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중근 ㈜부영 회장이 판결 하루 전날 세금을 낸 뒤 집행유예 선고를 받자 낸 세금 수십억 원을 돌려달라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일단 실형을 면하려 세금을 냈으나 집행유예 판결을 받자 본전 생각이 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건설본부장과 공모해 협력업체에 약속어음을 할인해주고 얻은 이자 소득을 차명계좌에 숨기고 이에 따른 세금 34억9천여만 원을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2004년 4월 구속기소됐다.
그는 실형을 피하기 위해 직원을 시켜 1심 선고 전날인 같은 해 8월12일 은행에 공소제기된 탈세액과 같은 금액을 내게 했다.
이 때 이 회장은 납세 신고를 따로 하지도 않았고 관할 용산세무서로부터 이에 대한 과세 처분을 받지도 않아 `종합소득세 금 34억9천만 원'이라고 적어 해당 금액과 함께 납부했다.
그는 이때 받은 영수증을 재판부에 제출했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20억 원을 선고받았으며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같은 해 말 이 회장은 용산세무서에 전체 세금이 48억5천여만 원인데 이 가운데 이미 납부한 금액이 34억9천여만 원이고 남은 금액이 13억6천여만 원이라고 1999∼2001년도 종합소득세를 수정해 신고했다.
이에 따라 세무서는 그가 이미 냈다고 신고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액수를 과세했고 그는 2005년 초 세금을 냈다.
이로써 사실상 실형을 피하게 된 이 회장은 다음해 8월 돌연 태도를 바꿔 그동안 낸 세금을 포함해 51억9천여만 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1심 선고 직전에 낸 돈은 납세 신고 등 조세 채무가 없음에도 실형을 면하려 낸 것이고 2005년 초에 납부한 세금은 수사기관의 회유나 협박에 의해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 하도급업체 관계자 진술을 근거로 과세한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김흥준 부장판사)는 이 회장이 국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2004년 낸 돈은 판결을 앞두고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고 포탈세액 상당을 급히 세무당국 계좌에 예치ㆍ보관한 것이라 이 자체를 납세로 보기는 어렵지만 항소심이 끝나고 소득세 수정 신고서를 제출함으로써 납세 신고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세무당국은 그의 신고에 따라 먼저 예치된 돈을 기납부세액으로 인정해 공제했으므로 부당하게 돈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없고 이 회장이 실형을 피하려 스스로 은행에 돈을 내고 이후 수정 신고했으므로 수사기관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2005년 낸 돈 역시 원래 세금에서 이미 낸 돈을 공제하고 그가 신고한 대로 나머지를 징수처분한 것일 뿐이므로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고법은 지난 6월 이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 등에 대해 대법원의 파기 환송을 거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고, 정부는 건국 60년 및 광복 63주년을 맞은 8월15일 그에 대해 형선고실효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 조치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