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책은 단순명쾌합니다. 금융위기는 한미 통화스왑으로 해결하고, 실물위기는 부동산경기를 띄워 풀어간다는 것입니다. 정책은 어차피 선택의 영역이고, 단순할수록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전달하고 분석하는 뉴스는 여러 변수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종합적인 시각을 갖춰야 합니다.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에 대한 SBS 뉴스의 보도를 살펴봅니다.
미국과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했다는 발표가 나온 10월 30일 SBS 8시뉴스는 달러 가뭄이 해소됐으며, 당분간 달러 걱정은 덜게 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음 날인 31일 뉴스는 통화스왑 협정으로 한국의 부도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가 됐다는 보고서가 월가에서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한국경제에 대해 긴박하게 제기된 국제적인 우려를 가라앉혔다는 점에서 통화스왑이 금융위기 해소의 분수령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통화스왑 소식은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던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데 결정적인 기능을 했습니다. 하지만 뉴스는 통화스왑으로 교환해 올 수 있는 300억 달러의 의미를 분석하지는 않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액이 400억에서 6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왑으로 추가되는 300억 달러는 큰 규모가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10월 한 달 동안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74억 달러나 감소했습니다. 통화스왑으로 확보한 외화 유동성만큼을 한 달 만에 다 까먹은 셈입니다. 스왑협정 의 성과와 함께 300억 달러라는 규모의 한계를 짚어주어야 균형 잡힌 뉴스가 됩니다.
10월 30일 SBS 뉴스는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려면 내수부터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이 대통령의 내수 활성화 정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분석하지 않았지만, 이 말을 음미하면 그가 무엇으로 내수를 활성화시키려 하는지가 드러납니다. 그는 필요한 개혁조치의 첫머리에 규제완화를 들었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정책은 이날 나온 수도권 규제 해제 방침, 그리고 며칠 뒤인 지난 3일 발표한 경기부양책과 부동산 규제를 대부분 해제한다는 정책으로 더욱 분명해 졌습니다. SBS 뉴스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11조원 늘리고 세금을 3조원 줄이는, 14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이렇게 마련된 재원이 사회간접시설 투자와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 농어민, 그리고 저소득층 지원에 쓰인다고 전했습니다. SBS 뉴스만으로는 이날 발표한 경기부양책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늘어난 재정지출 11조원이 어떻게 분배되는지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늘어나는 재정지출 11조 원 중 지방 건설투자에 4조 6천억 원을 쓴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뉴스가 이를 보도하지 않아 내수 활성화 정책의 초점이 11조 원의 절반가까이를 쓰는 건설투자에 있다는 사실이 묻혀버린 것입니다. 오바마의 미국 대선 승리는 변화된 미국을 실감케 하고 있습니다. 뉴스는 이제 경제위기를 풀어갈 그의 키워드가 무엇이며, 그의 정책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집중할 때입니다.
지난 5일과 6일 SBS 8시뉴스에 따르면 위기에 대응하는 오바마의 경제정책, 곧 '오바마노믹스'의 키워드는 그의 공약인 "상위 5%에게서 세금을 더 걷어 서민들에게 혜택을 준다"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공약을 내 건 오바마가 선거에서 이겼다는 사실은 미국의 자본주의가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과세대상이 2%에 지나지 않은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려는 방침에 대해 "서민층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라는 야당의원의 공격을 받은 정부가 "고소득층에 대못을 박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느냐"하고 반격한 우리의 처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의 더 큰 관심은 그의 당선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있습니다. 오바마의 승리를 보도한 지난 5일 뉴스는 한미관계, 북미관계, 그리고 우리의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전망들은 8시뉴스가 시작된 지 한참 뒤인 16번째부터 나왔을 뿐만 아니라 내용도 상식선에 머물렀습니다. 6일 뉴스에도 이렇다 할 심층 분석이 없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뉴스의 집중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지난 주 SBS 뉴스에서는 의미 있는 특집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5일 미래한국리포트 발표에 앞서 며칠 동안 소개한 기후변화라는 재앙에 대한 선진국들의 대응, 지난 2일 시작한 연속보도인 한국사회의 위험 진단이 주목을 끌었습니다. 특히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조사'에 근거하여 진단한 '한국사회의 위험'은 보도의 취지가 참신하다는 점에서 뛰어났습니다. 한국인이 인식하는 위험이 10년 전에 비해 지금 어떻게 달라졌는가, 앞으로 10년 뒤에는 또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정부의 위험대처에 대해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가 하는 주제들도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뉴스가 일반적인 소개에 그친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이왕 전문기관과 함께 진행한 보도라면 일반적인 소개를 넘어,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구조적인 분석으로까지 나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서울대의 같은 조사를 보도한 한 신문은 조사에서 71.4%가 우리 사회를 '위험한 사회'라고 응답했다면서 이를 들어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 개념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SBS 뉴스는 조사 설문의 이 부분을 건너뜀으로써 구조적인 분석 쪽으로 방향을 틀지 못했습니다. 심층 분석 기사는 극심한 시간 제약을 받는 텔레비전 뉴스로서는 어렵다는 선입견부터 던져버릴 때 뉴스의 내용을 심화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