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전·현직 정권에 대한 실정 공방을 벌였던 정치권이 쌀 직불금 국정조사를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국감에서 여러 전선(戰線)에 걸쳐 산발적인 전투를 벌여왔던 여야는 직불금 파문이란 단일 현안으로 압축된 국조에서는 상대를 그로기 상태로 몰기 위한 `한방'을 위해 논리 정비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제도개선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공언하면서도 감사원 감사결과 은폐를 주장하며 구(舊)정권의 실정을 명확히 하겠다고 벼르는 반면,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강부자 정권'과 결부짓으며 이명박 정부 책임론으로 맞선다는 전략이다.
◇한 "제도개선 우선"…'칼날'은 전 정권으로 = 이번 파문이 제도의 맹점에 의해 발생한 측면이 큰 만큼 제도개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직불금 제도의 취지대로 자경 농민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도록 제도를 확실히 뜯어고치겠다는 것.
직불금 수령 실태와 정부의 허술한 관리 등 제도 시행 과정에서의 허점을 샅샅이 찾아내 농심(農心)을 가라앉히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다.
국조특위 한나라당 위원장에 내정된 송광호 최고위원은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로지 농민만을 바라보며 임하겠다"며 "전 정부든 현 정부든 부정 수령자를 모두 밝혀내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당장엔 직불금 부당 수령자로부터 전액 환수조치하는 동시에 부당 수령한 공무원, 특히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칼날은 전(前) 정권의 심장부로 향하고 있다. 참여정부 청와대가 직불금 감사를 직접 감사원에 지시했고, 그 결과 상당부분의 문제점이 도출됐음에도 대선과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은폐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시각이다.
정책개선을 위한 감사라고 하면서도 1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제도개선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
한나라당은 이런 점을 집중 부각해 "구(舊) 여권의 부도덕성을 만천하에 알리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현 정권과 연결하려는 시도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선뜻 응한 것도 이번 사안이 `양날의 칼날'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은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 핵심 실세들이 감사 결과 은폐에 깊숙이 간여했다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어 그 연결고리를 찾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국조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자제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은 만큼 신중히 접근하는 분위기다.
김정권 원내대변인은 "우선 제도개선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제, "직불제는 참여정부에서 시작됐고, 그 정부에서 문제를 알고도 덮어버린 사건으로 현 정부에서 불거졌다고 해서 공을 넘기는 건 부적절하다"며 "이 부분을 확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 '강부자 도덕불감증' 당력 올인 = 당 차원에서 '포스트 국정감사' 정국의 대여 전력을 쌀 직불금 국조에 올인, 정국주도권을 확고히 쥐겠다는 전략이다. 국조 성패가 향후 정국의 향배를 가를 방향타라는 판단에서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도덕불감증 실태를 낱낱이 파헤쳐 쌀 직불금 사태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
특히 부당 수령자들의 부동산 투기와 양도세 탈세 문제 등으로 전선을 확대, `강부자 내각'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성 논란을 재점화해 현 정부 실정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출 태세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여당의 참여정부 책임론에 맞서 현 정부 책임론으로 맞불을 놓는 등 `공수'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기로 했다. 부당 수령액 전액 환수와 책임자 처벌, 제도 개선에도 적극 나서 책임있는 대안야당의 면모를 부각시키기로 했다.
또한 부당 수령자 명단 공개 범위와 증인 채택 등 여야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고비고비마다 밀리지 않겠다고 전투 태세를 다지고 있다. 특위 위원 6명의 적절한 팀플레이와 역할 분담으로 화력을 배가한다는 복안이며 야권 공조도 추진키로 했다.
한나라당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을 밀어붙일 경우 "본질을 호도하는 정치공세"라고 차단에 나서기로 했고, 명단 전면 공개도 관철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민주당은 특위 차원을 넘어 거당적으로 쌀 직불금 국조에 당력을 쏟아붓기로 했다.
당내 진상조사위를 통해 자체 실체 규명 작업을 진행, 특위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명단이 넘어오는 대로 시·도당 등 전국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스크린 작업을 벌이겠다는 계획.
이와 함께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대정부 질문, 개별 상임위 등에서도 쌀 직불금 문제에 집중키로 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불법 수령의 실체를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우리 사회의 부동산 투기와 지도층의 도덕성 문제에 전기가 돼야 할 사안인만큼 당리당략을 떠나 반드시 성과를 거두겠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은 전.현 정부 책임론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간 정쟁의 틈바구니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사태의 원인을 분명히 분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양당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중간자 역할도 자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