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한강의 기적'이 있었다면, 스페인 북부 빌바오에서는 '네르비온 강'의 기적이 일어났다.
70년 대 중반까지 빌바오는 스페인 최고 산업 중심지로 철강과 조선업을 주축으로 한 항구도시였다. 80년 대 들어 산업 침체로 공장들이 연달아 문을 닫으면서 빌바오는 실업율이 30%에 이르는 공황 시대에 접어들었다. 한국의 조선업이 발달하면서 빌바오의 조선업이 큰 타격을 입었고,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의 불안은 도시의 생명마저 위협했다.
빌바오 시는 변화의 시급성을 깨닫고 '리아2000'이라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알게 된 시민들은 거세게 반대했다. 먹고 살기 힘든 시민들에게 미술관은 사치였고, 당장 필요한 것은 일자리였다. 리아2000 대외협력과장인 이냐끼 두깨 씨는 "당시에는 문화적 프로젝트를 통해 경제 부흥에 성공 한 도시의 예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공황시대에 미술관 설립은 사치'라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는 뜻을 굽히지 않고,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립을 시작으로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꾸준히 전개했다. 1997년 개관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빌바오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건축가 프랑크 게리의 설계로 7년 만에 완공된 구겐하임 미술관은 외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비행기의 외장재인 티타늄 3만 3천장으로 만들어진 외벽은 흐린 날에는 '은빛', 맑은 날에는 '금빛'을 띤다.
미술관 앞에 만들어진 조형물 '퍼피(제프 쿤스 작품)'는 4천 송이의 꽃으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구겐하임은 '개 집'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해체주의 건축물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미술관 내부는 직선을 최대한 절제하고, 예측할 수 없는 곡선으로 디자인돼 '부드러운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긴 전시실인 이른바 '스테이크 룸'도 있어 설치 미술관으로서 적합한 요소를 갖췄다.
시 당국은 또 과거 산업 폐수로 죽어가던 네르비온 강을 살려냈다. 이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오염된 강물을 끌어와 정화시켜 다시 내보내는 작업을 전개했고, 이 노력으로 지금 네르비온 강은 유람선을 탈 만큼 깨끗해졌다.
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 인프라를 확충하고 디자인 요소를 가미하는 일도 추진했다. 영국 공공 디자이너 노먼 포스터가 디자인한 빌바오 지하철은 작업복을 입고 공장 통근 버스를 타던 사람들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러한 시민들의 노력으로 빌바오 시는 도시 디자인과 관련한 많은 상을 받았고, '도시 재생의 교과서'로 불리게 됐다. 빌바오 시는 지금도 '시민들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계속 발전을 꾀하고 있다.
(자료제공=SBS출발!모닝와이드, 편집=인터넷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