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면서 국감장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상임위원장들의 회의진행 스타일이 국감장 주변에서 회자되고 있다.
위트있는 회의진행으로 여야 충돌 위기를 부드럽게 넘기는가 하면, 다른 위원들보다 더 거세게 피감기관을 몰아세우기도 하고 '현장 속으로' 국감을 주도하는 등 각양각색의 스타일을 보이고 있는 것.
박 진(한나라당)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자칫 여야 공방으로 치달을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 무난히 넘기곤 한다.
지난 6-7일 통일부.외교부 국감에선 정부 자료제출과 보고가 미흡하다는 야당의 지적에 "제대로 하라"고 두 장관을 질책하면서 상황을 넘겼고, 김하중 통일장관이 자신을 질책하는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에게 "반성하라"고 맞받은데 대해 엄중 경고하면서 사과를 유도했다.
감사가 끝날 땐 파김치가 돼버린 의원들을 위로하느라 남아있는 의원 이름을 호명하며 "`박진'감 있는 국감을 마치겠다"는 재치있는 마무리로 청량감을 줬다.
변웅전(자유선진당) 보건복지가족위원장은 질의시간 배분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한 의원의 항의에 "지금까지 진행만 30년 해왔다"고 받아넘기거나, 이봉화 복지차관의 쌀 직불금 부정신청 문제가 거론될 땐 "이 차관만 안계셨으면 우리 상임위가 얼마나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잘 됐겠느냐"고 따끔하고 재치있는 언변을 과시했다.
이낙연(민주당)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은 13일 수협 국감에서 수협중앙회장이 모르쇠로 일관하자 "국감에서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지적하는 등 기자 출신다운 촌철살인의 표현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학송(한나라당) 국방위원장은 다른 의원들보다 오히려 더 피감기관장을 거세게 추궁하는 스타일. 지난 10일 `방독면 발암물질'로 논란이 됐던 방위사업청 국감에서 방독면 정화통내에 중금속이 있지만 안전한 수준이며 찌그러지면 교체해주고 있다는 방사청의 답변에 "전쟁중에 찌그러진다고 방독면을 벗을 수 있느냐"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방송사 사장 낙하산 인사 논란, 사이버모욕죄 도입 등 민감한 현안들로 넘쳐나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고흥길(한나라당) 위원장은 여야에 의사진행 발언을 동수로 주는 등 의석수가 한나라당의 절반밖에 미치지 못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불만을 불식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부겸(민주당)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은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선거비 의혹 논란 등으로 여야가 충돌할 때마다 양측 간사의 의견을 들어 갈등을 최소화하고 있다.
기획재정위의 경우 서병수(한나라당) 위원장의 `무정쟁 국감' 방침이 상임위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케이스.
지난 10일 서울지방국세청 등에 대한 국감에서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허리수술로 유명해진 우리들병원에 대한 세무조사가 당연하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서 위원장이 정쟁을 싫어해 여기서 접겠다"고 더 이상 공세를 취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진형(한나라당) 행정안전위원장은 14일 경기도 국감에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김문수 경기지사의 잦은 소방헬기 사용 문제를 집요하게 추궁, 두 사람간 감정이 폭발직전까지 가자 "강 의원의 질문은 헬기 이용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면 앞으로 확실히 해달라는 의미"라고 중재에 나서는 등 안정감있는 진행이 돋보인다.
`현장 국감'을 주도하고 있는 위원장들의 활약상도 돋보인다.
한나라당의 첫 여성 상임위원장인 김영선 정무위원장은 최근의 금융위기와 관련해 달러를 외환통장에 예금하는 `달러모으기' 퍼포먼스를 주도했고, 추미애(민주당) 환경노동위원장은 근로자 집단 사망사건과 관련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시찰 제안이 들어오자 적극 관철시켰다.
이병석(한나라당) 국토해양위원장은 해양경찰청 중국어선 단속시범 등 12번의 국감 중 8번을 현장에서 진행키로 결정했다.
유선호(민주당) 법제사법위원장은 법안 처리나 국감 증인채택과정에서 단 한번도 표결처리를 하지 않는 등 `여야 합의제 처리'를 신념으로 상임위를 운영하고 있어 오히려 같은 야당 의원들로부터 "빨리 좀 처리해달라"는 `항변'을 듣기도 한다.
피감기관 간부의 `라이터 투척사건'이 발생했던 지식경제위원회의 정장선(민주당) 위원장은 "국감 방해 문제는 국회 사무총장에게 말해 국회 차원에서 엄격히 다루겠다"고 공언하는 등 국회 권위 존중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