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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한 달…재편되는 세계 금융시장

미국식 자본주의, 투자은행시대 동반 몰락
금융규제 대폭강화…전통 상업은행 패자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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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자본주의 시대 끝나나?"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경제력의 상징이었던 은행들이 극심한 시장의 혼란에 휩쓸려 빈사상태에 빠지면서 정부 당국의 구원 손길만을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했다면서 최근 대공황 이후 최대 금융위기의 또 다른 희생자가 미국식 자본주의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던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이미 과거의 영광으로만 기억에 남게 됐다.

앞서 지난 3월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도 합병이라는 희생양이 되면서 퇴출당하는 신세를 맞이했다.

골드만 삭스와 더불어 월가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모건 스탠리도 이제 일본 금융그룹에 지분을 넘겨주는 처지로 전락했고 메릴린치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에 팔렸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월스트리트는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위기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극약처방이나 다름없는 정부가 직접 은행 지분을 인수해 통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식 자본주의에 충실한 자유시장경제론자라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치다.

'역사의 종언'에서 사회주의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를 설파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도 뉴스위크 10월13일자에서 금융위기로 미국식 자본주의 버전이 붕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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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금융계 판도의 대변혁이다.

이같은 판도의 대변혁은 곧 금융권력의 대이동을 의미한다.

이런 대 격동 속에서 세계금융의 중심인 뉴욕 월스트리트는 물론 국제금융 시장의 판도도 급변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호황기에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하지 않고 위험관리에 충실했던 금융기관들은 100년 만의 최악이라는 금융위기가 새로운 시대를 예비하면서 시장의 패권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고 있다.

그러나 경영의 제1원칙이 위험관리라는 사실을 잊고 단기적인 경영성과와 보상이라는 단꿈에만 빠져 있던 금융기관들과 그 경영자들은 그들이 놓은 덫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야말로 시장의 대혼란이 한편에겐 엄청난 기회가 되고 다른 한편에겐 사망선고가 된 셈이다.

그런 만큼 금융시장 재편기의 힘겨루기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이제부터 로비전쟁이라는 말은 적자생존이라는 처절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금융기관들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이번 금융시장의 혼란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아시아 외환위기 사태처럼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이번 위기를 기회로 잘 활용하면 새로운 금융질서의 강자가 될 수 있다.

◇투자은행 퇴장..전통은행들 패권 장악

1년 전 월스트리트의 5대 투자은행에 이름을 올렸던 금융기관 가운데 현재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2곳 뿐이다.

베어스턴스는 상업은행인 모건 JP 체이스에 팔렸고, 리먼 브러더스는 인수자를 찾지 못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메릴린치는 BOA에 넘어갔다.

게다가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도 지난 9월22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은행 지주회사로의 기업구조 변경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이들은 중앙은행에서 예금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긴급유동성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지만 FRB의 감독을 받게 됨으로써 투자은행으로서 누려왔던 독립성을 잃게 됐다.

이들로서는 예금 수신기능이 있는 상업은행들 간에도 콜자금 거래가 거의 중단되는 최악의 신용경색 위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는 투자자금이 과거처럼 몰려들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은행이라는 이름만 고집하다가는 유동성 고갈로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의 신세가 될 수가 있다는 절박한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전통 상업은행인 BOA와 웰스파고는 새로운 금융시장의 최강자로 등극했다.

BOA는 지난 9월15일 94년의 역사를 자랑해온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를 500억달러에 인수했다. BOA는 올해초 서브프라임 사태로 도산 위기에 직면한 컨트리와이드를 인수하고 이번에 메릴린치까지 사들임에 따라 자산규모 2조7천800억달러의 최대 은행그룹으로 도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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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웰스파고는 지난 3일 씨티그룹과 치열한 경쟁 끝에 와코비아 은행을 손에 넣게 됐다. 자금동원 능력에 우위에 있던 웰스파고가 씨티그룹이라는 난적을 물리친 것이다.

와코비아 은행은 처음에는 씨티그룹에 은행부문을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변경해 회사 전체를 151억달러에 웰스파고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웰스파고의 인수조건이 씨티그룹보다 나았기 때문이다. 웰스파고는 씨티그룹과 달리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은행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 인수를 더 높은 가격에 제시했다. 이로써 웰스파고는 그동안 희망했던 미국 남동부 지역에서 영업망을 확충할 수 있게 됐다.

웰스파고는 자산규모가 1조4천200억달러로 늘어나고 예금은 7천870억달러, 지점은 39개주에 1만761개로 확대된다.

이런 인수합병의 격랑 속에서 상업은행 내부에서도 대형은행과 소형은행은 살고 중간 규모의 은행들은 급속하게 사라지는 재편작업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미 은행들 가운데 BOA와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등 `빅3'이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4%였으나 최근에는 31.3%로 급등했다.

이와 함께 투자은행과 더불어 헤지펀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헤지펀드는 이번 위기 직전만 해도 자금운용 규모가 사상 최대였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줄어든 상태이며 많은 펀드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하지만, 살아남는 헤지펀드들은 이전보다 훨씬 좋은 투자환경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2009년은 헤지펀드의 새로운 해가 될 수도 있다.

◇세계금융 권력중심 이동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 속에서 아시아의 힘이 주목받고 있다.

FRB는 지난 6일 일본의 메가뱅크인 미쓰비시UFG(MUFG) 금융그룹이 모건스탠리의 지분을 최대 24.9%까지 사들이는 것을 승인했다며 미쓰비시UFG는 모건스탠리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일본의 최대증권사인 노무라도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법인을 2억2천500만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한국산업은행은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타진해 성사 직전단계까지 갔다가 최종 가격협상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를 철회한 적이 있다.

미국 금융계에서는 리먼브러더스과 한국산업은행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면 금융위기 사태가 이 정도로까지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미국 재무부와 FRB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 발목을 잡히지 않으려고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신청으로 가는 최후의 선택을 하도록 내버려뒀었지만 그로 말미암은 파장이 너무도 컸다는 뒤늦은 안타까움의 표현인 셈이다.

이런 모습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극복과정을 막후 조정했던 재무부와 FRB와는 너무도 차이 난다.

이런 달라진 아시아의 위상은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외환보유고가 1조8천억달러에 달한다면서 "금융위기 상황에서 현금이 `왕'이라면 아시아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황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시대가 당장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칠 수가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금융위기 해결을 국제공조에 난색을 보이다가 나중에는 영국과 독일에서 앞다퉈 미국과 협력을 선언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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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국가들은 유로화가 미국 달러화보다 강세를 유지하면서 미국과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하면서 원인 제공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세계 금융시장 전체적으로 혼란에 빠지면서 "결국 믿을 수 있는 안전자산은 미국 달러화와 국채"라는 시장의 선택 앞에 결국 무릎을 꿇게 됐다. FRB가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도 달러화가 유로화보다 강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유럽국가 지도자들은 이번 시장혼란을 겪으면서 미국 앞에서만 서면 작아지는 모습을 재확인하게 됐다.

◇ 뉴욕(시장)에서 워싱턴(정부)으로 권력이동

이와 함께 이번 금융위기 사태를 계기로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와 감독 강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의 권한이 전보다 훨씬 강화될 전망이다.

그래서 구제금융이 본격화되면 정부가 금융기관의 지분을 상당 부분 인수하게 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금융 권력의 중심이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급격하게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의 역할도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의 역할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2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통화정책 결정과 집행에서 비록 일시적이라도 해도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인수와 관리뿐만 아니라 실제 운영에도 관여하는 데까지 급격하게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뉴욕(시장)에서 워싱턴(정부)으로 권력이 이동하는 현상은 유럽과 아시아 등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의 세계화에 속수무책이었던 각국 정부가 연대해 힘의 행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새로운 국제금융감독질서와 관련 기구의 창설까지 논의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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