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 통신회사의 광고에 서태지가 등장합니다. 서태지의 음악을 듣고 있는 심은경에게진짜 서태지가 다가가지만 심은경은 그를 못알아보고 심지어 하여가를 불러제끼는 서태지에게 "예~예~예 아저씨 됐거든요"라며 요즘말로 큰 굴욕까지 안겨줍니다.
서태지는 가요계 신비주의의 선두주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서태지가 CF에, 그것도 굴욕 CF에 당당히 얼굴을 드러낸 겁니다.
앨범을 하나 내고 나서 다음 앨범까지 세상과 연을 끊고 두문불출하는 해괴한 행태를 가요계에 처음 선보였던 서태지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사생활과 은둔행태 때문에 세간에서는 갖가지 루머가 양산됐습니다.
서태지 악마숭배설은 초창기부터 나왔던 루머였고, 대인기피증이 있는데 이 때문에 은둔을 하고 군대도 정신병력때문에 면제받았다는 소문도 있었죠. 결혼설이나 게이설은 그나마 양반이었고요. 황당하다못해 그 상상력에 전율을 금치 못했던 건 다름아닌 서태지 임신설이었습니다.
임신설.. 다시 곱씹어봐도 참 어처구니 없는 루머였습니다.
최근 비슷한 일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태지의 신비주의를 능가하는 가공할 신비주의를 구사해온 탓에 과거에도 북한과 김 위원장에 대해서 많은 루머나 미확인 정보가 떠돌았습니다.
최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맞물리면서 또 다시 루머와 미확인보도가 전성시대를 맞이하는 양상입니다.
먼저 선수를 친 것은 일본 언론들이었습니다. 극우 성향의 신문으로 잘 알려진 산케이와 요미우리가 "북한이 조만간 중대발표를 할 것"이며 "재외공관원들에게 금족령을 내렸"고 "중대발표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과 관련있어 보이며" "조만간 외국인들의 북한 입국을 금지할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외교통상부 기자들은 당연히 발칵 뒤집혔습니다.
곧이어 프*존 뉴스라는 한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서 중국 CCTV와 우리나라 연합뉴스를 인용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토요일 오후에 사망했다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산케이, 요미우리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났습니다.
이번주 수요일이 됐지만 아직까지 북한의 중대 발표도 없었을 뿐더러 청와대, 외교부, 통일부 당국자들도 북한의 이상징후가 없다며일관되게 일본 언론의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또 대북 취재에 상당한 정확도를 보이는 일본 교도통신이나 NHK등도 산케이와 요미우리의 보도를 받지 않았습니다.
김정일 사망 보도는 한 네티즌이 연합뉴스의 포맷을 빌어 허위 기사를 작성한 것을 프*존 뉴스측에서 확인 절차 없이 그대로 전재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결론 났습니다. 한마디로 네티즌의 낚시질에 인터넷 뉴스 기자가 어이없이 낚이고 만 셈이지요.
극도로 폐쇄적인 북한,그리고 철저히 베일에 싸여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비주의가 근거없는 미확인 보도를 양산하고 있는 꼴입니다.
북한 기사를 다룰 때 항상 난감한 것은 도무지 기사의 기본원칙인 확인을 할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세간에 떠도는 루머가 과연 사실인지,북한 관련해 터져나오는 외신 보도들이 근거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자신있게 양단할 수 없다는 것이 큰 고민입니다.
정부 당국자, 심지어 정보선수들(국정원 직원들..)조차 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담당 기자들은 루머와 진실 사이 그 어딘가에서 부단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숙명을 떠안아야 합니다.
언젠가 북한이 폐쇄성을 벗어 던지고 이런 줄타기를 하지 않아도 될 날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