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증시가 연일 폭락장을 펼치며 'Black Day'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어 증시 전문가들도 섣불리 바닥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공포가 증시를 지배할 때는 기관이건 개인이건 투매를 해 급락 폭을 키우는 걸까요?
빚 내서 산 주식이 아니라면 참고 견디면 언젠가 다시 오르는 날이 올텐데 말이죠. 물론 언제 샀냐에 따라서 그 날이 찾아오는 기간은 좀 다를 수는 있겠죠.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논문으로 낸 경제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사진 속에 있는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실러 교수가 논문의 주제로 삼은 것은 '1987년 증시 대폭락' 바로 'Black Monday'입니다. 실러 교수는 실시간 조사 방식으로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천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 왜 폭락 장에서 투매를 했는 지를 조사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이 예상하는 답이라고 할 수 있는 전날이나 당일에 나온 '나쁜 소식'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가격이 급락하니까 투매를 했다"는 겁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요?
그래도 이론적 배경은 탄탄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주식 시장에 '합리적 기대'가 작용한다고 말합니다.
쉽게 말해 내부자 정보를 제외하고는 주식 시장 참여자들이 좋은 뉴스건 나쁜 뉴스이건 대부분 정보를 알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가격을 예상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정보가 반영된 현재 가치가 해당 기업의 현재 주식 가격이라고 보는 거죠.
대부분의 주식 투자자들이 이 합리적 기대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는 'Random Walk'가 작용해 임의적으로 투자한 사람들이 때때로 돈을 버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경제학자와 애널리스트들이 고른 종목보다 원숭이가 임의로 고른 종목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실험에 대한 '변명' 일 수도 있겠지만 시카고대 경제학과 루카스 교수가 만든 '합리적 기대이론'은 경제학에서는 케인즈 이론과 더불어 발표 당시 '혁명'으로 인식됐고 이후 경영학 이론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 중요한 연구입니다.
길게 설명을 했지만 사실 "공포가 지배하는 폭락장에서는 다른 요인보다 가격이 떨어지면 사람들이 투매를 한다"는 이야기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학문적 토대가 있다는 점을 보여드리려 한 것입니다.
(실러교수 논문 원문 http://ideas.repec.org/p/nbr/nberwo/2446.html)
지금 전 세계 증시가 겪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인데요.
그렇다면 플로리다 콘도와 캘리포니아의 아파트 가격의 거품 붕괴가 역 지렛대(deleverage) 효과의 악순환을(지난 글 '구제금융이후의 위기 2' 참조) 초래해 세계 금융시장을 마비시키고 한국의 외환시장과 주식시장 혼란과 아이슬란드의 국가부도 위기를 가져오는 '글로벌 위기'의 단기 해결책은 뭘까요?
이런 위기를 예측했던 뉴욕대 경제학과 루비니 교수와 NYT칼럼리스트이자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크루그만 교수 등 경제학자들은 '영국식 해법'을 주요 국가가 동시에 사용해야 일단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폴 크루그만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영국이 500억 파운드-경제규모를 고려해 비교하면 약 5000억 달러-규모의 구제금융을 사용해 모든 은행간의 거래에 대한 지급 보증을 하고, 구제금융이 투입된 은행의 지분을 보유해 나중에 회복됐을 때는 이익을 얻어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을 말합니다.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 내각은 다른 정부와는 달리 잦은 개입보다는 신중하게 지켜보다 진짜 '선제적'으로 사상 유례없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내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금융시장이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이번 주말 워싱턴에서 잇따라 열리는 선진 7개국 재무장관 회담, IMF와 World Bank 회의에서 이미 지난 구제금융법안을 통해 의회로부터 영국과 비슷한 조치를 할 수 있는권한을 위임받은 미국을 포함한 다른 주요 국가들이 동시에 '영국식 해법'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주말 유럽 4개국 정상 회담처럼 '선언적인' 공동 대응만 하고 "각자 알아서 하자"는 수준으로는 지금의 글로벌 위기를 돌파할 수 없기 때문이죠.
만약 주요국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공포는 더욱 확산되고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우리 상황 역시 글로벌 위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주말 이들의 결정에 우리 금융시장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