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배우간 대결'보다 더 흥미진진한 '조연들의 대결'.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민주당 조지프 바이든, 공화당 새라 페일런 부통령 후보간 TV토론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
두 후보는 2일 저녁 8시(한국시간 3일 오전 10시) '미국의 배꼽'으로 불리는 서부 개척 역사의 시발점이 된 도시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TV토론을 통해 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 경제위기 문제 등을 놓고 정치적 명운을 건 대결을 펼친다.
미국 역사상 두번째 성(性)대결인데다가 세대·이념간 대결 양상을 띠고 있어 일찍부터 여론의 관심을 끌어온 이번 부통령 후보간 토론 대결은 개막시간이 다가오면서 여론의 시선이 더 뜨겁게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부통령 후보간 토론대결이 사실상 이번 대선의 승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부통령 후보 토론 대결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페일린, 오바마 우세 국면 다시 뒤엎을 수 있을까 =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단 금융위기가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현 국면에선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지지율 경쟁에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앞지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AP통신이 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국 지지도에서 오바마가 48%를 얻어 41%를 얻은 공화당 매케인을 7%포인트 앞섰다. 금융위기 국면에서 오바마의 우세가 거듭 확인된 셈이다.
특히 오바마는 이번 대선전에서 격전지로 꼽히는 곳 가운데 오하이오주, 플로리다주, 펜실베이니아주, 아이오와주 등 4곳에서 매케인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페일린이 이번 토론을 통해 지난 9월초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 때처럼 오바마의 우세를 잠재울 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그동안 '신비와 의혹'에 휩싸였던 페일린이 전국적으로 생중계되는 이번 TV토론에 서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보여줌으로써 유권자들이 그녀에 대해 가졌던 우려와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면 '제2의 매케인 도약'을 추동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페일린으로선 민주당의 외교안보통이자 6선 하원의원의 경륜을 자랑하는 바이든에 비해 내세울 게 별로 없다는 점에서 지지자 및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지 않아 토론대결에서 승산이 더 많다는 것.
여성 정치인인 페일린은 감성적으로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남성인 바이든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또 페일린이 방송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TV토론의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며 토론시간이 90분으로 제한돼 있는 반면에 토론해야 할 주제는 산적해 있기 때문에 질문마다 답변할 시간이 길지 않아 페일린의 '벼락치기 시험공부'가 통할 수도 있다는 것.
◇현실은 페일린에 위기 =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페일린이 처한 현실은 냉엄하다.
AP통신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Gfk가 투표할 의향을 가진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페일린이 대통령이 될 경륜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이는 한 달 전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 조사했던 41%에 비해 16P 포인트나 떨어진 것.
더욱이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서 페일린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한 달 전 조사에서 공화당원 응답자 가운데 75%가 페일린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으나 최근 조사에선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페일린이 경륜을 갖춘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답변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7%에 불과했다.
또 그동안 언론과의 직접 인터뷰를 피해온 페일린은 최근까지 단 3차례 인터뷰를 하면서 여러 차례 동문서답식으로 답변하거나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 진영에선 페일린이 이번 토론에서 실패할 경우 남은 대선기간에 '부통령'이라는 감투가 무거운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공고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페일린·바이든, 1일 '마지막' 시험공부 = 이처럼 그동안 뒷전으로 밀려왔던 부통령 후보간 TV토론이 중요성을 띠면서 두 후보는 전날에 이어 1일도 만사를 제쳐놓고 '시험공부'에 매달렸다.
페일린으로선 90분간 그녀의 부통령 자질을 염려하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준비된 부통령 후보'임을 보여줘야 한다.
외고안보 전문가인 바이든은 대통령 후보인 오바마의 경륜부족을 어떻게 메울 지 제시하고, 스스로 말실수를 줄여 정치인으로서 신뢰감을 높여야 한다.
이 때문에 페일린은 이날 애리조나주 매케인 목장에서 하루 종일 두문불출하며 토론준비를 했고, 바이든은 펜실베이니아주 윌밍턴의 자택 인근에서 토론에 대비하다가 이날 오후 상원 본회의에 상정된 금융구제안 처리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흑인 여성 진행자, 편파성 우려 제기돼 = 한편, 이번 부통령 토론의 진행을 맡은 흑인 여성 유명 언론인인 그웬 아이필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오바마 등 성공한 흑인들과 정치 문제에 대해 언급한 저서를 출간한 것이 드러나자 보수 진영에선 공정한 토론을 진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쟁점화하고 나섰다.
매케인 진영은 최근에 아이필이 그 같은 내용의 저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는 것.
이에 대해 지난 2004년 부통령 후보 토론도 진행했던 아이필은 1일 '돌파구 : 오바마 시대의 정치학과 인종'이라는 책의 오바마 관련 부분을 아직 쓰지 않았다며 차기 대통령 취임일인 1월20일에나 책이 판매될 것이라며 토론 진행에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 대통령선거토론위원회는 1일 부통령 후보간 토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토론이 열릴 예정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본격적인 토론 준비에 나섰다.
위원회측은 테러 등과 같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토론이 열리는 체육관에 철조망을 설치했고, 출입구마다 경찰이 출입통제를 실시하며 토론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등 경계태세를 한층 강화했다.
또 토론장 주변에는 50여대의 취재차량이 이미 포진,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고 일부는 이날 오후부터 뉴스를 진행하거나 부통령 후보 토론과 관련된 내용을 소개했으며 토론을 앞둔 현장분위기를 전해 사실상 부통령 후보간 토론대결은 막이 올랐음을 보여줬다.
(세인트루이스<美미주리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