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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한 달…국제 공조로 위기극복 가능한가

"뭉쳐야 산다"가 아닌 "뭉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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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중국 등 7개국이 이달 8일 일제히 금리를 인하했다.

제로금리 상태와 다름없는 일본은 공동보조에 뜻을 같이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금리조정만은 하지 않았다.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영국, EU, 스위스의 중앙은행이 망라돼 같은 시점에, 동일한 폭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들이 이처럼 전례없이 공조에 나선 것은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완화하는 것과 글로벌 금융위기의 수습을 위한 의지를 천명하고자 한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다. 실제로는 공조에 이탈했을 경우 감수해야 할 피해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이 금리를 낮췄는데 EU나 영국이 그대로 있었다면 달러화의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부담을 영국과 EU가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자본의 이탈도 말할 것 없다. 지금처럼 심각한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혼자 뒤쳐졌다가는 감당하기 힘든 피해를 입을 수 있다.

1931년 영국이 금본위제를 폐지하자 곧바로 독일이 뒤따랐다. 프랑스와 미국이 몇 년 간 버텼지만 금본위제를 폐지한 국가들로 국부가 유출되는 것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백기를 들어야 했다.

이 사건의 교훈은, 금융시장이 상호 연결돼 있는 마당에 한 국가가 전체 흐름에서 뒤처진다면 그만큼 손해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인 상황에서는 공조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런 공조가 그만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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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7개국의 동시다발 금리인하가 취해졌던 8일에도 전세계 증시는 폭락을 면치 못했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선진7개국(G7) 재무장관이 워싱턴에서 회동, 금융시장안정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숙의했지만 미국의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쯤되면 공조의 무용론이 제기될 법도 하지만 그런 얘기는 일절없다.

공조를 통해 지금 당장 시장이 진정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공조를 하지 않고 개별 국가들이 제각기 움직인데 따른 시장의 혼란은 말그대로 끔찍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일거에 녹아내릴 듯한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은 유럽국가들이 보여준 지리멸렬한 행보가 단단히 한몫을 했다.

이달 4일 프랑스와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4개국 정상이 모여 `미니 EU정상회의'를 열었으나 시장에 신뢰감을 심어주는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상호 입장차이로 인해 아무런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헤어졌다.

대형 은행들이 파산 직전에 몰려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겨우 위기를 모면하는 상황이 속출하자 EU 차원에서 예금인출 러시를 막기 위한 통일된 조치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수수방관했다.

결국 지난달 30일 아일랜드가 독자적으로 무제한 예금지급 보증 조치를 발표하자 독일이 이를 강력히 규탄했지만 결국 독일도 일주일만에 무제한 예금보호 조치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영국 정부가 시중은행에 직접 자본을 투입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를 뒤따르는 회원국은 없으며 그나마 대서양 건너 미국이 유사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정도다.

이런 지리멸렬한 상황 속에 시장은 계속 나락으로 추락했고 결국 `흩어지면 공멸한다'는 위기감 속에 7개국 중앙은행의 동시 금리인하 조치가 나왔고 후속으로 11일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가 "금융시장 안정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향후 주요 선진국들이 보조를 맞춰, 구두선이 아닌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월스트리트 일각에서는 앞으로 나올 법한 조치로는 ▲은행간 단기대출을 정부가 일괄 지급보증하거나 ▲은행은 물론 보험사, 증권사, 투자은행, 헤지펀드 등 비은행금융기관에도 정부가 자본을 직접 투입하는 방안 ▲동시다발 금리인하 등을 거론하고 있다.

이런 조치들은 대부분 평소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방안이다. 심각한 모럴해저드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조치들까지 시장에서 `해법'으로 요구하는 분위기다.

기대가 커지면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데 따른 실망감이 시장을 짓누르는게 지금의 분위기다.

이 때문에 각 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느끼는 중압감은 대단하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라고 하는 지금의 시장분위기에서는 `모럴해저드'는 사치스런 용어일 뿐이라는 게 각국 정부와 시장참가자들의 생각이다.

모럴해저드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리먼브러더스의 구제요청을 끝내 거부했다가 시장혼란을 부채질했던 점 때문에 지금의 위기를 `리먼의 저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제는 모럴해저드를 운위할 한가로운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위기를 통해 각국이 절감한 교훈중의 하나는 개별 국가에서 발표된 고강도의 처방이 약발이 전혀 듣지 않고 시장의 내성만 키운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G7 또는 그 이상의 국가들이 공조해 전례없는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문제가 즉각 풀린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각 국이 공조하지 않는 한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뭉쳐야만 반드시 산다'는 것이 아니라 '뭉치지 않으면 모두가 망한다'는 것이 최고의 명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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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에서 이번 주말과 주초 잇따라 열리는 G7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와 국제통화기금 IMF.세계은행 연례 합동 총회는 자본주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국제공조의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주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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