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의 아파트 건물에는 '바왑'이라고 불리는, 우리로 치면 경비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두, 세명이 교대로 근무를 하는데 역할은 우리 경비원보다 훨씬 크고 다양합니다.
우선, 각 가정의 현관 문 밖에 있는 쓰레기통을 매일 비워줍니다. 아직 분리수거는 먼 나라라 주민들은 그저 쓰레기가 생기는 대로 비닐 봉지에 담아 문 밖 쓰레기통에 넣어두면 어느샌가 바왑이 처리해 주니 그렇게 편할 수 없습니다.
매일 아침에는 세차도 해줍니다. 물이 부족한 나라지만 비누거품까지 내가며 물을 아끼지 않고 정성껏 해주기 때문에 먼지 많기로 소문난 곳이지만 따로 세차장을 찾을 일이 없습니다.
퇴근 시간때엔 주차구역 지킴이로 변신합니다. 카이로 외국인 거주지역도 우리나라 여느 아파트 단지처럼 주차난이 심한데, 각 건물들의 바왑들이 아예 자기 건물 주차구역 근처에 의자를 놓고 앉아 외부인이 주차하는지 감시하고 자리를 비울 때면 무거운 돌덩이로 각 세대의 자리를 지켜줍니다.
워낙 익숙해져서인지 자그마한 덩치의 바왑들이 건장한 편인 저도 옮기기 힘든 돌덩이를 가볍게 다루는 걸 보면 경탄스럽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쇼핑한 물건들이 조금이라도 무거워 보이면 어디선가 나타나 집까지 날라 줍니다.
이밖에 전기세 납부나 세탁소 심부름 같은 잔일들도 대신 해주고 전구를 갈아 끼운다거나 변기, 수도꼭지에 잔 고장이 있을 경우에도 전화만 하면 달려옵니다.
이렇게 각종 봉사를 해주며 바왑 한 명이 한 달에 받는 돈은 가구당 100파운드, 우리 돈으로 2만 원이 채 못됩니다. 보통 아파트 건물 한 동에 10가구 남짓 되니 20만 원 정도가 한 달 수입인 셈입니다.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세입자들의 온갖 귀찮은 일을 대신해 주는 것 치곤 민망할 정도로 적은 수입인데도 틈틈히 기존 바왑들에게 인턴 수업을 받는 예비 요원들이 흔히 목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