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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信不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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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엔 지하도가 있다. 본회의를 비롯한 각종 의사활동이 이뤄지는 '본청'과 의원 사무실이 모인 '의원회관', 국회도서관 등을 이어주는 꽤 긴 지하통로다. 지상에서는 가로질러 갈 수 있는 길을 빙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평소엔 잘 이용하지 않지만, 비오는 날이나 추운 겨울, 햇볕이 뜨거운 한여름에는 꽤 유용하다. 통로에 들어서면 양면에 한 쪽엔 서예, 반대 쪽엔 사진 작품 액자가 죽 걸려 있다. 전·현직 의원의 작품도 있고 국회를 출입했던 언론사 기자의 작품도 있고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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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새 부쩍 차가와진 바람을 피해 지하통로를 걷다가 우연히 눈길이 간 액자에서 눈에 콕 박히는 네 글자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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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 미국발 금융위기 발생 이후 하루에도 몇 번 씩 듣고 읽던 말이 바로 '신뢰의 위기' 아니었나 말이다. 며칠 전 어느 신문에서 읽은 한 경제 관련 기사에선 근거 없는 낙관론자가 가장 위험하다고 꼽았더라만, 개인적으로는 '별 근거도 없이'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서 '낙관적'인 편이다. 물론 '조금 긴 안목으로 볼 때'라는 전제하에. 경제 전문가 출신 의원들을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들으면서도 적어도 패닉할 상황은 아니라는 믿음이 더 확고해 졌었다. 어느 경제 전문가의 말 대로 "가장 두려운 것은 '두려움'"인 상황을 맞아 온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는 시점에 국회 지하통로에서 마주친 無.信.不.立. 넉 자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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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이 쉽지, '믿음' 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주고 받을 수 있는 물건이라 돈으로 살 수도 없고, 논리와 이해에 바탕을 둔 것이라 여러번 읽고 써서 외우면 되는 것도 아니다. 믿음이라는 건 말 그대로 무조건 믿는 거다. 아니면 저절로 믿어지든가. 눈에 보이는 형체가 없는 대상이라 그런지 이 '믿음'의 실체를 놓고 여야는 참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정부여당은 믿고 따라오지 않으면 진짜 어려워질테니 무조건 믿으라고 한다. 야당은 이런 저런 조건들을 따져보니 절대 안 믿어진다고 맞선다. 누구 말이 더 옳은지는 각자 자신의 철학과 해석에 따라 다른 결론을 내릴 일이지만, 여야가 서로 정 반대 얘기를 목청껏 외쳐대는 와중에 중간에 낀 국민들은 '어쨌든' 두렵다.

모쪼록 국회가 원동력을 제공해서 대한민국 경제와 대한민국 국민들이 '믿음'을 통해 건강하게, 멋지게, 꼿꼿하게, 벌떡 일어설 수 있는 '낙관적'인 날이 너무 멀지 않은 시일 안에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국회 지하통로를 장식하고 있는 서예 액자 두 개만 더 소개한다. 시커먼 지하통로에서 구형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저급한 화질에 대한 송구스러움을 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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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SBS 보도국 정치부의 홍일점으로 맹활약 중인 김영아 기자는 1995년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스포츠와 사회부 등을 거쳐 현재는 정당 취재팀의 고참이면서도 현장을 놓치지 않는 활발한 취재로 섬세한 시각이 담긴 정치 뉴스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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