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백부터 하나 하겠습니다.
극히 섬세하고 영민한 지인들은 눈치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9월부터 입을 벌려 크게 웃어본 일이 없습니다. 그저 미소를 머금거나 잘해야 싱긋, 살짝 입술을 벌리는 정도였습니다.
이유는, 9월과 10월, 충치 치료를 하면서 무려 이빨 여섯 개의 빈 자리를 금으로 때웠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크게 웃다 번쩍, 할까 싶어 애써 입을 다물어왔습니다. 널리 알리고 싶진 않았던 제 신상 중 하나입니다.
-고백은 아니지만 또 하나,
제 전화번호를 이곳저곳에 흘리고 다니긴 해도 거의 날마다 오는 스팸문자나 광고전화, 짜증부터 납니다. 도대체 이 작자들은 제 이름과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을까요.
-다른 얘기 하겠습니다.
국정감사 때면 단골로 등장하는 지적사항이 건강보험공단의 개인정보 유출입니다.
건보공단은 보험가입자 정보로 이런 것들을 갖고 있습니다.
*인적정보 : 성명, 주민번호
*진료정보 : 외래/입원, 진료개시일, 요양종료일, 내원일수, 투약일수, 공단부담금, 본인부담금
*상병정보 : 주상병명, 부상병명
*요양기관 정보 : 기관기호, 기관병, 주소, 전화번호
한국의 건강보험은 거의 전 국민이 가입하고 있기 때문에 전 국민의 신상, 진료 정보는 건보공단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정형근 현 공단 이사장은 국가정보원장 자리를 함께 놓고 선택하라면 공단 이사장을 택하겠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쌀 직불금 파문 때도 감사원이 건보공단에 명단 요청을 해 논란이 일었었죠.)
대개 공단 직원들이 심심풀이로, 때로는 부탁을 받고, 혹은 스스로 목적을 갖고 보험 가입자 정보를 열람하고 또는 노출해 문제가 됐었죠.
이를테면 여자친구의 과거가 의심스럽다며 여친의 과거 산부인과 진료와 처방 내역을 확인해 추궁하는 그런 식이었죠.(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여러 차례 이 문제가 지적되면서 건보공단은 가입자 정보 보호를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에게만 열람권을 부여하고, 반드시 자신의 아이디로만 접속해 가입자 정보를 열람하게 하는가 하면 누가 언제 누구의 정보를 봤는지 접속기록이 남도록 해 무단 열람을 방지했습니다.
외부 열람도 본인이 아니면 안되도록 했고요, 또 경찰이나 검찰 같은 수사기관에서 범죄 수사 때문에 열람을 요청할 때는 꼭 영장을 발부받도록 했습니다.
-무슨 얘긴지 아시겠죠.
금융위원회가 11월 3일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보험회사 규제를 풀어주는 내용도 많이 있었지만, 개 눈엔 똥만 보인다고..;;; 보건복지 담당기자에겐 이런 것이 들어옵니다.
(금융위의 사실확인 요청권 신설) 보험사기의 효율적인 조사를 위해 금융위의 건강보험공단 등 공공단체에 대해 진료여부 등 관련 사실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 신설
그리고 이런 내용을 덧붙여놨습니다.
요청자료의 구체적 범위 등은 복지부, 건보공단, 금융위 등이 참여하는 보험조사협의회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마련하되 당해 보험사기 조사에 필요 최소한의 정보로 제한
예를 든 사례는 이렇습니다.
<사례별 정보제공 요청방식(예)>
사실 확인 요청 방식
1) 지병인 난청을 자동차 사고로 인해 발병한 것처럼 위장하는 방법으로 보험금을 편취
혐의자가 00년부터 당해 보험사고 발생 전까지 귀와 관련한 병원진료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 요청
2) 병원 사무장 A는 보험설계사 B를 통해 가입한 보험계약자 10여 명(보험설계사 B 본인도 포함)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병원진단서를 위조
A 및 보험계약자 10여 명이 A 사무장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유사한 기간에 입원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 요청
-법 개정취지, 특히 사실확인 요청권 신설 취지는 보험사기의 효율적인 조사를 위해서입니다.
이 문제는 개인 질병정보라는 민감한 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은 계속 반대해왔습니다.
그래서 금융위는 애초 관련 정보 제공을 요구하던 것에서 후퇴해서 확인 요청하는 방식으로 수정했다고 합니다.
또 세부적인 자료요청 범위는 복지부, 건보공단이 참여하는 보험조사협의회에서 결정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보험사기의 심각성을 거론했습니다.
금융위 발표를 보면, 보험개발원이 추정한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 규모는 연간 약 2조 2천억 원이고요, 지난해 실제 적발 실적은 2천 45억 원, 전년보단 늘었지만 추정 규모에 비교하면 9.2%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이런 보험사기를 줄이려면, 당장은, 적발되지 않고 있는 사기를 더 적발해내려면 개인질병정보의 활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입니다.
금융위는 보도자료에 기대효과도 적었습니다.
-------------
-보건의료 시민단체 대부분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에게 개인질병정보를 넘기겠다는 것이라며 즉각 철회하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건강보험공단도 신속하게 반대 입장을 밝힌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건보의 반박 내용은 이렇습니다.
1) 금융위가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한 우려를 감안했다고 하나 건보공단 보유 개인 정보가 외부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2) 개인 질병정보를 제공할 때 사생활 비밀과 내적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라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다.
3)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 간 분쟁 해결은 당사자간 문제이며, 범법행위 발생이 의심되면 수사기관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
제가 전해들은 복지부 입장은 '부처 협의에서 복지부가 계속 반대했지만 금융위가 입법예고를 강행했다'는 것이었습니다.(금융위는 정보 제공이라 아니라 사실 확인 요청으로 한 발 물러서자 복지부가 수용했다고 하더군요. 어디 말이 맞는지...)
-보험사들, 그리고 보험사들의 모임인 손보협회나 생보협회 등은 적극 찬성하겠지요, 그러나 여론이 악화될까 우려해 입장을 적극 표명하지는 못하는 듯합니다.
-제 생각엔 보험사기 조사를 위해 개인 질병정보가 필요하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그걸 수사기관도 아닌 금융위에서 건보공단에 확인이든 제공이든 요청해야 할 당위성은 없다, 입니다.
간단하게는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의 사실 확인 요청권 신설 조항을 반대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금융위의 보험업법 개정 추진이 의료민영화로 이어진다는 논리도 그냥 수긍하긴 어렵습니다.
"이렇게 되면 의료민영화 추진하는 거다"라는 주장은 지난 정권 때의 "모든 게 노무현 때문이다"나 최근의 "모든 게 이명박 때문이다"라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렇게 단정짓고 몰고가면 단순해서 이해하기 좋고, 주장하기도 편하지만, 제대로 이해하긴 힘든 것 같습니다.
-여하튼 일단은 입법예고라, 이러저러한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 예고기간 동안 접수돼 국회에 제출될 때쯤엔 조금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고요, 저 내용 그대로라면 국회에서도 쉽게 통과될 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은 아는 게 없어서--;;; 적을 내용도 없는데요, 보험사기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적어보겠습니다.
-보험과 관련해 사기의 주체는 보험계약자겠죠, 즉, '보험사 입장에서의 사기'가 일반적인 보험사기인 듯합니다.
보험 가입 요건이 안되는데도 보험에 가입해 보험금을 수령하는 행위, 혹은 가입은 적정하게 했더라도 보험금 수령 요건이 안되는데 보험금을 타먹는 행위가 되겠죠.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라고 하면, 보험사기 혐의가 있지만 사기임을 입증하지 못해 지급한 보험금을 뜻할 겁니다.
보험사가 사기를 적발했다면 지급한 보험금을 환수하겠지만, 혹은 지급하지 않겠지요.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23일 방송한 <뉴스추적> '보험분쟁의 진실' 편을 끌어오겠습니다.
-방송에서처럼 반대로 보험금을 지급한다며 광고해 보험에 가입했는데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그건 뭘까요, 가입자 입장에선 그게 '보험사기'죠.
보험계약자에 의한 보험 사기 규모는 2.2조원으로 추정된다면, 보험사에 의한 보험 사기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요.
물론 보험사가 불법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겠습니다만, '편법으로' 지급하지 않는 일은 비일비재한 듯합니다.
이런 '보험사기' 조사를 위한 대책은 없을까요.
-한편 금융위는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를 줄이면 선의의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인상요인을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보험사의 '피해'가 줄면, 보험료를 덜 올려도 되겠죠, 그런데 보험사기로 인한 피해라는 게 입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보험사기로 확정된 건들에 대한 피해금액은 전체 보험사를 다 합쳐서 2천여 억원에 불과한데요, 이 금액이 과연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만큼 많은 금액일까요) 전체 계약자의 보험료를 인상한다는 보험사의 조치는 정당한 걸까요.
선의의 계약자든, 악의의 계약자든 말입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보험사가 경영을 못해서 수익이 줄어도 보험료를 올릴 수 있겠죠. (실제로도 그러고 있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보험사들은 왜 계약자들이 이만큼의 보험료를 내야하는지 왜 보험료는 이정도 올라야하는지에 대해 영업비밀이라면서 전혀 설명하지 않고 다만 '불가피하게' 보험료를 올려야한다고 주장하기 일쑤입니다.
보험사기로 인한 건보 재정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역시 마찬가지로 건보 재정이 보험사기로 인해 얼마나 피해를 보는지 입증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마나한 얘기라고 봅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이번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하고 상상해봅니다.
어쩌다 교통사고를 당해 이빨이 와장창 부서져나가도, 저는 충치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기에, 사고로 인해 이빨이 부서졌다고 주장해도 보험사에서는 사고로 인한 것이 아니라 지병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 하겠죠.
결국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보험사는 '보험사기'를 한 건 적발해내 보험금 누수를 막았다고 할테지만, 저는 그동안 꼬박꼬박 내온 보험료를 사기당했다고 생각할테죠.
혹은 제 치과 치료 전력 때문에, 제가 새로 나온 임플란트 보험에 가입하려해도 거부당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편집자주] 2003년에 SBS에 입사한 심영구 기자는 사회1부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참 넓고 깊고 복잡하고 중요한 분야'라면서 건강하게 오래사는데 도움이 되는 기사를 써보겠다고 합니다. 사내커플로 결혼한 심 기자는 부부가 방송 기자로 활약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