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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70 - 눈과 귀가 즐거운 음악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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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70 (감독 : 최호, 주연:조승우, 신민아, 15세 관람가)

[사생결단]을 보았을때 최호 감독이 액션 스릴러 장르라는 넓은 마당을 마음껏 누비며 갈고 닦은 내공을 발휘하며 뛰어논다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마당에서 갈길을 잃고 헤메거나 한쪽 구석에서 제자리 돌기만 하는 감독들이 많기 때문에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자시사에 앞서 가진 인터뷰 시간에 만난 최호 감독은 배우들에게 농담을 던질만큼 여유있는 모습에 자신감이 넘쳐나더군요. 보통 시사를 앞둔 감독이나 배우들은 시험을 앞둔 수험생처럼 긴장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원래 성격이 그런건지, 아니면 영화가 자신있어서 그런건지 궁금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후자쪽 이더군요. 역시 [사생결단]처럼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내며 막판 폭발하는 에너지를 갖춘, 잘빠진 음악영화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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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왜관 기지촌 클럽에서 밴드를 결성해 노래부르던 상규(조승우)는 다른 클럽에서 일하는, 기타 솜씨는 끝내주지만 노래는 별로인 만식(차승우)의 팀과 합류해 '데블스'를 결성합니다. 가수 지망생이자 상규를 죽어라 따라다니는 미미(신민아)를 매니저 겸 의상코디로 삼아 서울에서 열리는 상금 1백만 원이 걸린 밴드 콘테스트에 참가합니다. 낯설은 소울 음악에 심사위원들과 청중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합니다. 독창성을 인정받아 특별상인 구성상을 수상해 부상으로 밀가루 한 포대를 받는데 이 밀가루마저 없었다면 멤버들은 굶어 죽었을 정도로 어려운 서울생활을 이어갑니다. 그러던 중 이들을 눈여겨봤던 기자이자 음악계 명사인 병욱(이성민)의 눈에 띄어 당시 탄생한 고고클럽 무대에 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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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은 70년대스러운 촌티나는 대한뉴스 화면으로 시작합니다. 경직된 성우 내레이션이 깔리며 새마을 운동, 야간 통행금지, 장발단속 등 당시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라면 답답해 미쳐버릴만큼 숨막히는 시대상을 살짝 묘사하죠. 이후에는 밴드의 흥망성쇠를 그리는 전형적인 음악영화로 전개됩니다. 시대상황과 음악영화, 이 두 요소가 마치 고수와 명창이 판소리를 주고 받듯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데요. 시대상황을 너무 강조한다면 고수가 주인공이 되는 난감한 상황이 연출될까봐 우려했는데 그런 우려를 살짝 살짝 피하며 넘어갑니다.

모든 것에 일단 반항부터 하고 보는 것이 젊음의 특성이라고 본다면 당시 국가가 앞장서서 만들어낸 여러 규제들은 젊은이들을 숨막힐 정도로 답답하게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 답답함은 정치의식이 있건 없건 모든 젊은이들을 옥죄는 굴레였겠지요. 마지막 공연장면에서는 일단 답답하니까 반항하고 본다는 어찌보면 단순한 젊은 에너지의 분출이 잘 표현됩니다. 더불어 관객들도 뜨겁지만 서늘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됩니다.

음악영화라고 한다면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밴드의 공연장면이죠. 초반 어설픈 외국곡 흉내내기에서 시작해 점점 탄력을 받다가 최루탄 해프닝과 함께 펼쳐지는 마지막 공연의 에너지는 가수와 관객이 일체가 되는 멋진 콘서트에 버금가는 감동과 에너지를 느끼게 해줍니다. 엔딩 크레딧을 보니 이 장면에 무려 카메라가 10대가 동원됐는데 각각 카메라를 잡은 사람들을 보니 베테랑 촬영감독들이 줄줄이 포진하고 있더군요. 음악을 잡아내는 음향도 수준급입니다. 최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공연장면 촬영할 때 다른 영화 사운드 팀의 3배정도 인력이 투입됐고 음향장비도 24채널 콘솔을 사용하는 등 락 콘서트 현장에서 라이브 음반 녹음을 하는 장비를 사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숱한 뮤지컬 무대에서 노래 실력을 인정받은 조승우는 이 영화에서 탄탄한 연기력과 함께 노래 실력을 맘껏 발휘합니다. 노래가 얼마나 좋았으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고 노래가 끝날때까지 거의 대부분의 관객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더군요. 보통 기자시사하면 바쁘신 분들이 많은 관계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온다 싶으면 후다닥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분들이 많거든요. 연기는 처음이라는 차승우도 기타 실력 못지않은 연기력을 보여주는데 조승우와 갈등이 폭발하는 장면에서 하나도 꿀리지 않더군요. "밤이 너무 조용해. 좀 시끄러웠으면 좋겠어"하며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맏형격인 병욱의 연기도 적절한 시기에 들고나면서 영화를 더욱 감칠맛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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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미미를 연기한 신민아입니다. 조승우를 받쳐주는 조연의 비중이라 그 흔한 멜로라인도 거의 없지만 이전 작품들에서 언뜻 언뜻 보였던 여배우로서의 매력을 발산합니다. 귀엽고 친근한 얼굴을 앞세우다가 어떤 때는 강렬한 관능미를 선보이는 등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입니다.

[멋진 하루]와 [모던 보이]에 이어 [고고70]까지 가을 극장가에 걸리는 한국영화들이 모두 볼만한 영화들이라서 한사람의 관객으로서 포만감을 느끼는 행복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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