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LIVE

김포 농민 "직불금 요구하면 땅 거둬간다"

김포농지 60-70% 외지인 소유…대부분 임차


Google 즐겨찾기에 SBS뉴스 추가

"직불금은 지주에겐 적은 돈이지만 우리 농사꾼들에겐 큰 돈입니다. 그런데 지주에게 달라는 말을 못해요. 달라고 하면 (경작을)그만두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김포시 농민회 최병종 회장(55.양촌면 유현리 236)은 최근 정치.사회 문제화한 '쌀 소득 보전 직불금제'(이하 '직불금제')로 부글부글 끓는 농민들의 속내를 16일 이렇게 전했다.

이날 오전 옅은 안개가 끼없지만 날씨가 대체로 맑은 유현2리 서현마을.

마을 논 곳곳에선 콤바인이 '붕붕' 소리를 내면서 연신 벼를 베어 벼를 가마에 담아 논바닥에 내려 놓고, 밭에선 초로의 아낙네들이 깨를 털거나 고추를 따는 등 이 마을은 전통적인 농촌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이렇게 외관상 평화롭고 풍요스러워 보이지만 '직불금'문제는 그동안 꾹꾹 참고 있던 김포 농민들의 마음을 휘젓고 있어 속사정은 복잡하고 편하지 않아 보였다.

최 회장은 유현리 마을에서 대대로 농사를 짓는 집안에서 태어나 지금도 논 1만3천200㎡와 밭 8천250㎡를 경작하고 있고 그 중 논의 절반은 임차이지만 번듯한 식당도 직접 운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농에 속한다.

그는 "몇 사람의 논을 맡아 일을 하고 있지만 나는 직불금을 받고 있다"면서 "그러나 상당수 이웃들이 남의 논에 농사를 지으면서 직불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포는 서울, 인천과 인접해 있고 개발 가능성도 높아 외지인들이 농지의 60∼70% 가량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란 것이 최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그런 농지는 대부분 지역 농민들이 맡아 경작하고 있고 그 중에서 절반 정도는 지주가 직불금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추정했다.

농업진흥지역으로 농사만 지어야 하는 이 마을의 논은 3.3㎡당 평균 40만∼50만원이어서 3천300㎡의 경우 시가는 4억∼5억원을 하며 이 정도의 돈을 농촌에 묶어 놓을 정도면 경제적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계층이라고 했다.

광고
광고 영역

그런데도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3천300㎡당 30만원 정도의 직불금을 받는 것은 욕심이 앞서거나 양도소득세 부과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거나 아니면 두가지 이유 모두일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농민들에게 30만원은 1년치 비료와 농약을 살 수 있는 큰 돈인데도 달라고 하지 못하는 것은 농사를 짓는 일이외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지주에게 직불금을 받겠다고 하면 거의 모든 지주는 논을 거둬들여 직불금을 받지 않는 다른 농민에게 맡기는 경우가 지금까지 자주 있었다.

또 혹시 언론에 직불금에 대해 언급하면 논 주인은 당연히 경작을 그만하라고 말할 것으로 예상하고 한사코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양촌면에서 다른 사람의 논 9천900여㎡를 맡아 농사를 짓는 이모(52)씨는 "지주가 돈을 받는 것을 어찌하겠냐. 다 그런 것"이라면서 "언론에 이름을 내면 나는 생계가 끊어진다"며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경계했다.

고촌면의 김모 이장도 "임차 농업인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직불금을 지주가 받아간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임차 농업인들의 고충을 전했다.

특히 직불금을 지주가 받아 지난 3월 이를 관계 당국에 고발한 월곶면 갈산리의 임차 농업인 조모(46)씨는 임차 농지를 거의 다 빼앗겨 버렸다.

그는 그 뿐 아니라 누군가가 논에 쇠꼬챙이를 꽂아 놓아 벼베기를 하던 콤바인이 2차례 나 고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임차 농업인들은 정부 당국이 직불금제의 당초 도입 취지대로 직불금을 경작자가 반드시 받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물론 일부 지주는 양도소득세 납부 문제로 자신이 직불금을 받은 뒤 임차 농업인에게 넘겨주는 경우도 간혹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농지은행에 지주가 논 경작을 맡기면 한국농촌공사가 나서 경작 희망자를 찾아 상호 임대차계약 체결을 주선해 주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김포시의 경우 계약 조건은 3천300㎡당 임대료가 연간 70만원이고 이는 농민이 지주에게 논 경작 대가로 지급하는 80㎏짜리 쌀 1가마와 비슷한 조건이다. 직불금은 농민이 받는다.

이에 따라 당국이 이 제도에 대한 홍보, 임대계약 체결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사실 직불금을 아까워서 받는 지주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양도소득세 문제' 때문일 것"이라면서 "농지 임대계약이 지주.농민 모두에게 서로 좋다는 것을 많이 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오늘의 숏뉴스
숏뉴스를 불러오지 못했습니다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