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금융위기가 도래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역량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달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IMF는 세계 각국이 신속한 대응과 협력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그러나 16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신흥경제와 개발도상국들은 IMF가 이번 사태를 초래한 미국의 경제정책 실패를 적극적으로 지적하지 못했던 점에 보다 주목하고 있다.
IMF는 지난해 4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신용위기의 손실이 1조 달러에 근접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이러한 경고를 사실상 무시했고, 여러 경제 당국자들은 IMF가 지나치게 비관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금융위기가 악화, 지난주 IMF가 예상 손실액을 1조4천억 달러로 상향조정했을 때에야 선진국들은 IMF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신흥경제국들은 아시아 경제 위기 등 비(非)선진국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데 누구보다 앞장섰던 IMF가 선진국의 문제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 개입 시점을 놓쳤다고 비판하고 있다.
IMF 부총재를 역임한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은행 총재는 "IMF 주요 지분국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보다 작고 배타적인 클럽에서 처리하길 선호하고 보다 가난하고 작은 국가들은 IMF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셔 총재는 "그럼에도 불구, 주요 지분국들은 IMF가 무능하다고 불평한다.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주요 지분국들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라구람 라잔 전 IMF 수석경제분석가는 "지금 우리에게 없는 건 세계 경제를 위해 나서 싸울 강하고 국제적이며 독립적인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IMF가 이러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건 큰 손실"이라고 꼬집었다.
라잔은 IMF가 지난해 인도의 공매도 금지 움직임에는 반대 성명을 내고서도 최근 미국의 유사한 조치에는 침묵했다면서 IMF의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실제 IMF는 미국과 영국 등 부유한 영어권 국가들과 아시아 신흥경제국들에 차별적 평가를 내려 아시아권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이번 위기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혁신적이지만 유동성이 문제일 때 인플레이션에 집중하고, 지급여력일 때는 유동성에, 패닉 때는 지급여력에 신경쓰는 등 거의 항상 때를 놓쳤다. 누군가 외부에서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잔은 IMF가 이런 역할을 맡을 수도 있었겠지만 IMF는 내부적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G7의 결정에 배서하는 전통적 역할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한편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로버트 졸릭 WB 총재가 IMF를 비롯한 국제기구들간의 유동적 상호연결 네트워크와 선진국들로 구성된 유연한 운영진을 갖춘 일종의 '페이스북'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로 흔히 미국판 싸이월드로 불린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