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기억 나는 게 없는데..."
"그러면 그 업소에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금액의 카드를 썼어요."
18일 오전 경기도 부천 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사무실에는 20대 후반의 회사원 김모 씨와 담당 경찰관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 남성은 성매수 혐의로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지만 한사코 혐의 내용을 부인했고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묵묵부답,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런 모습은 이날 하루종일 이어질 것이라고 중부서 직원들은 전했다.
이날 하루만 모두 70여 명이 조사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더기 유사 성매매 혐의자 조사가 진행되는 이유는 부천 중부서가 '유흥.위락업소가 많은' 지역 특성으로 인해 나쁘게 인식돼 있는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고 범죄도 예방하기 위해 강력한 단속에 나서 유사 성매매 업소와 성매수 혐의자를 무더기로 적발했기 때문이다.
중부서는 지난 7월 중순부터 휴게텔이나 스포츠마사지, 안마시술소 등 유사 성매매 또는 성매매업소에 대해 일제단속, 지금까지 유사 성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의심되는 41개 업소를 적발, 사법 처리를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들 업소의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추적, 성매수 혐의가 있는 손님 명단을 무려 2천여명 이나 확보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한 이후 이날까지 조사받은 남성은 900여 명, 앞으로 1천100여 명이 남아 경찰은 추가 조사를 서둘러 이달말까지 끝낼 계획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한달은 족히 더 걸릴 전망이다.
이런 현상은 부천 남부경찰서도 똑같다.
남부서도 같은 이유로 비슷한 시기에 일제 단속을 벌여 20개 업소에 손님 700여 명의 명단을 확보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중부서에 소환된 남성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대부분이었고, 40대와 50대도 간혹 눈에 띄었다.
직업적으로는 접대 필요성이 있다고 우기는(?) 사람을 포함해 회사원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자영업자와 운전기사, 대학생, 군인 등 연령과 직업이 무척 다양하다고 담당 경찰관은 전했다.
그는 "공무원도 몇 명 있는 것 같다"고 지나가는 말로 슬쩍 귀띔했다.
이들은 청사 복도에서 조사를 기다리며 '혹시 아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칠까 조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볼멘 소리하는 몰염치한 이도 있었다.
이들이 조사받으며 보이는 첫 반응은 "술을 너무 마셔서 기억이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친구끼리 술을 마시고 우연히 가게 됐는데..."는 사람에서부터 "재수가 없었다. 남자가 한번 정도는 그럴수 있는 것 아니냐."는 철면피까지 다양하다고 조사 경찰관은 말했다.
이들은 대체로 혼자 업소를 찾는 경우가 많지만 2-5명 등 여럿이 찾는 경우도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경찰관은 "이렇게 돈을 주고 성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을 줄은 미처 몰랐다"며 "이들은 조사가 시작되면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다 경찰이 집요하게 추궁하면 대부분 고개를 떨구며 '죄'를 인정하고는 곧바로 선처를 호소하는 비굴 모드로 전환한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특히 "현금으로 결제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실제 성매수 혐의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성도덕 불감증'의 심각성에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성매수의 부도덕성과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 순수하게 마사지만 받았을 때의 요금보다 더 많은 카드 사용액이 나오면 '성을 매수한 것'으로 보고 예외없이 처벌할 방침이다.
성매수자로 밝혀지면 1회에 그쳤을 땐 보호관찰소에서 하루 8시간짜리 교육을 받는 존스쿨 이수처분과 함께 기소유예 처리된다.
이는 '한 번의 실수를 용서한다'는 의미이지만 2회가 넘어가면 상습범으로 분류돼 벌금형에 처해진다. 더 심하면 구속될 수도 있다.
죄가 무거운 업주는 당연히 구속되고 부당하게 얻은 이익은 몰수된다.
부천의 2개 경찰서는 30일까지 2차 단속을 벌이는데 이어 앞으로도 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관내 성매매는 물론 유사 성매매도 뿌리뽑을 방침이다.
중부서 여성청소년계 윤은희(여) 계장은 "남성들이 성매수 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지 않고 있는 게 큰 문제"라면서 "당연히 지속적인 단속을 할 계획이지만 사회적으로 성인 사회에 도덕 회복운동이 펼쳐져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당부했다.
(부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