서 자신의 말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됩니다. 유인촌 장관도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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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장관직을 수행하는 공직자의 경우는 그 실수가 불러올 파장은 일반 필부필부의 경우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관의 경우 국회 상임위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자질과 업무능력을 두루 검증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이 나라에 영향을 미칩니다. 단지 "말 실수였다"는 해명으로는 이미 업질러진 물을 주어 담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강 장관의 설화(舌禍) 이후 한승수 총리는 오늘 (9일) 방송된 SBS 선데이 뉴스 플러스에서 "강 장관의 발언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본다.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린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을 한다"고 사과했습니다. 여당 내에서조차 "또 강만수냐? 도대체 강만수는 누구편이냐?"며 직책을 생략한 불만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진상조사를 담당하게 될 법사위원들은 "강 장관 때문에 또 한번 야당의 공세를 막아야 할 짐 덩어리를 지게 됐다"는 푸념들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공연한 오해를 받게 됐다"며 갑자기 튀어 날라 온 불똥에 불쾌해 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동안 민주당 등 야권은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어 강 장관을 해임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아무리 각이 서는 공격이라도 논평을 낼 때 최소한 '장관'이라는 호칭은 붙여줬습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부터는 "강만수 장관이 저지르는 잘못이 그야말로 버라이어티 쇼라고 할 수 있다.....만수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식으로 비아냥에 가까운 공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강 장관은 민주당 이종걸 의원으로부터 "정부가 한 입에 두 혓바닥을 가지고 있다"느니 "초등학교 5학년 수준인 강 장관에게 질의할 수 없다"느니 하는 인격 모독적인 공격도 꾹 참아야 했습니다. 격이 떨어지는 야당의 막말 공세도 문제지만 이런 말을 듣고도 고개를 수그리고 있어야 하는 강 장관도 참으로 딱한 일입니다. 한마디로 이렇게 영이 서지 않는 장관의 말을 부처 공무원들이 듣겠습니까? 그리고 시장이 이런 장관의 말을 신뢰하겠습니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한나라당 내에서도 "더 이상 인적 쇄신을 미룰 수 없다"는 얘기가 쏟아지고 있는 것일 겁니다. 여당의 한 의원은 "우리 장관들을 보면 정무 감각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어요. 정부가 여당을 돕지는 못 할망정, 다 된 밥에 코 빠뜨리거나 잘 익은 간장 독 깨는 짓은 하지 말아야죠"라면서 "강 장관은 지금은 야당의 공격이 있으니 보호해 주겠지만, 다음 개각 때 대통령이 강 장관을 자르지 않으면 여당에서도 마구 터져 나올 겁니다"라고 말합니다.

"말은 입 안에 머무는 동안 당신의 노예다. 그러나 일단 밖으로 내보내면 당신의 주인이 된다"는 격언처럼, 강 장관은 입안에 있어야 할 말을 잘못 내보내면서 그 말이 자신의 운명을 가름 낼 주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舌禍의 전형적인 사례로 오랫동안 기억되는 불명예와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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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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