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있지만 지난 3분기까지 공개된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은 기대 이상이다.
5대 건설사의 경우 올들어 3분기까지 3천 억-4천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고, 사상 최고의 이익을 거둔 회사도 있다. 미분양이나 사업 중단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회사가 맞나 싶을 정도다.
건설사들은 이에 대해 "수주부터 매출까지 평균 2-3년은 걸리는 사업 특성상 건설.부동산 경기 좋았을 때 수주한 사업들이 지금 실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며 "해외 플랜트 수주가 어느 해보다 호황을 누린 것도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 5대 건설사, 해외사업이 '효자' = 5대 대형 건설사가 발표한 올 1-3분기 경영실적은 대체로 양호하다.
현대건설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8% 증가한 총 4천59억원을 기록하며 창사이래 사상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
대림산업은 3분기까지 총 3천425억 원(유화부문 제외)의 영업이익을 내 전년 동기 대비 33.4% 증가했고, GS건설은 3천 580억 원으로 작년보다 21.9%,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천921억 원으로 34.1%가 각각 늘었다. 5대 건설사 가운데는 대우건설만 영업이익이 2천4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9% 감소했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의 실적이 기대 이상의 호조를 보인 것은 1-2년 전 경기가 좋았을 때 수주한 주택, 건축공사의 매출이 올해도 꾸준히 반영되며 매출이 줄지 않은데다 지난해부터 해외 공사 수주가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사업은 주택경기 침체로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고유가를 바탕으로 한 중동, 아프리카 등지의 플랜트 사업의 매출은 크게 늘면서 주택부문의 침체를 상쇄한 것이다.
이는 국내 아파트 사업과 독립국가연합(CIS) 등 개발도상국의 주택단지 개발에 사업에 집중돼 있는 중소형 건설사들이 전 세계적인 주택경기 침체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GS건설의 경우 올들어 국내사업의 1-3분기 매출은 3조 7천829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6% 늘어난데 비해 해외부문 매출은 1조 301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60% 커졌다.
신규 수주는 차이가 더 커 국내 사업은 올해 4조 7천4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 줄었지만 해외공사는 4조 7천32억 원으로 66%나 증가했다.
현대건설도 올해 국내 매출은 3조 6천325억 원으로 작년보다 19% 늘었지만 해외는 1조 5천225억 원으로 전년 대비 88%나 급증했고, 수주는 국내가 6조 2천175억 원으로 전년 대비 8.5% 감소한 반면 해외는 무려 5조 5천338억 원을 따내 73.6%가 늘었다.
대림산업 역시 해외부문의 수주와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126%, 92% 증가하며 국내부문(각각 12.9%와 13.3%)의 성장률을 압도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올해 원자재값이 크게 올랐지만 대부분의 해외 플랜트 턴키공사 계약금액에는 원자재값 상승분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고, 올 7월 이후에는 원자재값도 하락하고 있어 수익성에 큰 타격은 없었다"며 "오히려 수주, 매출이 늘면서 영업이익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도 "해외 플랜트는 수주하면 선수금으로 계약금액의 5-10%가 곧바로 입금되고 공사 진척도에 따라 달러가 들어오기 때문에 미분양이 생기면 매출이 감소하는 주택사업과는 다르다"며 "해외사업이 새로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올해는 양호…1-2년후는 장담 못해 = 대형 건설사들은 짧게는 4분기, 길게는 내년까지는 실적이 비교적 선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수주 사업의 매출역량은 통상 1-2년 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올해 사상 최대의 해외수주 실적은 내년 이후 반영될 것"이라며 "주택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플랜트, 토목, 건축 등으로 포트폴리오 구성이 잘 돼 있는 대형 건설사들은 올 연말이나 내년까지는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이후에도 국내 주택경기가 계속 위축된다면 전체적인 매출, 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미분양 증가로 국내 주택부문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도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쌓인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특히 주택부문은 올들어 신규수주가 급감하고 있어 내년 이후 실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 효자 노릇을 한 해외사업도 글로벌 경기 침체 확산과 유가 하락으로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최근 해외수주의 상당수를 정유 플랜트가 차지하고 있어 석유회사들이 발주 물량을 축소할 경우 수주 물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GS건설 경제연구소 이상호 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전 세계적인 석유 수요도 감소하면서 플랜트 공사 발주가 지연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세계경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내년 이후 해외 수주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나마 해외 플랜트 경험이 없는 중소 건설사들이다. 이들은 오로지 국내 주택경기가 회복되기만 기다려야 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건설사들의 실적은 좋지만 금융기관이 사실상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중단했고, 대출 만기 연장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표면상의 경영실적은 좋지만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회사들이 적지 않아 건설시장을 살릴 수 있는 효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