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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존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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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1달러에 930원대였던 환율이 천3백 원대로 오르면서 기업들이 아우성이다.

특히 해외소비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이제 사업을 못해먹겠다고 한다.

해외 여행업을 하는 사람, 항공사를 차린 사람, 해외에서 원료를 구입해 식품을 제조 판매하는 식품사업자들….

이런 아우성은 필연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에서 환율의 자기조정기능은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해줄 것이다.

Automatic Stabilizer로서 환율은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질 경우 오르고, 수출이 수입보다 많아질 경우 내림으로서 자연스런 경상수지의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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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한국은행은 이런 환율의 역할을 고전적인 관점에서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물가나 실업률도 이런 자동조절기능을 가지고 있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며, 가격이 내리면 수요가 늘고 공급은 줄어든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균형인가.

하지만 최근 금융위기는 이런 자연스런 조정과는 거리가 멀다.

거대 미국에서 시장 실패가 발생했고, 이런 시장실패는 전 세계의 경제를 집어 삼키고 있다.

자본주의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은 United States of France라는 말을 들어가면서도 은행을 국유화하는 고강도의 처방을 내리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미국을 조롱하던 프랑스에서도 금융위기가 번지고 있고, 세계금융시장의 중심이었던 영국, 제조업의 본고장이라던 독일에서도 금융시장은 붕괴되고 있고, 이런 선진국의 변방에 있는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파키스탄까지 자고로 금융위기는 지구 방방곡곡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심지어 아프리카의 작은 초원국가에까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지 않은가.

뒤늦게 워싱턴에서 열린 IMF IBRD 총회에 갔다 온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은 총재가 머리를 맞대고 이런 위기에 공동대응 하는 모습은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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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우리 금융당국의 섣부른 행보는 얼마나 많은 희생자를 생산해 냈는지 개탄스럽다.

키코 기업에 이어 대형 건설회사, 저축은행은 물론 은행들도 흔들거리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밀물처럼 들어가면서 1차 위기를 겪은 뒤, 외국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2차위기를 겪었다는 한때 세계 4위 경제대국 아르헨티나의 전설은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

문제는 시장을 과소평가하는 우리의 행태다.

외환위기의 혹독한 시련을 겪었으면서도 그 교훈을 살리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의 GDP는 9백조다. 내년 우리예산은 연기금을 포함해야 273조원이다.

연기금을 빼면 2백조 원 남짓이다.

우리 작은 한국의 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은 그야말로 얼마나 더 큰가.

이런 시장의 거대한 쯔나미를 간파하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 우리는 너무 한심하다.

시장을 우격다짐으로 통제하고 규제하려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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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도와주고 시장기능을 작동하게 하라.

그래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 금융당국은 지난 7월7일 무제한 외환시장에 개입한다고 했다가 발을 빼더니만, 지난달에 150억 달러를 푼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천3백억 달러를 추가 투입하겠다는 정부.

원화시장은 문제가 없다고 하다 결국 중소기업은행에 1조원을 투입하려한다.

손가락 하나만으로 막을 수 있는 위기를 이제는 온 몸통으로 막아도 어렵게 생겼다.

셰익스피어는 말한다. 인생은 그저 바보들의 이야기라고. 무대 위에서 자기의 시간을 동동거리며 고함치는 바보들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누가 이런 인생을 참고 지내겠는가.

앞으로 다가올 것에 대한 불확실성이 없다면.

세계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긴축정책을 펴면서 대공황을 확대재생산 해냈던 1929년 대공황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막대한 돈을 시장에 풀어대면서 고강도 처방을 해대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이 위기의 끝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 이 위기가 끝날 지....

우리 금융당국의 고뇌도 이런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데 누가 섣불리 처방을 내릴 수 있겠는가.

다만 바랄뿐이다. 시장을 무시하지 말고,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말며, 책임을 회피하지 말기를…. 국민들은 정부를 믿고 세금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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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SBS 보도국 경제부의 수석 차장으로 현재 정책.금융팀을 이끌고 있는 김용철 기자는 1991년부터 현장에서 활약한 최고참급 기자입니다. 경제 분야의 오랜 취재경험과 폭넓은 인맥으로 전문성을 자랑하는 김 기자는 지난 2005년에는 시사고발프로 '뉴스추적'에서 김우중 前 대우그룹 회장의 해외도피 행적을 끈질기게 추적해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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